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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호주의 연금 (Superannuation)

by 반짝이는강 2018.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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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하면 다들 뭐가 먼저 떠오르나요? 캥거루? 오페라 하우스? 몇달 전에 초대장을 배부하는 조건으로 호주하면 떠오르는걸 댓글로 달아달라고 요청을 드렸더니, 나온 답들 중에는 캥거루와 오페라 하우스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코알라나 블루마운틴, 애보리진, 서핑, 본다이 비치 같은건 거의 못본거 같네요. 제가 호주에 초기 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 지금은 전혀 기억이 안납니다만, 지금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호주를 떠올리면 깨끗한 자연 환경과 파란 하늘 그리고 맛있는 음식, 완벽한 날씨가 생각나네요. 

예전에 한국 신문에서 한국의 국민연금 및 연금 (당시에는 개인연금 시대가 도래하려던 참이었죠)에 대해 다룰때였는데, 호주의 연금제도가 매우 우수(?)하다고 비교대상국으로 나온적이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호주의 연금 제대로 진짜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호주 연금에 대해 간략히나마 써보려고 합니다. 


연금


 
호주 연금 - 개요 
한국의 국민 연급이 그렇듯이 호주에도 Superannuation 이라고 불리는 급여를 받는 근로자라면 모두 가입하게 되는 연금제도가 있습니다.  줄여서 Super 라고 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은퇴 한 후에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의무적인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입니다.  호주에 본격적으로 연금제도라는 것이 도입된 것은 1983년으로, 정부, 고용주, 노조 (trade union)의 합의하에 당시 노동계에서 요구했던 3%의 연봉 인상 대신에 고용주가 모든 고용자들을 위해 그들 임금의 3%를 연금으로 불입하기로 한 것이 기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후 그것이 사회보장 시스템의 일환으로 확대된 것이지요. 돌이켜 보면 거대한 한발자국을 내딛는 순간이었던 것이죠.

그 후, 1992년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Keating (1991-1996년)의 노동당의 주도하에 연금제도가 본격적으로 확대됩니다. 당시 호주는 서구의 많은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기대수명의 증가, 인구의 고령화 등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했는데,  이에 대한 준비의 하나로 당시 노동당에서는 고용주의 연급 의무납무 (super grantee contribution 혹은 concessional contribution 이라고 함) + 개인의 연급 추가 불입 + 사회안전망 제공 (노령 연금)이라는 세 가지 축을 고안해 냅니다.  이 세 가지 축 중 2개는 성실히 이행되었으나 고용자의 의무납입은 Keating 다음으로 정권을 잡은 자유당의 하워드에 의해 백지화 됩니다. 

Keating의 노동당이 집권 당시 세운 이정표라면, 1991년 3%에 머무르던 고용주의 의무납입 비율을 12%가 될때까지 올린다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운 것이고, 그 다음은 그 계획을 현실화 했다는 것입니다. 즉, 그의 집권 당시 고용주의 납입비율을 해마다 1%씩 올려서 그의 마자막 해인 1996년에는 6%까지 올라갔고, 그 후에도 의무납입 비율은 2002년 9%가 될때까지 계속 오르게 됩니다.  그러다 줄리아 길러드의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2019년까지 고용주의 납입비율을 12%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2013년 9.25%로, 2014년 9.5%로 인상을 감행합니다. 그러나... 노동당의 집권은 거기까지였고, 그 후 다시 토니 애보트를 당수로 자유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2019년 까지 12% 달성이라는 목표는 6년 후인 2025년까지 미루기로 계획이 수정되었습니다. 과연 2025년에 12%가 달성이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어쨌든 인구 노령화의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호주 정부에서는 여러가지 세금 우대 혜택을 줘가면서 개인의 수퍼 가입 및 추가 납입 및 유지를 적극적으로 장려해 왔습니다. 한편으론 이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인가 혹은 고소득자를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있지만 말이지요. 



