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가장 새 것처럼 보이는 곳이 주방이다. 이유인 즉, 이전 소유자가 살고 있을 때 주방에 불이 나서, 주방을 대대적으로 레노했기때문인데, 우리에게 집을 팔기 약 2년 전에 레노를 했다고, 이웃집 사는 사람에게 전해 들었다. 그리고 주방을 레노하고 나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싱크대 밑에서 물이 새서 카펫 다 걷어내고 나무바닥 깔고, 일부는 코르크 바닥 깔았다는... 집을 사고 난 후에 이런 정보들을, 우리는 참 잘도 파헤졌다... 허허허.
아무튼 - 주방은 브리즈번의 시나몬 팍 근처 어딘가에 있는 주방 디자인 전문업체가 진행한 것으로, 빌트인 가전을 포함해 무려 $70,000가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외관은 좋아보일지언정,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치가 잘못된 것들도 있고, 돈 들여서 왜 이렇게 해놨을까 싶은 것들도 꽤 있다.
하나하나 열거하려면 끝이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수도꼭지였다.
처음에는 멀쩡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싱크대 위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야 할 수도꼭지가 점차 오른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그 여파때문인지 수도꼭지를 틀었다가 잠글 때, 그리고 찬 물과 뜨거운 물을 섞기 위해 수도꼭지를 좌우로 돌릴 때, 점차 뻑뻑한 감이 커졌고 점차 더 많은 힘을 들여야 했다. 이러다가 수도꼭지가 부러지거나, 수도관을 손상시켜 제 2의 누수가 생기는게 아닌가 싶어서 나의 스트레스는 점차 커져갔다. 그렇다... 우리는 이 집으로 이사온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서, 부엌 바닥에 누수를 발견하는 일이 있었고, 아직도 그 정신적 충격과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9/01/19 - [호주살이/일상생활] - 수도세 (Water Bill) 폭탄
우리 부부가 수도꼭지를 괴팍하게 쓰는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못해도 10만번은 수도꼭지를 틀었다 잠궜다 해도 고장나지 않도록 테스트를 했을꺼 같은데.... 검색해보니 나름 300달러도 넘는 수도꼭지인데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쉽게 고장나거나 부서지면 안되는거잖아??
배우자는 - 수도꼭지가 점차 돌아가고 뻑뻑해지는건 둘째치고, 우리 집에서 가장 우울한 (depressing)한게 바로 수도꼭지라고 했다. 위에 사진에 있는 저 모양인데 - 내 눈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수도꼭지로만 보이는데, 자칭 디자이너인 자기 눈에는 -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꽤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래서 눈엣가시 같았나보다.
집을 사고는, 예상하지 않은 지출이 참 많아서, 최근까지는 (처음엔 수도꼭지가 멀쩡하기도 했지만) 수도꼭지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잠재적인 누수에 대한 걱정으로...더이상 이대로 둬서는 안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교체하기로 마음을 정했는데, 주방에 어울리는, 값도 착하면서 기능도 괜찮은 수도꼭지를 찾는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아래 사진의 출처 여기
수도꼭지 모양이 다양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금껏 나는 수도꼭지가 이렇게 비쌀 수도 있다는건 몰랐다. $50미만부터 시작해서 $1,000를 훌쩍 넘는 것까지, 소재나, 디자인, 그리고 제조회사 (=디자인 회사)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혹시 궁금하면 간단히 버닝스 웹사이트 나 주방 레노 전문 업체의 홈페이지를 몇 개 방문해 보면... 감이 온다.
그러던 중에, 몇 일 전에 배우자가 외출을 나갔다가 룰루랄라 아주 신이 나서 돌아왔다. 바로 자기 마음에 드는 수도꼭지를 ALDI에서 저렴한 가격에 사온 것이다. 얼만지 정확히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래 사진에 있는 수도꼭지 모델 ($146.99)과 비슷한 가격이었지 않을까 싶다. (post writting: 오늘 밤에 물어보니까, $79.xx 였다고 한다) 수도꼭지까지 파는 알디... 취급하는 제품의 다양함이 참으로 놀랍다.
배우자가 사온건 바로 요런 모양의 수도꼭지다.
처음에 나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선입견을 가지고... ALDI에서 사온게 과연 괜찮을까... 저거 검은색 부분 별로 마음에 안드는데.... 였었는데, 오늘 반나절을 들여서 직접 수도꼭지를 교체하고 보니까, 기존에 있던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결론에 달했다.
우선 새 수도꼭지는 (새것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매끄럽게 물을 틀었다가 잠글 수 있었고,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로 이동하는 것도 전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수월했다. 물이 나오는 모양도 (한가닥 vs. 여러가닥으로 흩뿌리기) 호스 끝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쉽게 변경할 수 있었다. 버튼이 별 힘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눌러진다는 것과, 수도꼭지를 잠그면 원래의 물 나오는 모양 (공기방울이 섞여서 튀지 않게 쏴아악... 한 줄기로 나오는 것)으로 자동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내게는 장점인 것 같다.
무엇보다 신기했던건, 기존에 있던 수도꼭지는 싱크대에서 분리해서 제거하는데 스내퍼를 2개나 써서 아주 고생고생 해서 해체 및 제거 할 수 있었는데 반해, 새 수도꼭지는 연장(?)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고 맨손으로 쉽게 설치할 수 있었다. Instruction에 오히려 도구를 사용하지 말라고 적혀있었다는 점이 특이했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새걸로 교체하면 (우리가 산 모델만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처음 30분 동안은 물을 그냥 흘려줘서 수도꼭지나 호스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이물질을 제거해야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마지막으로 - 배관공을 불러 수도꼭지 교체를 하면 약 $80 to $250가 든다는데 (출처: how much does a plumber), 배우자가 직접 교체해서 돈 굳혔다. 이런걸 보면 배우자가 가끔은 유용하구나 싶다.
이제 새로운 수도꼭지가 생겼으니, 싱크대 아래에 있는 수도관이 기울어지거나 손상되어 누수가 생기는 걱정은 한동안 접어도 되겠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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