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는 얼마전 일년 중 해가 제일 짧다는 날 (Solistice) 이 지나갔습니다. 올 해는 6월 22일 이었다는군요. 북반구는 그 날이 일년 중 해가 제일 긴 하지라는 것 알고 계시죠?
몇 주 전에 인두루필리 버닝스 있는 건물에 일본 식료품점이 새로 생겼길래 구경갔다가 팥 한봉지를 사왔습니다. 제 평생 팥은 그 날 처음 사봤습니다. 물론 엄마랑 할머니가 해주시던 팥 요리는 많이 먹어봤죠. 제 생일이 동지 전날이라 생일 음식 = 동지 팥죽이 연상될 정도로 팥죽도 많이 먹고 컸습니다. 그런데 팥은 이제야 처음 사봤네요.
팥 500g에 $4.90면 저렴하지 않나요? 게다가 오늘보니까 호주산이네요. 호주에 사는 아시아인 농부(?)가 농사지은건지… 쪼금 궁금하네요. 호주 혹은 서구권은 일단 팥 먹는 문화는 아니거든요.
즉흥적으로 사오긴 했는데 팥으로 뭘 할까.. 머리를 굴려봐도 팥 들어간 찰밥이랑 팥죽 말고는 생각나는게 없지뭡니까…
제가 팥시루떡을 좋아하지는 않아서요…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니까 팥빙수도 제외…
그러다가 몇 일 전에 누가 동지팥죽 끓여먹었다며 사진 올린걸 보고 - 저도 한 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요!!
팥죽 (디저트로 2-3번 먹을 분량)
1. 팥 약 250g은 일단 팥:물 = 1:3 부피 비율로 해서 중간 불에 올려서 5분 정도 간단히 삶아서 떫은 맛을 없애고요. 팥 삶은 물은 버립니다.
2. 새 물을 받아서 다시 1:3 비율로 맞춰서 압력밥솥에 넣고 만능찜 기능으로 30분 조리했더니 푹 익혀졌습니다. 압력솥에 20분 가량 삶아도 되고요. 그냥 냄비에 팥:물=1:8 정도로 해서 1시간 30분 정도 삶아도 됩니다.
3. 팥 삶는 동안 익반죽으로 찹쌀 새알심 만듭니다. 찹쌀가루200g 에 뜨거운 소금물 (소금 1티스푼+물 한컵)을 한번에 한숟가락씩 넣어가며 젓가락 혹은 포크로 저어주다가 덩어리들이 생기면 손으로 반죽해서 동그란 새알심 만들면 됩니다.
반죽 되기를 봐가면서 소금물을 한번에 한 숟가락씩만 넣기! 반죽이 질어지지 않게 주의!
남은 소금물은 버림.
혹시라도 반죽이 너무 질어졌으면 찹쌀가루를 더 넣어주면 됩니다. 새알심 좀 많이 만들면 되죠….
새알심은 지름 2cm쯤 되게 만들었습니다.
4. 다 익은 팥+팥 삶은 물을 그대로 믹서기에 넣고 곱게 갈아줍니다.
5. 4번을 냄비에 담아 약한 불 위에 놓고 소금 간 + 계피가루 1 티스푼 + 꿀 2 큰숟가락 넣고 저어줍니다.
6. 5번에 새알심을 넣고 5-8분간 약한불에서 끓입니다. 팥죽이 냄비 바닥에 눌러붙지 않게 틈틈히 저어줍니다. 새알심이 팥죽 표면으로 떠오르면 다 익은 것이니 불을 끕니다.
7. 예쁜 그릇에 담아 냅니다. 냠냠~
팥죽 만들때 참고한 레시피는 TANG YUAN 이라는 중국식 단팥죽 레시피인데 - 팥 삶는 시간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설명에 보니까 중국도 동지에 새알심이 들어간 팥죽을 먹나봐요. 한국-일본-중국-대만 참 비슷한게 많습니다.
저 혼자 팥죽 디저트 한 그릇 먹고, 남은 것 냉장고에 넣으려고 글라스락에 담아둔 것만 사진을 찍었네요. ㅎㅎㅎ
어렸을 때 할머니가 끓여주신 - 악귀 쫒는다는 동지 팥죽은 맵쌀이 들어간 것이었고, 그래서 한끼 식사로 김장 김치랑 먹었었는데…. 동지에 팥죽 쑤면 집(?) 혹은 마당(?) 여기저기 한 숟가락씩 뿌리셨었던거 같은데 어디에 어떻게 뿌리셨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네요. 잘 봐둘껄 그랬어요…
저는 디저트 용으로 먹을꺼라고 꿀 넣어서 살짝 달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맛있게 잘 되었어요. 다만 배우자는 팥 디저트는 자기 취향 아니라고 안먹었네요. 저 혼자 다 먹을 수 있겠습니다. 허허허
내일은 월요일이네요. 또 한 주 잘 시작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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