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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직장생활 3년 5년마다 돌아오는 슬럼프

by 반짝이는강 2018.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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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다 보면 혹은 새 회사에 다니다 보면 처음 1년은 적응하느라, 그리고 신기한게 많으니까 재미있어서 후다닥 지나가는 경향이 있는거 같습니다. 직장 생활 2년은 이제 시스템이나 사람들이 익숙해져서 능률이 오르기 시작하는 때이고, 3년째가 되면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과 동시에 슬럼프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보통 3년을 주기로 승진을 시켜주거나, 보직이동을 해주는지도 모르겠네요. 


처음 직장은 2년 반을 다녔고

두번째 직장은...세번째 직장은...네번째 직장도...

다섯번째 직장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임상쪽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 삼년 반을 다니고 호주에 와서 다시 일년 반 남짓을 다녔네요. 그러니까 총 5년 남짓. 맞아요. 5년 근속 기념으로 회사 로고가 들어가 있는 실버로 된 사진 프레임도 받았네요. 아직 집에 잘 있습니다.

여섯번째 직장은 이제 4년이 넘었군요. 5년째에 접어든 셈입니다. 이 여섯번째 직장에서 그간 그토록 원하던 manager 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그게 벌써 3년이 되었는데 - 시간이 갈수록 이 직업이, 그리고 직장생활이 녹록하지 않음을 깨닫는 중입니다. 


APAC 에서 일하는 많은 CTM/CRM/CPM 들이 그렇겠지만 일주일에 두세번은 밤 10-11시에 다시 일을 시작해서 자정이 넘도록 혼자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게 요즘 제 현실입니다. 지난 주 부터는 DBL 관련해서 여러가지 escalation email 들이 제 보스의 보스에게로 날아가는 통에 - 요 몇일 계속 후달렸네요. 오늘도 예외가 아니었구요. 이번 주는 계속 이럴꺼 같습니다. 제발 이번 주로 끝이 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렇게 일을 하다가 이르면 12시가 조금 지나서, 늦으면 2시가 다 되어서 제 홈오피스로 쓰는 방에서 나가면 - 배우자는 어느새 소파에서 잠들어있죠. 거의 매일 저녁 그렇습니다. 저녁에 뭔가 재미있는 드라마 시리즈라도 볼라쳐도 - 제약회사의 본사들이 거의 다 미국에 있어서 다 포기하고 한밤중 미팅에 들어가야 하는 날도 많습니다. 재택근무를 하고 유연근무가 허용되기는 하지만 - 요즘같이 브리즈번의 시간이 시드니보다 1시간 늦을 때는 그래도 아침에 8시에는 online에 나타나줘야 할꺼 같아서 (그래야 시드니 아침 9시니까) -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먼저 키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루 종일 거북이 목을 하고 컴퓨터를 들어다 보고 - 허접한 영어로 이메일을 쓰고 미팅을 주관하고 나면, 어떤 날은 진이 다 빠지는 기분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요즘은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현재의 포지션에서 3년이 되어 나타나는 슬럼프 일까요. 현재의 회사에서 5년 있었기에 나타나는 슬럼프 일까요. 


쾌활하고, 말도 잘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젋은 (?) 사람들을 보면 - 제가 과연 경쟁력이 있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제 삶은 - 공부만 좀 하면 항상 순조로웠기에, 현재의 상황이, 지금의 나이가 낯설고 어렵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군요. 오늘은 업무를 끝내고 마당에서 잡초를 뽑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첫째가 아니라 둘째나 셋째로 태어났다면 - 조금 더 사교성이나 사회성이 좋지 않았을까 혹은 눈치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죠. 


주말에 이웃집 Dave와 Gloria네 집에 초대를 받아 다녀왔는데 - 거기서 그 집 첫째 딸 George를 만났습니다. George는 16살인데, 일요일이라 하루 종일 KFC 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저녁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12월이 되니까 사람들이 uptight 해진거 같다면서 조금은 툴툴거리면서 말이죠. George는 그 외에도 이웃집 아이 돌보는 아르바이트도 가끔 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은근 조지가 부러웠습니다. 학교에만 매여있는게 아니라 - 어릴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직장 동료들을 보면 다들 16살 이상의 아이를 둔 부모라면, 부모가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 아이가 스스로 돈을 벌어 쓰고 사회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아르바이트를 시키더군요. 호주에서 자란 사람들은 보면 - 순진하면서도 자신감 있고 당찬데가 있는데, 어릴때 부터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자립심과 사회성을 길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은근 부러웠습니다. 


요즘 제 일에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슬럼프 -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극복 할 수 있을까요? 이번 연말 휴가를 보내면서 -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조금은 고민해 보아야 할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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