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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눈 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 호주에서 교통사고가 났을때 할 일

by 반짝이는강 2018.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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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차가 없다. 호주에서는 내 차를 가지고 출퇴근을 하고, 가까운 마트에 갈때도 운전을 해서 가고, 웬만한 곳은 다 운전해서 간다. 시내 중심가 즉, 오페라 하우스랑 타운홀 등등이 있는 시드니 CBD (Central Business District)를 가는게 아니면 대중교통은 이용해본 일이 거의 없다. 그러던 내가 이번 주엔 배우자가 내 차를 몰고 다른 도시로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부득이 차 없이 생활을 해야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출퇴근이었다. 웬만해서는 재택근무를 해도 별 문제가 없는데, 다음 주에 해야하는 발표준비때문에 사무실에서 다른 부서의 K를 만나야한다. 안면정도는 터야 다음 주에 함께 발표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녀가 제안한 미팅에 참여하느라 이틀이나 사무실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근을 했다.  사무실에서 집까지 고작 7km 남짓이고, 운전해서 가면 20분 정도인데, 버스를 타니 1시간 30분이 걸렸다. 5년이 넘게 거의 안하던 대중교통 출퇴근을 하니, 집에 와서는 7시도 안되서 쇼파에서 골아떨어져서는 10시가 넘어서야 깨고는 했다. 내가 이리 저질 체력은 아니었는데, 그래서 습관이 무서운건가보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회사에서도 매우 바쁜 주라, 10시에 깬다고 그대로 계속 자는게 아니라, 새벽 3-4시까지 일하다가 잠들고는 했다. 거기다 더해 배우자가 있을때는, 매일 내가 원하는 아침/점심/저녁을 차려달라고 말만 하면 되었었는데, 이번 주엔 차가 없으니 걸어서 직접 동네 마트에 갔다가, 무거운 짐들을 들고 집에 와서는, 내가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으려니, 더더욱 힘이 들었다. 기껏 나 혼자 먹을만큼 사서 들고 오는건데도 힘든걸 절감하고는, 나와 동생들이 어렸을때,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거의 매일같이 퇴근길에 시장에 가서 5인 가족 식사재료를 사와서, 식사준비를 했었을까 싶었다. 어머니에게 그때 어떻게 그리 하셨냐고 대단하다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그래도 그때가 재미있고 좋았다고 답이 왔다. 역시 모성애는 강한가보다. 

정말이지 이번 한주는 여러모로 극기훈련 같은 한 주였다. 새삼 나의 저질 체력과, 차의 편리함과, 어머니의 대단함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대단함을 느낀 한 주였다.



금요일인 오늘도, 차가 없는 생활은 계속되었다. 다행인 것은 오늘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 수 많은 미팅들로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었고, 먹는게 부실해서인지 더욱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싶어서 저녁 메뉴를 정하고 동네 마트에 가서 장을 보았다. 재료 중에 파슬리가 있었는데, 필요하다고 해봤자 정말 파슬리 한줄기 정도가 필요한 것이라서, 집 바로 옆에 있는 커뮤니티 가든에서 한 줄기 꺽어오자고 마음을 먹었다. 파슬리 한줄기를 꺽어서 쇼핑백에 넣고 커뮤니티 가든을 나오려고 돌아섰는데, 눈앞에 정확히 아래와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이 도로는 최고 속도가 시속 50 km/h 이고 호주 시내버스들은 과속하는 일은 내가 기억하는 한 한번도 없었다. 200 m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기에 결코 이 버스는 빨리 달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길거리 주차를 해 있던 저 빨간차 (실제로는 짙은 회색 차였음) 는 버스의 진행방향으로 합류한 것도 아니고, 거의 유턴을 할 목적으로 갑자기 버스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퍽 = 쿵 = 쾅" 하는 굉음이 들렸고, 순간 잠시 모든 것들이 정지했다가, 자동차는 천천히 도로와 90도 각도로 1 m 정도 더 움직이고는 멈춰섰다. 나 역시도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잠깐 멍하게 서 있었다. 


평소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던 거리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크랙션을 울리거나 하는 차들은 없었고, 버스 뒤에 있던 운전자들 중 한 명이었는지, DOCTOR 라고 적힌 병원 수술복 같은 옷을 입은 여자 한 명이 급하게 달려왔고, 또 버스 뒤에 있던 여성 운전자 한 명이 달려나와서는 자동차의 운전자가 괜찮은지 살핀 후 자동차 운전자에게 차를 길 맞은 편에 있는 빈 주차공간으로 옮기도록 지시 및 안내를 해주었다. 길 맞은 편 주차공간으로 옮겨진 자동차를 보니, 앞뒤 좌석의 측면 창문의 에어백이 모두 터져서 창문을 뒤덥고 있었다. 


자동차 안에는 총 2명의 사람이 타고 있었나보다. 버스 기사도 내려서 승용차 안에 있던 사람이 괜찮은지 확인한 후, 승용차가 안전하게 길 맞은편 빈 주자공간으로 이동을 완료하는 것을 확인 한 후, 버스 안의 승객들에게 안내 방송을 하고 내리도록 조치했다. 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길게 늘어선 차량들이 순서를 바꿔가며 점차적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안내했다,  

그리고는,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멀리서부터 크게 사이렌이 울리더니, 구급차 1대와, 구조대 2대, 그리고 견인차 1대가 도착했다. 구조대원들은 승용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괜찮은지 등등을 확인하는 듯 하더니, 조수석에 앉아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을 부축해서 천천히 구급차로 데려가 응급조치를 취했다. 버스가 부딪힌 방향에 앉아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그녀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물을 흘리거나 하지는 않았고 교통사고 당사자라고 보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침착해보였다. 
운전자였던 것으로 생각되는 남자는 이런 저런 서류들을 살피며 구조대원들과 한동안 계속 대화를 했다. 사고가 대충 수습되는 것을 보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마 사고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총 30-40분 안에 상황이 정리되었던 것 같다. 



