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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2주간의 휴가

by 반짝이는강 2018.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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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1일을 마지막 근무일로 2주간의 휴가에 돌입했다. 회사의 호주 및 뉴질랜드 사무실이 12월 24일부터 1월 4일까지 2주를 동안 닫기때문에 직원들도 특별한 사유가 있는게 아니면 휴가를 써서 쉬도록 권유받았다. 강제휴가나 마찬가지라 처음에는 탐탁치 않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들을 잠시 잊고 유유자적하는 이 시간이 매우 소중하고 즐겁다. 

한국에서도 직원들에게 이주 이상의 장기휴가를 쓰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한다면 직원 개개인에게 휴식뿐 아니라 장단기적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되어서 직원에게나 고용주에게 긍정적인 면이 많을텐데, 하고 생각해 본다. 


12월이 너무나 바빠서 2 주간의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미쳐해보지 못했다. 막연히 집을 돌보고 꾸미는데 시간을 좀 들여야겠다는 것과, 아직도 별로 아는 것 없는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에갔다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첫 직장에서 맞았던 휴가부터 매번 해외여행을 가던거랑은 사뭇 다른 자세다. 


생일과,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박싱데이가 지나니 휴가 중 첫 일주일이 지났다. 남은 휴가 기간 동안에는 


1. (The man with the golden typewriter - Ian Fleming's James Bond Letters edited by Fergus Fleming) 을 한권 읽고 

제임스본드 원작


2. 생일축하 카드를 한장 보내고

3. 배우자 어머니에게 편지를 한 통 보내고

4. 사워도우 스타터를 만들고 (이제 2일째에 돌입했고 아직 2-3일 더 가야한다), 

5. 텃밭용 및 잔디용 흙을 1톤씩 시켜서 텃밭에 추가하고, 잔디씨는....날씨를 봐서 뿌리던가 기다리던가 결정하고...

6. 잔디깍는 기계 사용법을 익히고

7. 수영장 펌프랑 필터 및 수질 관리법을 익혀서 집 수영장을 되돌리고...

8. PMP 교육을 완료하고

9. Pharma Times International Researcher of the Year 2019에 지원하고

10. 배우자랑 2018년을 돌아보고 2019년을 계획해야겠다. 


그 외에도 초대받은 새해 전야 파티랑 약속들이 있는데 - 괜히 수락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다른 특별한 해야하는 일이 있는건 아니지만, 요즘은 집에서 빈둥거리는 시간이 참 소중하고 좋다.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손수 만든 음식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고, 쑥쑥 솟아오르는 나무 가지들을 공들여 잘라주고, 얼마전 심은 라임 나무에 아침마다 물을 주고, 텃밭에 심겨진 토마토며 고추, 허브들을 확인하는 일과가 소중하고 행복하다.

몇 일 전 어느 파티에서 배우자가 말하길, 근 10년 사이에 자기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11월 언젠가 - 햇빛이 적당히 따뜻한 날 - 자기는 잔디깍는 기계에 올라타 이어폰으로 크게 락음악을 들으며 잔디를 깍고, 멀찍이서 자기가 바라본 나는 텃밭에 물을 쭈고 식물들이 잘 자라나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이었다고 한다.  

잔디깍는 남편


그 이는 요즘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돈을 많이 번다거나 명예를 얻는다거나 하는, 세속적인 성공을 하는 것도 기쁘지만, 이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매일같이 반복될 때 우리는 더 행복한지도 모른다. 이런 작은 행복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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