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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에 살고 있고는 D는 밝고 유쾌하고, 일 잘 하고, 업무에도 상당히 많이 도움이 되는, 회사 항암제 부서의 Senior Medical Science Liaison이다.
참고로 MSL은 회사 제품 혹은 파이프라인의 탄생부터 죽음(?? 영어도 안되지만 한국어 마저...)까지 함께 하는 존재로 회사 내부에서는 특정 제품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된 전문가들이다. MSL의 주된, 그리고 중요한 임무는 주요 병원 및 기관의 Key Opinion Leader (KOL)로 불리는 영향력 있는 잠재 고객, 즉 의사들과 relationship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 MSL 이라는 포지션은 1967년에 Upjohn Pharmaceuticals 에서 다양한 치료 영역의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KOL과 유대관계를 형성할 field staff (현장에서 뛰는 사람? 역시 한국어가... 딸린다) 가 필요했던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좀 더 자세히 읽어보고 싶은 분은 여기 themsls.org 라는 웹사이트에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아무튼 나는 여태 한 달에 한번 소규모로 진행되는 WebEx 미팅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몇 번 들어봤고, 그녀에게서 이메일이 오면 자동으로 뜨는 사진을 보긴 했지만 그녀를 만나본적은 아직 없다. 아마 나랑 조금씩 겹치게 된건 최근 몇 달 사이였고, 이 기간 동안 그녀는 임신으로 인해 비행기를 타는 여행이 어려워져서 시드니 사무실에 오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 D가 임신을 했고 이번 달 말부터 출산휴가를 가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지난 주에 소규모 미팅 의장을 하고 회의록을 보내면서, 나는 D에게 출산을 축하한다고 간단히 언급을 했었다.
오늘은 그녀가 출산 및 육아 휴가를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날이었나보다. 마무리 할 일들이 꽤 많았는지 저녁 6시가 다 되어서 그녀는 작별(?) 이메일을 보내왔다. 내가 일하는 부서에도 출산휴가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요런 유머감각 있는 출산휴가 인사 이메일은 처음이라 블로그에 소개해 본다. (그녀의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항상 나이스한 그녀는 양해해주리라).
Dear all,
Just a quick note to say farewell before as I’m heading on parental leave. But most importantly, a BIG THANK YOU to you all, for making ABC company such a great place to work and come back to. I wouldn’t want to work anywhere else (except perhaps in QA at Lindt) - and it’s thanks to your support, passion and team spirit!
If you need to get in touch, I’m keeping my work email and phone, otherwise my personal details are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All the best and I’ll be back before baby can say ‘Chemikalienvollschutzanzug’ (not kidding, below is page 1 from a German ‘First Words’ book I have)
D
이 이메일이 마음에 들고, 소개까지 하고 싶었던 이유는:
- 적당한 유머 (초코렛 만드는 회사인 Lindt 의 품질검사 요원 자리가 나면 거기로 가겠다 라는 문구랑 알수없는 독일어? 그녀는 독일 태생인가보다) 가 들어가 있고,
- 그녀가 얼마나 회사를 좋아하는지도 적극적으로 드러나 있고,
- 그녀가 반드시 돌아올 것임도 표현되어 있고,
- 휴가기간이지만 그녀가 필요할때는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제스처도 있다.
평소에도 똑 부러지고 일 잘할꺼 같은 느낌이 팍팍 묻어나는 그녀지만, 이런 이메일을 보내는 그녀 -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수 있으랴... 그녀의 이메일을 받으니 -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김미경 강사님 강의가 생각난다. 출산 휴가 갈 때, 자기는 물리적으로 잠깐 멀어지지만, 필요시에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암시하고 가라고... 그리고 한달에 한번씩 정도(?) 보스랑 회사 및 부서 분위기도 파악하라고.... 말이다. 자기가 없더라도 아무도 자기가 없음을 눈치챌 수 없게 해놓고 가라고... 그런 말을 했었다. 안타깝지만 출산휴가를 가면 퇴사통보를 하는걸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한국의 실정에 따른 조언이었으리라.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건 꼭 한국이라서 한 말은 아니라는게 내 생각이다. 호주에서는 출산이 퇴사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커리어에 야심이 있는 사람은 한국이고 호주고를 떠나서 그렇게 한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위 이메일에서 그녀의 단어선택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그녀는 "maternity leave" 라는 단어 대신 "parental leave" 라는 단어를 썼다. 그녀가 여성임을 강조하는 단어보다 양성을 포함하는 중립적인 단어를 쓴 것이다. 아마 한국어로는 "출산휴가" 와 "육아휴직" 정도의 차이라고 해야할까? 출산휴가라는 단어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지 안받는지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여성임을 강조하는 단어라는게 내 생각이다. 영어로는 둘 다 leave 이지만 한국어로는 "휴가"와 "휴직" 이라는 전혀 다른 단어가 붙는 것도... 왜 그런지 그리고 그게 사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여성성을 강조하는게 나쁜거냐고 따지고 들면 별 할 말은 없지만... 직원 절반이 여성이 아닌 이상, 한국에선 별 환대는 못받을꺼 같다. 호주에서도 그런가?
그렇다고 육아휴직 혹은 parental leave 라는 단어가 꼭 중립적인건 아니지만, 육아휴직은 남자도 여자도 다 쓸 수 있는거니깐... 일단은 출산 휴가 혹은 maternity leave 보다는 중립적인 단어인 것이다. 별 것 아닌거 같지만 - 내 생각에 그녀는 아마 이런 미세한 단어 차이에도 무의식중에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고, 좋게든 나쁘게든 판단을 (judging) 하는 심리를 이해하고 있어서, parental leave 라는 단어를 썼으리라.
아무튼 - 2019년 언젠가 D가 돌아와서 다시 함께 일할 날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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