이번에 호주에 살면서 처음으로 목격한 교통사고 및 조치 과정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물론 주변의 골목길로 돌아가는 차량들이 있었을지언정, 크랙션을 울리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고, 모두가 매우 침작했다. 교통사고가 난 운전자나,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나, 부상을 입은 사람이나 모두 말이다.  
구조대 차량 2대는 사고 현장 주변으로 호스를 길게 늘어뜨려서, 주변을 지나가는 차들이 알아볼 수 있게 사고 현장을 표시하더니, 대략적인 사고 정황을 확인하고, 부상자를 처치하는 동안에는, 길 위에 흝어진 깨진 유리파편들을 모아서 제거해 주었다. 사고 수습 후 이 도로를 지나는 다른 차량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리라.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구급차에 남자와 여자 대원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남자 및 여자 환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편하게 처치를 받을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는지, 양성평등의 일환인지, 혹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만약 여성 부상자라면, 더러의 경우에는, 여성 응급구조대원이 있다면 더욱 편하게 필요한 처치를 적시에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운전을 하고 다니지만, 과연 호주에서 갑자기 차가 고장나면, 혹은 갑자기 차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하나 가끔 궁해하고는 했었는데, 이참에 한 번 찾아봤다. 


호주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사고 현장에서

  1. 차량 운행을 즉각 멈춘다. 본인 차량 및 상대 차량의 파손 상태를 확인하고, 추후 보험 처리 등을 위해 현장의 사진을 찍는다. 
  2. 차량의 파손이 심각하지 않다면, 다른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차를 길 옆쪽으로 옮긴다. 만약 차를 옮길 수 없다면, 비상등을 켜두고, 운전자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만약, 밤이라면 헤드라이트를 켜서 다른 차량들이 사고 현장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3. 피해상황 확인을 위해 사고와 관련된 다른 사람 혹은 차량이 있는지 확인한다. 
  4. 다친 사람이 있다면, 앰뷸런스를 부른다. (111으로 전화하면 된다.)  만약 다친 사람이 있다면, 그 자리에 있을 경우 즉각적인 생명의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닌 한 앰뷸런스가 올때까지 부상자를 옮기지 말고 그대로 둔다. 괜히 옮기려고 했다가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5. 사망한 사람 혹은 다친 사람이 있거나 건물 등의 파손이 있는 경우 혹은 상대측 운전자가 개인정보를 주기를 거부하거나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인다면 경찰을 부른다.  
  6. 사고와 관련된 차량 및 운전자의 연락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운전면허번호, 차량번호, 차량 보험)를 얻어둔다.
  7. 즉각적으로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서 사고에 대해서 알리고, 견인이 필요하면 요청하고, 필요시, 대체 교통수단 (렌터가 등)도 요청한한다. 
  8. 견인을 하는 경우라면, 차 안에 있던 모든 개인 물품들을 차에서 꺼내 챙기도록 한다. 
  9. 만약 다친 사람이 없고, 연락처 및 보험정보도 순조롭게 교환이 되었다면, 우선 차를 견인조치하거나 혹은 필요한 조치를 취한 후 일단은 자리를 뜨고,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나중에 경찰에 보고해도 괜찮다.  경찰에 교통사고를 보고하기 위한 전화번호는 131 444 이다. 



교통사고가 났을때 확인해야하는 정보

  1. 사고 날짜, 시간, 위치 
  2. 상대 운전자의 이름 및 연락처 (거주지 주소 및 전화번호 포함) 그리고 운전면허 번호 
  3. 상대 차량 소유주의 이름 및 연락처 (가끔 운전자와 차량 소유주가 다를 수도 있으므로) 
  4. 상대 차량에 대한 정보 (차량 등록번호 (rego number), 색상, 모델, 메이커)
  5. 상대 운전자의 차량보험 정보 (보험회사, 보험 종류 및 보험번호)
  6. 목격자가 있다면, 목격자의 이름 및 연락처
  7. 경찰이 온 경우라면, 경찰관의 이름, 경찰관이 속한 경찰서 및 연락처

교통사고가 났을때 하면 안되는 것

  1. 당황하거나 허둥지둥하면 안된다.
  2. 교통사고 현장에서 상대 운전자와 누가 잘했나 잘못했나를 따지려 들거나 다투면 안된다. 
  3. 사고 현장을 뜨기전에 반드시 피해상황이나 부상 정도에 대해 확인한다.  
  4. 사고 현장에서는 자신의 과일이라고 생각될지언정 자신의 과실이라고 인정하면 안된다. 누구의 과실인지는 보험회사가 결정하도록 맡겨야 한다. 

간혹 호주 한인사회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교통사고가 났는데, 상대측 과실이 명백한데도 상대가 "Sorry"를 안한다고 분통터져 하는 분들을 본적이 있다. 호주에서는 "I'm sorry"는 상대랑 옷길이 스칠뻔 한 그런 상황에서나 하는 말이지, 교통사고 같은 상황에서는 설령 본인이 정말 100% 잘못했다한들 절대로 "I'm sorry"는 안하는게 정상이다. 괜히 "I'm sorry" 한번 잘못했다가 엄청난 덤테기를 쓸수도 있고,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기때문이다. 반대로, 교통사고가 났고, 본인이 100%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데 협조는 하되 절대로 "I'm sorry"는 하면 안된다는걸 기억하시길 바란다. 


출처: 



그럼 다들 안전운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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