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들어 세번째 Quality Control Visit을 왔다. 멜버른으로. 오랫만에 멜버른에 오는 김에 -조금 일찍 와서 도클랜드에 있는 친구네 집에서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몇 달 전에...라고 쓰려다가 생각해보니까 4월인가 왔다간거 같군. 어쨌든 그녀들이 몇 달 전에 우리 집에 다녀갔고,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감사카드까지 보내왔었기에 - 나도 이번에 그네들 집에서 마음 편히 이틀 신세를 지기로 했다.
콴타스 항공을 타고 멜버른에 도착! 출장을 오면 택시나 우버를 타지만.... 이번 주말은 개인적인 용무에 해당하므로 자연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방법들을 이용하게 된다.
그녀들은 도클랜드 (Docklands)에 살고 있는데, 예전에는 거기 써던크로스 역(Southern Cross Station)까지 가는 SkyBus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 노선에 더해서, 그녀 집 바로 앞에서 내려주는 SkyBus 노선이 하나 더 개통했다고 했다.
가까스로 수화물을 찾고, SkyBus 표를 구입해서 탑승~~
탑승하고 보니까 버스 천정에 USB 충전기 포트도 있고, 버스 안에 무료 Wifi도 되고...12년 전이랑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차창밖으로 밖으로 내다본 멜버른 중심부. 최근 10년 사이에 고층 건물들이 많이 생겼다. 이게 과연 좋은건지는...모르겠다...
거의 매주, 많으면 일주일에 3번씩, 혹은 일주일을 통째로 멜버른을 보낸적이 수두룩한 나로서는...멜버른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텅빈 것을 여태 별로 본적이 없는데 - 토요일인 이날은 도로가 한가하다 못해 거의 텅~~~~ 비어있었다.
친구집에 도착하고 보니 - 바로 AFL (Australian Football League) Grand final 때문이란다. 멜버른은 Melbourne Cup 이라는 경마대회가 열리는 날도 공휴일이고, 몇 년 전부터는 AFL Grand Final이 열리는 직전 금요일도 공휴일이다. 참... 대단...하다...
AFL (Australian Football League)
그녀들 집에 도 착해서 AFL final 경기의 마지막 15~20분 정도를 Cho의 설명을 들으면서 함께 관람했는데 Cho에게 구두로 전해들은 바로는 AFL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AFL은 호주 (빅토리아에서)에서 창시된 -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호주의 독특한 게임임.
호주에는 약 18개의 클럽이 있음.
한 팀은 18명 -> 양팀 합해서 36명이 동시에 뛰어다님.
양 끝에 막대기가 긴거 2개, 조금 짧은거 2개씩 해서 총 4개까 꽂혀있는데, 가운데로 들어가면 - 즉, 높은 막대기 두 개 사이로 공이 들어가면 5 점이고, 양 옆으로 들어가면 1점인가...???
최종전이 끝나면, 진 팀은 이긴 팀의 18명 전원에게 메달 수여식이 끝날 때까지 경기장에서 매너를 유지하며 박수쳐야함. 진 팀은 박수치며 이루말할 수 없는 패배감을 맛볼듯.
다만 진 팀은 다음 해 고교선수 선발 시에 선수선택 우선권을 가지게 됨. 이 말은 선수가 가고 싶은 팀에 지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말 - 부모님이 왕년 AFL 선수였던 경우에 한해서만 특별히 부모님이 왕년에 뛰었던 AFL 팀으로 갈 수 있음. 즉 부모특혜인 셈.
소수의 선수들만 엄청난 연봉을 받고 - 다른 선수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거나 차별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들이 받을 수 있는 연봉 범위가 정해져 있음.
Cho & Noemi와 함께 한 주말
왕년에 시드니 르꼬르동 블루에서 수학하고, 시드니에 잘 나가는 레스토랑에서 돈 내고(?) 인턴인가 트레이닝인가를 받은 적이 있는 Cho는 저녁은 얼그레이 (Earl Grey tea)에 절인 연어구이 + 얼그레이 글레이즈 라고 알려주었다.
