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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홍수

by 반짝이는강 202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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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내내 그리고 지난 주말에 퀸즐랜드 남동쪽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정말 거짓말이나 과장을 보태지 않고 - 수도관이 터져서 콸콸 솟아오른 물이 우리집으로 떨어지는 느낌?? 이라고 해야할까? 혹은... 양동이로 물얼 퍼다가 지붕위에 끼얹는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자다가도 비가 오는 소리가 너무 세서 깬 적이 거의 매일...

지난 금요일부터 - 홍수(flood)가 날수 있다는 경고가 날아들기 시작했고, 그 날 다행히도 배우자를 시켜서 육류쇼핑은 미리 해둔터였다.
토요일이 되어서는 - 토요일 일요일 내내 비가 올 예정이며, 브리즈번 강 범람 위험이 있다고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배우자는 - 혼자 장보기를 시켜놨더니 육류만 사오고 야채/과일은 안사왔길래 - 토요일에 서둘러서 오전에 야채/과일 장보기를 한 번 더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날 오후부터 지속된 폭우로 인해 강 수위가 급격하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집으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 동네 페이스북에 이런 사진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집에서 브리즈번 도심으로 나갈려면 (멀리멀리 우회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이 길을 지나가야하는데 - 순식간에 이렇게 물에 잠겼다.

브리즈번 홍수

여기는 지대가 낮아서였는지는 모르지만 - 길 양쪽에 화원만 하나씩 있는 곳인데 - 화원이 통째로 잠기고 지붕만 남았다. 이 도로가 물에 잠기고, 몇 킬로미터를 떨어진 곳에 있는 도시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길도 물에 잠겼고, 강을 건너주는 페리도 운행중단 (떠내려갔는지도 모르겠다) 되어서 사실상 우리 동네 인근 주민들은 외부와 단절되었다.

길이 물에 잠긴 요 고립된 지역에 - 슈퍼마켓은 IGA랑, Coles 1개가 있었는데 - IGA는 직원들이 출근을 못해서 영업중단이었고, COLES는 모든 신선식품류 및 식품들이 동나서 흡사 매장을 개장하기 전(?)처럼 보였다. 정말 진열대에 아무것도 없.었.다. 코로나가 터졌을때의 상황은 약과였을 정도...

월요일이 되고 - 비가 그치면서 - 브리즈번 곳곳의 상황들이 올라온다.

홍수

아래 사진은 Rocklea... 주말에 락클리 마켓이 서는 곳이고, 야채 꽃 도매가 이뤄지는 곳인데 - 다 물에 잠겼다.
시티접근성도 나쁘지 않은데 왜 주택가가 아니라 - 상업/공업용지로 쓰나 싶었는데, 아마 저지대라서 침수의 위험때문에 주택가가 없었나보다...

홍수 브리즈번

강 옆 아파트들... 지대가 높은 곳에 지은 것들은 괜찮겠지만, 셔우드, 테니슨, 투웡, 밀튼 쪽에 미패가 많았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셔우드와 힐게이트 중간 어디쯤인듯...

2011년 홍수를 맞고나서 - 페리 선착장이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게 일부러 부형식으로 만든거라고 하는데 - 떠내려가지는 않았지만, 강물에 떠내려온 것들이 쌓이고 부딪히면서.... 괜찮은지 모르겠다.

아마 캥거루 코인트쯤에서 찍은 듯한 브리즈번 전경... 얼핏 보면 괜찮아보이는데... 강을 따라서 있는 보행자 및 자전거 전용 도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강물 수위가 높기는 많이 높다.

브리즈번 강

강 아래에서 보면 - 강 옆에 있는 카페도 잠겼고. 보통 10 m 이상 자라는 포인시아나 나무도 물에 잠겼고, 다리의 <다리>가 흔적만 보일정도로 남겨놓고 잠겼다. 어떤 지역은 강위를 지나가는 고속도로가 잠긴 곳도 있다. 나름 높게 지은걸텐데 말이다...

브리즈번 2022년 홍수

브리즈번에 2011년에도 홍수가 있었는데, 약 10년 만인 이번에 다시 홍수가 나는걸 보고 - 브리즈번에 무슨 크나큰 문제가 있거나, 혹은 도시관리를 잘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하루에 20~30 cm씩 몇 일동안 이렇게 연달아 비가 왔으니 강이 범람하는게 무리가 아니다고 생각한다.
이 비가 얼마나 폭우였냐하면 이번에 비가 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인근 댐의 수위가 역대 최저로 낮아져서 브리즈번에 물 사용을 제한해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오던 터였는데, 불과 일주일 만의 비로 - 댐이 허용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물이 찼고, 급기아 방류까지 해야했다. 이번에 모인 물은 브리즈번 및 인근 지역이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라고 한다... 그런 양이었으니 이런 폭우가 몇 일간 쏟아지면 버텨낼 수 있는 도시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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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강물 수위가 최고조였던듯 하고, 그 후로 점차 강물 수위가 내려가서 목요일에는 도로들이 다시 제기능을 하게 되었고, 웬만한 곳들로도 다시 다닐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다행히 우리 집은 지대가 높아서 이렇다할 피해가 없지만 - 집에 물이 들어와서 혹은 집이 통째로 물에 잠겨서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된 사람들의 수가 상당히 많다. 하우스 보험을 들어서 커버가 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겠지만 - 그래도 그 심적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을듯 하다.
이번 홍수를 지나면서 보니 - 집에 못가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에게 - 자기집 빈 침실을 선뜻 내주는 사람들도 있고, 생판 모르는 타인을 위해 자진해서 모래주머니를 날라다 주는 사람들도 있고, 이번 홍수고 피해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히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브리즈번 사람들을 Country bumpkin 이라며 깔보는 마음이 있었는데 - 이런 따뜻한 적극성은, 그래도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것, 그리도 나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싶은 마음을 불어넣어준다.

모쪼록 피해복구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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