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dozen
결혼한지 12년이 되었다. 시간이 훅훅 지나간다.
얼마전에 이번 해에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9월의 끄트머리에 와있다고 했더니, 배우자는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것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막... 그랬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나보다. 생각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
방금 구글에서 찾아보니까 QUARTZ에서 <Physics explains why time passes faster as you age> 라는 글에서는 정신적 자극을 인지하는 능력에 대한 변화로 인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 글에 따르면 사람들은 각자의 mind time이라는게 있는데, 이건 뇌가 맞딱뜨리게 되는 정신적인 이미지 (mental image)의 수, 뇌의 정보처리 능력(?) 및 나이가 듦에 따라 변하는 뇌의 상태와 관련이 있다.
즉, 개개인의 뇌가 정보 (혹은 이미지)를 처리하는 능력이 다르고, 순간순간 이미지 변화의 속도가 다르듯이, 이에 따라 mind time이 달라지고, 시간이 가는 속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게 되면, 시력을 비롯한 신체 능력뿐 아니라 뇌의 기능 등이 서서히 감퇴함에 따라 뇌가 인지하는 정신 이미지 (mental image)의 변화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뇌에서의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신체가 건강하고, 뇌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어린 나이에는 정보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데다 새롭게 들어오는 정보의 양도 제한적이라, 상대적으로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나이가 들면 새로 받아들어야 하는 정보는 많아지는데 반해, 처리속도는 느려기지때문에 그와는 반대가 되는 것이다.
음... 신체기능의 퇴행이 지금은 나에게도, 배우자에게도, 줄곧 진행되고 있겠지. 나이가 든다는 것은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왔었지만, 신체기능의 퇴행, 특히 뇌기능의 저하는 참 암울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든다는게 꼭 나쁜건 아니라고 생각했던건 - 나이가 든다는걸 잘 몰랐던 나의 착각/교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신체기능이 향상될 사람은 앞으로 태어날 조카뿐이구나.
결혼 12주년
최근에 만난 후배도, 엄마도 어떻게 지금의 배우자랑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느냐고 물은적이 있다.
내 배우자는 내가 자기랑 결혼한 것은, 자기의 요리실력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하곤 한다.
내 대답은...글쎄...? 연애도, 결혼도, 거의 모든건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피지(Fiji)에 있는 이름 모를 섬으로 결혼하러갈 때, 배우자가 Ninth Island의 화이트 와인이랑, Jacob's Creek의 스파클링 와인을 잔득 사갔던게 생각이 나서, 결혼 기념일에 마실 와인으로는 Jacob's Creek의 샤도네이+피노누아 스파클링와인이랑, 오늘의 메인 메뉴에 어울릴법한 (그냥 마셔도 너무나 맛있지만) Stonier 샤도네이를 골랐다.
요리실력으로 결혼에 성공한(?) 배우자는 결혼 12주년 기념일에도, 외식하러 갈까 하는 나의 제안을 단칼에 베어버리고, 어김없이 자기가 요리하겠다고 나섰다. 이 날 나의 주문은
** 버섯이 2+ 종류 들어간 스파게티 **
배우자가 만드는 파스타 종류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 봉골레랑 버섯 스파게티 혹은 링귀니이다.
오늘은 흰색 양송이 버섯이랑 갈색 양송이 버섯(Brown cup mushroom) 그리고 베이컨과 화이트 와인이 들어간 소스에, 마당에서 갓 수확한 파슬리랑, 이탈리아 어디에선가 온 치즈를 갈아서 버섯 스파게티를 완성했다.
음.......! 꼭 요리실력때문에 결혼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요리실력은 우리의 하루하루를 즐겁게 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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