ALDI에서 새로 사왔다는 알루미륨 후라이팬 꺼내주시고~~
요즘 와인을 덜 마신다고 했지만, Cho는 그녀의 와인 저장고에서 식전주, 식사주에다가, 식사 후 레드와인까지 후하게 꺼내주었다. 그녀의 와인 저장고에 뭐가 있는지 진심 한번 구경해 보고 싶다.
식사 후에는 최근에 유럽을 다녀온 Noemi가 빠리에서 가져온 이름은 기억안나지만 맛있었던 치즈랑 숯(?)이 들어갔다는 라보쉬(Lavosh)를 꺼내주었다.
토요일이 그렇게 지나가고, 일요일이 밝았다.
창 밖을 내려다 보니까 바로 앞- NAB 건물이 보인다. 아마 NAB 본사인거 같았는데... 확실하지는 않음.
그 앞에 심겨져 있는 야자수들이 우람하게 많이도 자랐다. 이 뒤로, 새로운 건물들도 아주 많이 들어섰고, 도클랜드는 - 이제 더이상 예전에 내가 알던 도클랜드가 아니라는게 조금 실감났다.
소일거리로 자전거 수리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Cho랑 철인삼종 경기에 나가는 Noemi 답게 그녀들은 집에 자전거가 많으니, 자전거를 타고 South Melbourne Market에 가자고 했다.
Noemi 는 바로 직전 주에 50 km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 같은 연령대에서 3위를 기록하고, 연단 (=podium)에 올라가 상도 받았다고 했다. 올림픽에 나오는 마라톤이 보통 42.195 km 임을 감안하면, 이건 보통 마라톤보다 더 긴 거리에다가 - 바닷가의 모래밭도 뛰어다녀야 하는 그런 코스였는데.... 그냥 대단할 뿐이다.
나도 왕년에는 90 km 자전거 타기에도 나갔었지만 요즘 운동이라곤 전혀 안해서 몸이 뻗뻗할대로 뻗뻗하다. 그런 그녀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South Melbourne Market 으로 GOGOGO!
South Melbourne Market
시장구경은 언제 해도 재미있다. 멜버른에는 Prahran market 이랑 퀸 빅토리아 마켓이 유명하고, 그 외에도 다양한 시장들이 있으니, 시간이 되는 분들은 가보시길.
갓 구운 빵들과, 디저트들
Cho의 말에 따르면 시장안에 있는 생선 가게 중에서 특히나 신선도가 높다는 생선가게 - 눈으로 보기만 해도 생선의 신선함이 막 느껴진다. 다만 시장 안의 다른 가게들에 비해 가격은 조금 사악하다고.
Cho의 말에 따르면 - 아주 부유한 yummy mommy들이 선호하는 정육점이라고. 한 눈에 뫄도 아주 알흠답고, 더 손직할 것 하나없이 고기들이 준비되어있다.
언제 지나쳐도 눈이 즐겁고, 기분까지 좋게 해주는 꽃집
시각을 자극하는 수제초콜렛 집. 코코아 씨앗이 내 손보다 더 크다는건 이 가게에 전시되어 있는 코코아를 보고 처음 알았다.
시장 안 곳곳에 굴을 파는 곳들이 있는데 - 다들 붐빈다. 시장에 오기 전에 Noemi는 시장안에 굴을 파는 가게 중에 항상 붐비는 곳이 있는데, 생굴을 먹는 내가 왔으니 한번 같이 도전해보자고 했었다. 그런데 그 집은 - 이 날도 여전히 줄이 길어서 그냥 바로 포기.
시장 구경을 마치고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시장 입구에서 터키쉬 브레드 같은 빵에다가, 즉석에서 생선을 구워 빵에 끼워파는 곳이었는데, 거기에 생굴을 한 개에 $1.5 에 팔길래 소심하게 3개 주문. 자세히 보니까 굴 3개 중에, 하나는 껍질은 한 개인데, 굴이 2개 들어있다. 그래서 레몬을 살짝 뿌려 노미랑 나랑 2점씩 냠냠.
이렇게 봐선 과연 맛있을까 싶은데 - 한 잎 베어물어보면 오!!! 진짜 잘 한 선택이구나!! 싶은 만족감을 주는 구운 생선을 끼운 빵. YumYum!!
