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출장
한 달에 한번씩 하는 임상연구부서 미팅에 참여하기 위해 시드니로 출장을 왔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만 해도 나는 언제쯤 출장을 다녀보나 - 언제쯤 회사에서 나한테 해외출장을 가라고 할까 -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십년 이상 회사생활을 한 요즘은 출장을 가는게 꼭 설레거나 기다려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출장을 가는건 곧 더 많은 책임감을 요하고, 출장을 가기 전후로 추가적으로 해야하는 일들도 많기때문이죠. 정기적인 부서미팅은 그나마 나은 셈임니다. 회사 내부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보니 회사 외부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부담감이 적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시드니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게이트에 도착했을 땐 못해도 50명은 넘어보이는 9-10살 정도의 아이들이 웅성거리고 있습니다. 아이쿠.. 그래서 좌석선택이 잘 안되었던거구나. 시끄럽겠는걸 싶었습니다. 그 많은 아이들이 모두 비행기를 타고, 저도 제 자리를 찾고보니 - 그 어린 학생그룹의 바로 앞자리더군요. 저는 그 어린 학생들의 선생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물어보니 시드니의 타롱가 주에 들렀다가 캔버라로 수학여행을 간다더군요. 그 많은 아이들을, 그것도 상당히 어린 아이들을 인솔해서 가려면 그것도 쉽지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 호주 아이들은 이렇게 커서 독립심이 생기나보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 많은 아이들을 선생님이 하나하나 챙겨줄리는 없고, 아이들 스스로가 선생님이 하는 말을 잘 듣고, 규칙을 지키고, 뭐든 스스로 알아서 해야한단 이야기죠.
참!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드니 착륙시 콴타스 기장님의 멘트였습니다. 브리즈번의 어느 학교에서 온 아이들인지, 일정이 어찌되는지 비행시간동안 확인을 했나봅니다. 시드니의 현재 기온과 오늘의 날씨를 알려주면서, 브리즈번 모모 학교 학생들 - 타롱가 주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캔버라까지 안전한 여행 하라고 멘트를 날려줬거든요. 아이들은 와~~ 하며 박수치며 좋아하더군요.
오랫만에 시드니에 와서 - North Ryde에 있는 Courtyard Marriott Hotel에 체크인을 하니 7층에 있는 방을 줍니다. 멀리 챗츠우드가 보이고, 파란 하늘에 - 날씨도 좋습니다.
회사 바로 앞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은 처음인데 그동안의 제 선입견(?)과 달리 방도 마음에 듭니다. 특히나 여기 침대랑 침구는 excellent 입니다. 매트리스 타퍼 (topper)를 깔아둔건지 너무 딱딱하지도 푹신하지도 않았고, 이불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알맞는 온도에다가, 베게는 머리를 대고 누우면 너무나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2박을 하는 동안 매일매일 말로만 듣던 꿀잠을 잤네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매리어트 침대(?)는 미국에서 주문제작하는 것으로 매트리스는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것이랍니다. 매리어트 투숙객들이 종종 (혹은 꽤나 자주) 문의를 해서인지, 매트리스 및 침구를 따로 판매하는 웹사이트까지 있습니다. 혹시라도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구경해 보세요.
https://www.shopmarriott.cn/en/
침대를 킹사이즈 (2x2m)로 바꿔볼까 고민해 오던터라 베이스랑 매트리스 가격을 찾아봤더니 호주달러로 근 6000$길래 그냥 바로 포기합니다. Feather & Down Mattress Topper 는 약 $500 네요.... 음... 로또라도 당첨되면 살 수 있겠습니다. 혹은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 끝나기 전에 얼른 사야하는건가??
오후 미팅을 마치고, 체크인을 하고, 직장동료들과 pub dinner를 하자며 근처에 새로 생긴 The Governer Hotel로 향했습니다. 시드니의 맥콰이어리팍 (Macquarie Park)는 통신, 의학 연구, 제약산업, IT&T 관련 비지니스 업구지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출처: City of Ryde) 특히 시드니에 지사가 있는 많은 제약회사들 (화이자, 로슈, 노보노디스크, 바이엘 제외) 및 CRO (노보텍, PRA Health Sciences, PPD 제외) 들이 위치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 지역은 pill hill 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뉴사우스 웨일즈 주에서는 맥콰이어리 파크 지구에 앞으로도 지식정보산업, R&D 산업을 계속 유치할 예정이라네요.
