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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2019년 - 일상으로의 복귀

by 반짝이는강 2019.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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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휴가를 끝내고 - 아니지 - 12월 29일에 H랑 데이비드네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스로부터 메세지가 와 있었다. 메세지가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29분. 


"Sorry, camping in a remote spot and just got the msg now...... can you please contact Ed per following msg. I'll have limited mobile reception now till late on Jan 2nd so hope this can be dealt with. Tx" 


실은 내 보스는 자기 보스인 G로부터 메세지를 받아서 나에게 전달해 준거다. M은 그 주 내내 캥거루 아일랜드에서 캠핑 중이었고, G는 일찌감치 크루즈 여행을 떠났었기에 - 바다 한가운데 어디에서 PV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었을꺼다...  

시작으로 돌아가자면 얼마전 새로 시작한 임상연구에 첫 환자가, 아니나 다를까, 처음 두달은 감감 무소식이더니 12월에 활발한 스크리닝 방문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든 사이트에서!! 

임상연구를 하고 있는 병원의 임상연구 코디네이터는 담당 CRA가 휴가 중인걸 잘 알았을테고...아무튼 어찌어찌하여 회사의 24시간 부작용 보고팀으로 연락을 했나보다. PV팀은 CPM이 누군지 모르니 임상연구 부서장한테 연락을 하고, 그게 내 보스한테, 그리고 나한테, 2주간의 휴가중 첫 일주일이 지난 후, 토요일 저녁 문자메세지로 온거다. 


10시쯤 메세지를 확인하고 - 답을 할까말까 살짝 망설이다 - 집에 돌아가 확인하겠다고 일단 답을 했다. 이메일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무슨 일인지는 감이 왔다. 환자가 임상연구에 랜덤이 되려면 샘플 분석 결과가 필요한테 - 아직 결과가 안나와서였다. 이때쯤 나올꺼라고 예상하고 있던터라 본사에 확인 요청을 했다. 

그러나....12월 31일에 돌아온 답, 1월 1일에 돌아온 답, 그 후 매일매일... 본사에서 미리 알려주지 않은 (실은 그네들도 몰랐던)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너무나 많았다. 별 반응없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본사사람들에게만 의존할 수가 없어서 가능한한 모든 사람에게 확인요청을 했는데 - 사태는 점점 미궁으로 빠져서 - 결국은 1월 첫 주에 꽤나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할애하게 되었고 - 급기야 나는 아예 휴가를 하루 철회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아직도 추적중이고.... 환자는 아직도 임상연구에 등록이 되지 못하고 있다... 10년간 임상연구 쪽에서 일해왔지만 본사에다가 Total disaster!! 라는 말은 처음으로 날려본거 같다. 미국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지만 - 그건 실험실을 비롯한 모든게 미국에 있는 사이트 이야기고 - 호주에 있는 사이트에서는 이대로는 이 임상연구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우려스러운 것들이 많다고 그리 많이 이야기를 했건만..... 앞으로 2-3주간 진행상황을 봐서 별 대책이 없으면 아예 이 연구를 호주에서 닫는다는 결론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주 재앙사태가 오기 전에 보스에게 미리 보고하고, 사이트에도 expectation management를 하는건 이래서 중요한가보다... 


아무튼 이 일로 휴가였던 지난 주에도, 업무에 복귀한 이번 주에도 너무나 바빴다. 열불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할 일이 있음에...직업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지. 


그 와중에 어제는 호밀빵을 구웠다. 빵이라도 만들며 잠깐 마음을 다른 곳에 쏟아야 마음이 진정될꺼 같아서 였다. 

호밀빵 반죽

호밀가루 (rye flour) 350 g이랑 밀가루 150 g을 섞어서 사워도우 스타터 넣고 만들었는데 - 꽤나 묵직하고 단단한 빵이 되었다. 사워도우 스타터 만드는 방법은 여기 이 글에 포함되어있다. 

