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근 관심사와 일상과 핸드폰 사용 습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페이스북. 요즘 침대 매트리스를 바꿔볼까 해서 매트리스도 좀 찾아보고, 내 사무실로 쓰는 방에 소파가 하나 있었으면 해서 작은 소파도 좀 찾아보고 했더니 이번에는 브리즈번에서 하는 Warehouse Furniture Clearance 광고가 자꾸 나온다.
낚.였.다.
일요일 오후 4시 restorative yoga 수업이 있지만 -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한다는, 그것도 우리집에서 상당히 먼 곳에서 한다는 이 행사에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역시나 아침 일찍 가보겠다는 나의 계획은 처참히 무너지고... 정오가 넘어서야 겨우 출발~~
행사는 처미사이드 (Chermiside)보다 좀 더 북쪽에 있는 아스프리 (Aspley)에 있는 한 대형 창고에서 하고 있었는데 - 드문드문 괜찮은 가구도 있고, 드문드문 가격이 괜찮은 것도 있었다. 다만 내 마음에 쏙 드는게 없거나, 괜찮기는한데 필요가 없는 것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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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맞춰서 요가수업을 가야한다며 되돌아가자는 나에게 - 배우자는 집에서 아스프리까지 내가 운전하는 동안 좀 찾아봤는지, 뉴스테드에 Replica Furniture 즉, 디자이너 가구 카피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며 가보자고 했다. Newstead면 브리즈번에서 집갑 평균값이 높은 뉴팜 (New Farm)과 테너리프 (Teneriffe) 옆 동네... 아무리 카피라지만 쌀리가 없다. 괜히 사지도 않을꺼면서 시간과 기름값을 낭비하지 않고 싶었건만... 반드시 요가를 갈 수 있게 진짜 잠깐만 구경하겠다는 배우자한테 설득당했다.
Replica Furniture 에 들어서니까 당얀하겠지만 아까 Warehouse Clearance 랑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들어서는 입구에는 임스체어 카피가 놓여있었는데 - 저번에 친구집 놀러갔다 임스체에가 너무너무 편했던 기억이 나서 잠깐 앉아봤는데 - 이건 카피라서 등 기울기는 조절이 안된다고... 레플리카지만 가격이 $1300이 넘는다. HermanMiller 의 오리지널 가격을 보니깐 USD 5,295....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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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ica Furniture 안은 이렇다. 다이닝 테이블 세트, 의자, 스툴, 전등, 커피 테이블 등이 빼곡하게 진열되어있다. 이런데 관심있는 분이라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지 싶다. 참! 가게 바로 앞에 차 2대 주차 공간이 있고, 주말에는 street parking이 가능하다. 그리고 여긴 아마 가구파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지역 같았다. 근처에 가구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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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지쳐서 전시되어있는 Featherston Chaise Longue Z30 에 잠깐 살포시 누워보고 너무 편하다고 - 배우자한테도 누워보라고 했더니 - 저렇게 누워서 트윗질까지 하고 있다. 이런 느근함과 여유로움은 어디서 오는거니. 응?
저기 옆에 바르셀로나 체어를 보고도 - 나보고 앉아보라고 간곡히 설득을 해서 앉았더니, 내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갔다온 것을 상기시키며, 그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위해 디자인된 의자가 이 의자라고 또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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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거의 모든 의자랑 소파에 한번씩 앉아보다 싶이하며 가게를 한바퀴 둘러본 배우자는 이런 디자이너 작품들이 눈앞에 있어서 너~~~~무 신난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만 더 둘러보고 싶단다. 헐.................! 그렇다. 우리 부부는 - 내가 2시간 쇼핑하면 적당한 사람이라면, 내 배우자는 6시간도 쇼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한번 더 둘러보라고 했다. 내가 너그러이 그렇게 말 할 수 있었던건 - 바로 이것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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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살 때 라이드 도서관 (Ryde library)에 가면 이렇게 생긴 모양의 의자들이 놓여있었는데 - 이 의자가 책 읽기에 너무 편해서 보이면 꼭 사고 싶었는데, 바로 여기서 드디어 찾았다! 이렇게 생긴 의자 이름을 알았으면 더 빨리 찾았을테지만... 나 같은 일반인이 임스체어나 바르셀로나 체어처럼 유명한게 아니고서야 어찌 알겠는가.
전시되어있는건 빨간색이었는데 - 조금 부담스러운 색상이라 다른 색도 있냐고 물어보니 오렌지 색이 있다고 가져와서 보여준다. 오렌지색... 그래 그 정도는 감내하자. 도서관에서 본 것도 (재질이 좀 다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오렌지색이었으니깐. 오렌지 색이 내 홈오피스에 신선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 의자 이름도 ORANGE SLICE CHAIR 아닌가!
이 의자를 발견하면 어느 정도 가격이면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쳐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 AUD 149 정도면... 이 정도의 사치는 누려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주저없이 사겠다고 했다. 근데 직원이 $345 란다. 내가 응??? 하는 표정을 보이며 진열되어있는데는 $149 라고 했더니 잠깐 기다리란다. 진열품에 붙어있던 $149 가격표를 가져오더니, 세일 끝났는데, 가격표를 미쳐 바꾸지 않았었나보다며, 그 가격으로 해주겠단다. 오~~~~~~이예!!
이리하여 몇 년 동안 사고싶어하던 의자를 주문하고, 이번 주에 가게로 도착하면 pick-up 해 올 예정이다. 요 사이즈에 맞는 카펫이랑 사이드 테이블도 하나씩 장만해볼까말까... 헤헤헤~~
이 가게에서 나와서 배우자는 바로 길 맞은 편에 있는 SPACE라는 가구점에 10분만 구경하자며 - 또 갔다. 요가 가야한다고 재촉하는 나 때문에 제대로 구경을 못해서 너무 아쉽다고, 자기가 혼자 내 의자를 pick-up 하러 가서 충분히 구경하고 오겠단다. 그래... 더운 날 에어콘 풍풍 틀어주는 가구점 가서 피서하고 와라... 나야 땡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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