아무튼 - 앞으로도 이 지역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서 그런지 드디어 제대로 된 펍이 생겼습니다. 그 동안은 펍다운 펍이 딱 1개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제 사무실이랑은 먼 위치에 있어서 최근 4년 동안 딱 한번 가봤네요. 그럼 호주 직장인들은 일 끝나고 한 잔 하는 문화는 없느냐?? 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분야마다 다르지만 제가 몸담는 업종에서는 없는거 같습니다". 아마 맥콰이어리 팍에 출퇴근 하는 분들은 - 다들 일끝나면 바로 집으로 갈꺼에요. 한잔 - 할데가 근처에는 거의 없습니다. 오죽하면 회사에서 Monthly Friday Social Drink를 해서 사무실에서 간단히 진짜 딱 1잔만 할 수 있게 해주겠습니까.
한국 CRA CPM에 대한 평가
The governor에서 저녁을 먹는 와중에 최근에 한국의 동료들과 같은 트레이닝을 받았던 J가 한국의 동료들에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호주의 임상연구 업계에 종사하는 CPM/CRM/CTM 들이 한국의 동료들에 대한 평가에 대해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호주에서 6년간 일하며 들어온 한국인 동료들에 대한 호주 동료들의 평가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CRA CTA CTC 에 대한 평가
- 조용하다.
- 말할 때는 소곤소곤 말한다.
- 질문이 없다.
- 주어진 일을 시간 안에 대부분 완료한다.
- 믿음직스럽다.
- 같이 일하고 싶다.
- 늦게까지 일한다
- 대부분 굉장한 미인인데 남자친구가 없고, 싱글이다.
한국 CTM CRM CPM 에 대한 평가
- 일을 꼼꼼하게 잘 처리한다.
- 질문이 없어도 너무 없다.
- 말이 없다.
CRA CTC CTA 에 대한 평가와 CTM CRM CPM 에 대한 평가의 뉘앙스가 약간 다른게 느껴지시나요? 그렇습니다. CRA CTC CTA 레벨에서는 해당 롤에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이 최고죠. 그런 면에서는 야근을 해서라도 맡은 일을 기한 안에 척척 해내는 한국 동료들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엄지척!! 인거죠. 반면 프로젝트나 사람을 매니지 해야하는 CTM CRM CPM 으로 가면 주어진 일은 당연히 잘 해야합니다. 매니저 레벨이 되면 (제 생각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융화되고, 팀이나 조직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그러니 사소한 것에도 질문을 하고, 수다도 떨고, 잘하건 못하건간에 발표도 하는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야 환대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죠.
물론 적극적이고, 발표거리도 스스로 만들어서 하는 한국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반대입니다. 저녁을 먹으며 J가 말하기를 1주일 동안 같이 교육을 받는데 - 한국에서 온 분들은 질문이 전혀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AREAS OF IMPROVEMENT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 난 인정받을 필요 없다 - 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인정받을려는 것 뿐만 아니라, 어느나라에 있든 간에 조직에 본인을 각인 시키고, 인정도 받으려면 다음을 숙지하고 실천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밑져야 본전이니 교육이나 회의에 참석할 때 질문을 많이 한다. 명심할 것은 - 멍청한 질문은 없다. 질문 하는건 부끄러운게 아니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니, 본인의 이름을 밝히고 당당하게 질문하자.
- 말 할 때는 목소리를 크게 한다. 쩌렁쩌렁 울리도록 최대한 크게
- 야심있는 분이라면 - 속으로만 야심을 불태우지 말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자. 아시아퍼시픽 미팅같은게 잡히면 위에 상사가 시킬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본인이 이런이런 주제로 발표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상사에게 먼저 물어보자. 아니면 본인이 그냥 아젠다에 넣어도 된다. 꽝꽝꽝.
- 한국 내에서나 아시아퍼시픽, 혹은 전세계 미팅같은걸 하면 - 미팅을 준비하는 커미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그래야 다른 나라 사람들이랑 교류할 기회가 생긴다.
- 영어 못한다고 기죽지 말자. 한국사람이 영어하는 만큼, 다른 외국어를 잘 하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 드물다. 영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인거지 당신은 영어선생님이나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아니다. 가끔은 내 영어는 완벽한데 대체 너는 왜 못알아먹는거니??? 라는 자뻑 마인드셋을 장착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내 말을 못알아들으면 더 큰 목소리로 조금 천천히 말하면 된다.
한국에서 임상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세계무대에서 조금 더 많이 자주 보였으면 좋겠어서 적어봤습니다. 그럼 - 다들 화이팅!! 아차!! 그리고 너무 늦게까지 야근하고 그러지 마세요. 인생을 즐기려고 일하는거지, 일하려고 사는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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