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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

왈라비랑 시작하는 토요일 아침

by 반짝이는강 2019.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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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차적응 중이라 ​요 몇 일 계속 저녁 6-7시 사이에 잠들었다. 그러다 보니 뜻하지 않게 저녁을 매일 걸렀는데, 어제는 배우자가 연어 테리야끼 구이를 해줄까, 돼지고기 볶음을 해줄까, 안심 스테이크를 해줄까... 어르고 얼렀지만 - 아무것도 안먹고 싶다고 못을 박은 후, 저녁 8시 경에 금요일 저녁 TV 프로그램인 Gardening Australia가 끝나고, 소파에서 그대로 꼬꾸라져 잠이 들었다. 그나마 8시까지 버틴 것은 - 저녁 6시 경에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 밤 일찍 잠이 든 결과 - 토요일인 오늘 아침에 - 당연한거지만 일찍 일어났다. 저녁을 걸렀기때문에 허기진게 느껴졌고 - 출장을 가기 전에 사두고 갔던 만두피 (=완탕피)가... 곧 유통기간이 지난다는게 머릿속을 스쳤다. 그냥 어느 날 완탕(wonton)이 먹고 싶었고, 이왕이면 집에서 만들어 볼까 싶어서, 완탕 피를 사두었고, 마침 냉장고에 돼지고기도 있었다.  


왈라비와 시작하는 아침 

오늘은 토요일이고, 일찍 일어났으니까 완탕수프를 만들어보자고 결심을 했다. 파가 좀 필요해서 - 텃밭으로 나가려다가, 수영장 옆에 있는 왈라비 (wallaby) 한마리랑 마주졌다.  왈라비는 캥거루의 사촌쯤 되는 동물로, 캥거루보다는 크기가 작다. 호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동물 중 하나다. 야행성이라 보통 저녁에 나타나서, 아침에 어디론가 사라진다. 

우리집 마당에 온 왈라비

한동안 뜸하더니 요 몇 일 아침마다 계속 보이길래, 얼른 핸드폰을 꺼내봤다.  ​얼핏 사진에 들어온건 4 마리지만... 얘네들도 캥거루처럼 배 안에 주머니가 있어서 아기 왈라비를 넣고 다닐 수 있는 종류임을 감안하면... 더 많은지도 모른다. 그리고 반대편에도 2 마리가 더 있었다. 총 여섯 마리!!!

이렇게 멀찍이서 보면 신기하고 귀엽지만... 흠...

캥거루 사촌 왈라비

왈라비들이 우리 집 마당에 오는 것까지는 괜찮다.  당연히, 마당에 있는 잡초를 뜯어먹는 것은 괜찮다. 이제 텃밭에 그물망도 쳐두었기 때문에 내 식용작물을 먹을 염려도 거의 없다. 다만 문제는 - 예네가 여기저기 똥을 싼다는 것이다. 몇 일 전에는 어떻게 들어간건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수영장 옆에 똥을 싸두었다...엉엉엉...​ 

이웃 집들도 있는데, 왈라비들은 우리 집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바로 이웃집들에는 개들이 있기때문이다. 거기다 더해, 우리 집 마당은 계단이 없는데다 숲이랑 이어지고 있고, 어쩌면 (내 눈엔 다 잡초지만) 왈라비들이 좋아하는 풀이 많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도 우리 집을 보호해야 하기때문에, 마당에 왈라비가 보이면 쫒아내야 한다. 왈라비가 있는 곳으로 돌진!!! 왈라비들이 우리 집 마당에서 나갈 때까지 허공에 대고 소리치며 달리고 또 달린다. 너희가 우리 부부를... 뜀박질 시키는구나.  

도망가는 왈라비

​그래도 캥거루 보다는 몸집이 작아서, 나를 공격할꺼 가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내일 아침에 다시 보자! 


완탕수프

이렇게 왈라비랑 한바탕 하고 난 후에, 텃밭에서 스프링 언니언(파와 쪽파의 중간쯤...)을 수확해 와서, 돼지고기 민스랑 완탕피를 꺼내서 뚝딱 완탕을 만들어 봤다. 새우도 있으면 더 좋겠지만... 있는 재료로 만족. 

참고 레시피는  RecipeTin Eats 에 나와있는 Wonton Soup 

완탕

완탕 재료 

​돼지고기 (+새우) 간 것 

완탕 피 (wonton wrapper) - 슈퍼마켓에서 사온 것

스프링 언니언

생강 다진 것

간장

Chinese cooking wine 은 없어서, 미림이랑 리앤페링(=worcestershire sauce)로 대체


수프 재료

치킨스톡 - 로스트 치킨 하고 남은 닭뼈를 우려내면 좋겠지만,,, 없어서 시판용 치킨스톡 씀

마늘 

간장

Chinese cooking wine - 대신 소금과 미림, 고수 뿌리를 넣어고 끓여줌. 

원하는 야채 - 양파, 버섯, 배추, 고수를 넣어줌 


라임(Lime) 나눠주는 이웃

즐겁게 완탕 수프를 만들기 주부 코스프레를 하고, 잠들어 있는 배우자를 깨워서, 맛있게 같이 먹었다. 처음엔 자긴 배고프지 않고, 아침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던 배우자도, 맛있었는지 추가로 완탕을 끓여주어야 했다. 이야호~ 성공!! 

추가 완탕을 준비하는 동안 - 뜬금없이 이웃집 Paul이 무료로 라임을 나눠주고 있으니까, 나보고 가보란다. 즉, 이웃집 Paul이 페이스북 동네 그룹에 자기네 집 라임나무에 라임이 많이 열려서 공짜로 나눠준다고 포스팅을 했다는 것이다. 늦게 가면 없을지도 모른다며 배우자가 빨리 가보라고 재촉을 한다. 완탕 만들기 한 것을 정리하고, 걸어서 Paul에 집 우편함으로 갔더니 - 이제 막 9시를 넘겼는데, 라임이 벌써 거의 다 없어졌다.  

이웃 인심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게 있어서 이렇게 나도 공짜 라임 (- 색깔만으로 봐서는 레몬인거 같은 의심이 들지만..)을 가져오는 행운을 누렸다. 

공짜

그나저나 우리 집 라임은 언제 라임을 풍성하게 맺으려나? 요즘 계절이 바뀌면서 해가 뜨고 지는 동선이 조금 바뀌었는데, 그 결과 우리 집 난쟁이 라임 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가려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거 같은데... 다른데로 옮겨심어주어야 할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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