2019/01/01 -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요리 와인] - 2018년 12월 31일에 한 일 - 집에서 바게트 굽기


오븐에서 갓 나온 모습 - 짜잔!! 발효시간을 좀 더 주었어야 했던건지 꽤나 조밀했던 호밀빵... 가늘게 잘라서 크림치즈를 발라 일하는 중간에 점심삼아 먹었더니 꽤나 괜찮은 조합이 되었다. 

호밀빵

그저께는 - 첫 직장 입사동기로부터 연하장이 도착했다. 이십대 초반에 만났던 우리가 지금은...

그녀와 2006년 여름에 태국으로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 어쩌면 나는 현재랑 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잘 맞는, 이야기가 통하는, 여전히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그녀가 있어서 참 든든하다. 

연하장

내 텃밭에 있던 토미토 토마토가 드디어 지난 주부터 빨간 빛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신기해서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하러 나가니까 - 줄기 아래쪽에서 빨갛게 되던 녀석들이 하나만 남기고는 다 사라지고 없었다. 토마토가 터진듯이 토마토 씨앗 두개의 흔적만 남기고 말이다. 

텃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망고 나무에 있던 몇 안되는 망고 중에 - 바닥에 가까이 드리워져 자라고 있던 망고는 - 어디서 쪼인 흔적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어쩌면 몇 일째 우리 집 마당을 뱅뱅 돌던 이 녀석 탓인지도 모른다. 부리 모양이나 키나 - 망고도, 토마토도 딱... 이녀석이 닿을 만한 위치에 있었다. 옆 집처럼 나도 새가 못오게 하는 그물망을 처야하나... 

텃밭의 새

​내 망고 나무의 망고는 원래도 몇 개 안되는데 - 그냥 저절로 툭 쪼개져서 바닥에 떨어지기도 하고,  새에게 쪼이기도 하는 사이에, 우리 집 바로 경계에 있는 Lee네 망고 나무는 방치상태인데도 망고가 주렁주렁(?) 열렸다. 

망고는 조금 발그스름한 기운이 돌면 따면 된다던데... Lee는 이 망고나무에서 망고를 따지도 않는다던데... 내가 하나 따볼까?

Lee네 가족은 12월 말에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스키를 타고, 도쿄에서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했다. Lee는 일본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나라라고 했다. 나도 일본 좋아한다. 특히 여행하기에는 제일 안전한 나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어딜 가나 음식도 거의 백발백중 맛있고, 식중독 염려도 없고 말이다. 거기다 수많은 한국어 안내판은 보너스. 

옆집 망고나무

​2019년 들어서는 건강에, 특히 몸을 움직이는데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도 화요일도 - 11시부터 시작하는 미팅에 참여하느라, 임상연구 참여를 위해 실험 결과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환자를 위해 본사로부터 답을 받아보려고 밤 늦게 일하느라, 너무나 피곤했다. 수요일에는 몸을 좀 움직여보자 싶어서 배우자를 재촉해서 산책을 다녀왔다. 


브리즈번에는 여름이 되면 동네 이곳저곳에서 선명한 주황색의 꽃들을 볼 수 있는데 - 오렌지색 자카란다인줄 알았더니 이름이 다르다고 얼핏 누가 지나가는 말로 알려줬다. 찾아보니까 포인시아나 (poinciana, Delonix regia)다. 

포인시아나

자카란다랑 포인시아나 모두 잎이 고사리처럼 생겼다. 보라색 빛을 내뿜는 자카란다는 봄에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는 반면, 주황색의 포인시아나는 여름의 열기가 시작되어고 잎이 나야 꽃이 핀다. 

2018/04/05 -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여행 그리고 미식 노트 ] - 호주의 봄 - 자카란다 꽃구경


포인시아나

​마다가스카에서 온 이 포인시아나는 브리즈번에 유독 많다. 가지들이 옆으로 퍼저서 그늘을 만들어주기에 집집마다 여름이 더운 브리즈번에서는 포인시아나를 심어둔 집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산책길에 찍어본 포인시아나. 포인시아나가 피면 - 장마철이 시작되는 때라던데... 그래서 이번 주에 이렇게 후덥지근한가? 


2019년... 1월 초부터 너무나 할 일도 많고, 정신이 없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샘플 결과가 얼른 나와서 환자가 임상연구에 등록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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