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퍼스에 이어 이번 주에는 시드니로 출장을 왔다. 피곤한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지만 그래도 짧게나마 일상을 기록해 두자면...
주말에 - 엄밀히 말하자면 일요일 오후에 약 100여 가구도 안되는 동네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아래 사진과 함께 광고가 떴다.
Hi Neighbours. In the interest of keeping my kinds amused for an hour I've let them set up a stall at the end of our driveway with cherry tomatoes and herbs they picked. They are "selling" their produce for free. We are at 123 YYYYY if you feel like a walk!
내가 사는 동네 커뮤니티 페이스북에 보면 - 아이들에게 호박이나 채소, 레몬, 라임 같은 것들을 기르도록 시킨 후, 수확기가 되면 직접 수확해서 이웃에게 팔도록 시키는 부모들이 종종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돈을 버는 과정, 성취감, 인내, 사교성을 길러주려는 것 같다. 부럽다.
사진에 있는 동네 전기공 광고판 때문에, 정확히 어딘지 바로 감이 왔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0 미터쯤 떨어진 곳이다. 날씨가 아주 좋은 일요일 오후라, 짧은 산책겸, 이웃도 사귈겸 해서, $2짜리 동선 3개를 주머니에 넣고 배우자를 재촉해서 나가봤다.
갔더니 딸-딸-아들로 구성된 남매들이 실상은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던거지만 우리가 멀리서 걸어오는걸 보고는 신이 나서 잽싸게 자리에 앉으며 방울토마토와 파슬리를 팔(?) 준비를 한다. 선글라스를 낀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는 바로 뒤 철조망 담벼락에 기대앉아 느긋이 지켜본다.
부모님 설명을 들으니 - 날씨는 좋고, 아이들이 심심해 하는거 같아서, 텃밭에 자라고 있는걸 아이들이 직접 수확해서 파는 놀이(?)를 고안해서 1시간만 진행중이란다. 내가 세 번째 손님이라고.
그리하여 동네 꼬마 셀러들로부터 파슬리 한줌과 방울토마토 한줌을 $2주고 사왔다. 제멋대로 자라던거라던데, 내 텃밭의 파슬리보다 크기도 크고 튼실하다. 토마토는 크기가 아주 작기는 하지만, 빨갛게 잘 익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마주하는건 생각보다 참 즐거운 일이다. 사오고 보니까... 돈 대신 초콜렛을 3개 들고 가서 주고 올껄 그랬나 싶다.
요 꼬마애들이 아마 지난 해 할로윈때 우리집에 왔던 손님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게으름을 피우던 토요일에도 날씨가 좋았었다. 토요일에는 한 낮부터 테라스(?)에 앉아있었는데, 카카두가 꺄악꺄악 거리며 우는 소리, 까마귀가 푸드덕 거리며 날아가는 소리, 멀리서 오리가 우는 소리, 동네 개들 짓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랬다.
배우자가 이렇게 사진도 찍어준다. 아마 13년쯤 전에 런던 소호에 있는 리바이스(Levis) 매장에서 산 골덴바지가 아직도 맞다는게... 놀랍구만. 하하하.
오랫만에 Rocklea에서 주말에 열리는 마켓에 갔는데, 보통 토요일 (새벽 6시부터 정오까지 열림)에만 가다가 이번엔 일요일에 갔더니 - 채소랑 과일 스툴은 거의 없고, 잡동사니 파는 가게들만 즐비하다.
원래 목적은 현관 입구에 놓을 관상용 나무를 사는거였는데, 목적과는 달리 머라야 (murraya) 라는 헤지용 나무를 사왔다. 1개 $12라니까 이미 엄청 싼건데, 더 깍아달라고 해서 $12짜리 머라야 묘목 11개에다가 머라야 묘목 작은거 $4짜리를 끼워서 $100 을 주고 사왔다. 배우자가 나보고... 나보고 정녕 "아주머니"가 되어간다며, 협상의 기술이 놀랍다고 했다.
80cm~1m 간격을 두고 심을 예정인데, 언제 있는 나무 정리하고, 이걸 다 심을지 모르겠다. 흠흠.... 이거 심으려고 Cow Manure (=소똥)이랑 삽까지 사온건 안 비밀.
금요일에는 - 해질녁에 이렇게 동네 산책도 했다. 평화로운 우리 동네... 가끔은 브리즈번의 우리 동네로 이사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시드니에 오니까, 시드니 공항은 예전보다 더 붐비고, 하버필드를 거처 서쪽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도 이제 개통을 했다. 시드니에서 브리즈번으로 이사 간지 이제 1년이 된 셈인데, 이런 번잡함이 새삼스럽다.
I am a country bumpkin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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