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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

수도세 (Water Bill) 폭탄

by 반짝이는강 2019.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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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아본 수도요금 고지서

호주에서 내 집을 사고보니 수도세를 내게되었다. 그럼 호주에 6년 넘게 살았는데, 그 전에는 낸 적이 없느냐고? 그렇다. 그 전에는 호주에서 수도세를 낸적이 없다. 

호주의 지은지 좀 된  아파트나 유닛들은 수도 미터가 개별적으로 달려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개별 아파트에서 정확히 얼마를 썼는지 산출할 근거가 없기때문에, 이런건 세들어 사는 사람에게 직접 내라고 하는 일이 좀 드물다. 

시드니에서 내가 살던 아파트도 Meriton이 지어서 2012년인가에 완공된 비교적 새 건물이었는데도, 개별 수도 계랑기가 없었다. 그래서 수도세를 내 본적이 여태 없었다. 


브리즈번에서 집을 사고 - 지난 달에 처음 수도 요즘 고지서를 받았다. 수도요금은 분기마다 청구가 되는데, 지난 번에 받은 것은, 직전에 살던 사람이 사용한걸 내가 내는 셈이라 정확히 따지자면 내가 쓴 요금은 아니었다. 물론 주택매매를 할 때 Special Water Meter Reading을 해서 이전 사람이 쓴 금액만큼은 집값 세부산정할때 되돌려 받았다. 그래서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그러다 드디어 두둥~~~ 주 초에 시드니 출장을 갔다 돌아오니, 수도요금 고지서, 즉 Water Bill이 도착해 있었다.   

뭐시라........? 내가 쓴건 아니지만 지난 번에 낼때 보니까 대략 3개월 요금이 $525.25 였는데, 이번에는 $824.30 이라고?? 이 사이에 우리가 살고 있던게 절반쯤 되고, 나머지 절반은 이전 주인이 집 팔려고 내놓은 때라서, 아무리 잔디에 물을 줬다지만 빈 집이었기에 물 사용량도 거의 없었을텐데? 


고지서를 받고 - 이사오자 마자 갈색으로 변해가는 잔디에 3일을 주구장창 물을 줬던게 떠올랐다. 처음 두 달 동안 - 베란타를 한두시간씩 물청소 해대던 나의 배우자도 떠올랐다. 그리고.... 평소에 이틀에 한번 샤워도 잘 안하던 배우자가 하루에 최고 여섯번씩 샤워를 했던 것도, 수도꼭지 틀여놓고 설겆이 하는 것, 양치하는 것, 아침에 커피 끓일 물을 받기전에 오분씩 수도꼭지를 틀어놓는 것.... 그리고 나의 텃밭에 물 주기까지...

호주의 수도세가 비싸다는건 대충 알고 있었기에 그냥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한국과 호주의 1톤당 물 가격 및 상하수도요금

한국은 물 1톤당 가격이 413원인 반면 (출처: K-Water) 브리즈번은 톤당 76.8 센트다. 그리고 가구당 74톤이 넘어가면 누진세가 붙어서 1톤당 $1.489로 가격이 2 배로 뛴다. 

한국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2014년 기준 335 톤이고 가구당 상하수도 요금은 매 월 1만 3천원 남짓이다. 

호주, 특히나 퀸즐랜드 동남쪽 사람들의 2017년 기준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177L 이고 (출처:  여기),  2015-16년의 가구당 1년 평균 물 사용량은 200 톤 이다. (출처: 호주통계청

내가 받은 수도요금 고지서에 따르면 브리즈번 및 내가 사는 지역의 가구당 1일 물 사용량은 약 450 L 다. 한 달을 30일로 해서 요금을 산출하면 0.45 kL X 0.768 cent X 30 일 = $10.368 이다. 여기에 수도 접근비용이 한달에 $18.04 씩 붙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물을 하나도 안써도 한달에 $18씩은 내야하고, 보통은 못해도 $28.4씩은 요금이 나온다는 말이다. 

1 가구가 몇 명을 포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1가구가 2명이라고 가정한다면, 호주사람들은 한국보다 물을 적게써도, 수도세에는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는 셈이다. 아... 참고로 호주에서 상수 (깨끗한 물) 요금은 하수 (사용한 물, 즉 더러운 물) 요금과는 별도다. 


추가 조사

호주의 가구당 1년 사용량에 맞먹는 물을 - 우리가 3개월 만에 썼다고?? 우리가 물을 많으 쓰는 부부이고, 둘 다 물을 낭비하는 성향이 크게 있다고 치더라도, 그래도 좀 이상했다. 

가정에서 하는 활동 별 평균 물 소비량 (출처: Riverina Water)

게다가 앞으로 한 달에 $2~300씩 수도세로 내야한다면 그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당연하게도 나는 요 몇일 배우자한테 물 아껴쓰라고 잔소리를 엄청 해댔다. 어디서 들었던건지, 읽은건지 기억은 안나지만 - 집안의 경제적인 가장인 아버지가 물을 포함해 이것저것 아껴쓰라고 어머니에게, 자식들에게 잔소리를 해댄다는... 뭐 그런 이야기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각종 공과금 및 집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비용을 내가 내고있다보니까.... 이런 이야기에 나오는 "아버지" 혹은 "집안의 경제적 가장"이 왜 그리 잔소리를 했었어야 했는지.... 갑자기 막 공감이 되었다. 내가 직접 번 돈 나가는 것처럼 제발 좀 아껴쓰라고!! 


어떻게 해야 물을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곧 내야하는, 그리고 앞으로 내야할 수도세에 대한 걱정과 쓰라린 마음을 안고, 어젯밤에도 홈오피스에서 밀린 이메일을 정리하느라 야근을 하고 있는데 - 그간 밤에 간간히 계속 들려오던 물 흐르는듯한 소리가 다시 내 귀에 들려왔다. 이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쳤는데, 수도 요금 고지서를 받고보니 물이 새는게 아닌가 꼭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여기저기 벽마다 귀를 갖다대어보니 - 내 사무실로 쓰는 방과 주방이 이어지는 벽에서 나는 소리라는걸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 - 배우자랑 같이 물 새는 소리라고 둘이 결론을 내렸다. 정말 물이 새는건지 확인하기위해, 집에 있는 수도꼭지를 모두 잠근 후 집으로 들어오는 수도관의 미터기를 들여다 봤다. 

이미지 출처: 여기

수도꼭지를 모두 잠궜음에도 미터기가 빠른 속도로 계속 돌아갔다. 이상하다. 정말 뭔가 잘못됐구나.  어딘가에서 조금씩 새는거라면 미터기가 이렇게 빨리 돌아갈리가 없었다. 어딘가로 수도관이 열린채 방치되어 있다는 말이다. 내 집의 하수는 마당에 있는 내 집 전용 정화죠 (바이오셉틱 탱크)로도 가지만, 마당 곳곳 및 마당 앞의 숲으로도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되어있어서 - 새고 있는 물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는 것 자체도 굉장히 어렵다. 

월요일이 되자마자 말로만 듣던 배관공 (Plumber)을 불러야겠다. 

멀쩡하던 차도 고장나고, 집안 어딘가에서 물도 새고, 지붕에 있는 핫워터시스템도 뭔가 말썽이고... 돈이 여기저기서 나간다.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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