점심도 먹었으니 차나 한잘 할까해서 간 커피 전문점. 노미는 커피를 마시고, 초는 홍차를 마시고, 나는 커피전문점에 온 보람없게 파인애플 쥬스를 마셨다.
지나가다 보니까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주말 그림그리기 수업/교습 같은게 열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모두 그리고 있는 그림 옆에 다들 와인이 한 잔씩 놓여있는게 보인다. 어쩌면 다들 알딸딸한 상태에서 창의력 및 창작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도...?
일요일 저녁에는 그녀들과 함께 윈저에 있는 bar에 가서 다른 커플 만난 다음,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Windsor로 가려고 트레인을 탔더니 - 아마 5년도 더 전에 구입한 내 MIKI 카드는 유효기간이 지났단다. 내 돈 돌리도....!
호주의 낯선 장소에서 아는 사람 만나기
Southern Cross 역에서... Windsor로 가는 트레인 안에서... 초랑 노미랑 수다를 떨고 있는데 - 나랑 2 m쯤 떨어진 곳에, 이전 직장에서 내 line manager 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보인다. 눈이 마주쳤다가 - 한동안 응시하다가 아닌거 같아서 시선을 돌렸다. 소위 말하는 백인들이 동양인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듯... 내 눈에는 소위 말하는 백인들이 다 좀 비슷해 보이기도 하므로...
내가 아는 그녀는 시드니에 살고 있고 여기는 멜버른이니까. 그리고 내 기억속에 그녀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녀는 좀 nice 해보이기도 했다. 그녀도 나를 못알아보는 것 같아서 - 모르는 사람인걸로 단정.
그렇게 초랑 노미랑 수다를 이어가는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가방을 챙긴다. 그리고... 나에게 와서 인사하는게 아닌가? 헛.헛.헛.
그녀가 담당하는 임상연구의 CRA 개시모임이 잡혔는데, 자기가 함께 가야해서, 멜버른에 있는 어머니댁에도 들릴 겸, 조금 일찍 일요일에 왔다고 했다.
살다보니까 - 이렇게 쌩뚱 맞은 곳에서 아주 가끔은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트레인에서 수다를 떨다가 - 공교롭게 윈저역에서 함께 내린 후,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추운 기간이 긴 멜버른답게 이렇게 가스난로가 켜져있다.
오랫만에 진앤토닉을 한잔 마시고~ 저녁으로는 멕시칸 음식점에서 - 다양한 타코와....타코와....타코들을 먹었다.
이 날 만난 독성전문가 Mark는 우리 집 마당에 출몰하는 케인토드 (Cane Toad)라는 두꺼비는 - 피부에서 독을 내뿜는 것은 맞지만, 그 두꺼비가 나한테 팔짝 뛰어들어 피부의 점색을 나에게 잔뜩 묻히더라도 - 그 정도 독이 치사량은 안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주었다. 다만 이 케인토드를 먹으면 사망할 수 있다고 한다. 가끔 개들이 이 두꺼비를 먹고 죽는다고....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 호텔에서 공짜로 주는 샴푸/린스 중에 지금껏 가장 좋았다고 생각되는 제품이 진열되어있는 가게를 지나오게 되었다.
이전에 멜버른에 자주 출장을 올 때 아트 시리즈 호텔의 하나인 Blackman hotel과 Cullen hotel 에서 써보고, 직접 사보고 싶었는데, 제품명이 기억이 안나서 못샀던... 그런 제품을 우연히 다시 발견한거다. EVO 제품인데 - 헤어제품만 나오는게 아니라 스킨케어도 나오나보다. 좀 비쌀꺼라고 예상은 했지만 300ml에 $34 라니...음...한동안은 계속 Herbal Essences랑 팬틴을 써야겠다.
오랫만에 멜버른에 오니까 좋다.
오랫만에 Cho랑 Noemi를 만나니까 그것도 무척 좋고. 월요일 아침에 그녀들 집을 떠나면서, 우리집으로 꼭 놀러오라고 했더니 오늘 연락이 왔다. 멜버른 컵이 열리는 11월 첫 주에 우리집으로 놀러오겠다고 말이다. 기대하며 기다릴 것이 생겨서 조금은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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