가입 대상 및 납입금
호주 국세청 (Australian Taxation Office, 줄여서 ATO - 오토 라고 부릅니다)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이고, 한달에 세전 급여가 450$ 이상이면 고용주는 수퍼를 의무적으로 지급해야합니다. 즉, 웬만해서는 급여를 받는 (모든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의 직원의 연금계좌로 고용주가  고용주 납입금- 즉, 급여의 9.5%를 납입해야 합니다. 
수퍼납입은 고용 형태 (part time or full time, 혹은 permanent or temporary or casual)나 비자 (워킹 할러데이로 온 노동자에게도 반드시 지급해야합니다)에 상관없이 근로자에게 반드시 지급해야하는 고용주의 의무사항입니다. 

참고로, 고용주의 의무 납입비율인 9.5% 보다 훨씬 높은 비율의 수퍼를 지급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의무사항인 9.5%에 0.5%를 추가해서 총 10%의 수퍼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건너건너 들으니 제 지인분 회사는 연봉의 17%를 지급한다고 하더군요. 보통은 정부기관에 근무할 경우 수퍼 지급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super 지급은 고용주의 의무이므로, 연봉을 협상할때 super는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해서 보통은 수퍼를 제외하고 base salary에 및 기타 인센티브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가령 연봉 10만불을 제시 받는다면 이것은 수퍼는 제외한 금액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떤 수퍼를 가입해야 하나? 
이것이 아마 머리 아픈 부분이겠지요. 제가 수퍼에 대해 최근에 조금 찾아보게 된 이유이기도 하구요. 호주에서는 한국처럼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이 연금회사를 정해서 거기로 납입해주세요!! 라고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즉, 개인이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연금회사를 잘 선별해서 가입하고 회사에다가 그리로 돈을 넣어달라고 알려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어떤 회사들은 아직 정해놓은 연금회사가 없는 직원에게 회사에서 임의로 정해둔 연금회사의 상품을 가입시켜주기도 하는데요. 그게 똥인지 된장인지 가입하기전에 꼼꼼히 살펴보셔야합니다. 
물론 나중에 A회사에서 B 회사로 갈아탈수도 있고, 여러 개 회사에 여러 개의 수퍼 계좌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수도 있기는 한데, 계좌가 많으면 관리하는데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수퍼를 여기저기 옮기는데도 상당한 에너지가 들기때문에 처음부터 조금 더 나은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건 당연하겠지요? 

그럼 뭘 어떻게 고르냐구요? 한국에서 개인연금 고르는 것도 비슷할꺼 같은데요...

  • 수익률 - 1/3/5/10년 이렇게 골고루 지속적으로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높은지 확인합니다. 
  • 수수료 - 1년 수익률 5%인데 년간 수수료가 4%면 시장금리보다 못한거 아시죠? 수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낮으면 낮을수록 좋습니다. 
  • 상품구성 - 요즘은 많은 상품들이 수퍼 펀드 안에서 안정형, 혼합형, 적극 투자, 현금, 부동산, 호주 주식, 해외주식, 등등 여러가지 형태의 상품들로 mix&match가 가능하게 해두었습니다. 고를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도 복잡할 수 있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너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 편의성 - 주관적인거 같기도 한데요. 잘 알려져 있는지, 평판은 어떤지, 서비스는 어떤지도 고려할만한 것 같습니다. 


호주의 만 18세 이상 성인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연금계좌가 있고, 적립액이 매일매일 늘어나고 있기문에 호주의 연금상품 시장은 매우 큽니다.  따라서 연금상품 비교 웹사이트가 매우 많습니다. 가령 다음의 웹사이트들을 참고해 보실수도 있겠습니다. 




수퍼를 가입할때 주의할 점
처음 수퍼 상품을 가입할때 신청서를 보면 income protection 같은 보험을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 이게 꼭 가입을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입 안해도 되고, 나중에 가입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추가할 수 있습니다. 보험이란 것이 일단 한번 가입하면 나중에 해지하기가 쉽지 않고, 또한 매달 내야하는 비용이 꽤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아직 부양가족이 없고, 재해나 상해를 대비해서 가입해둔 보험이 이미 있는 경우에는 (한국에서 가입했더라도) 기존의 보험을 그대로 유지하고, 수퍼에 딸린 income protection 보험을 가입하는 것은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이미 가입해두었던 종신보험이 있어서 그대로 계속 납입하고, 호주에서 income protection 보험은 가입을 아예 안했습니다.


수퍼와 세금
일단 - 고용주가 납입하는 수퍼 금액은 전혀 세금이 없는게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수퍼 계좌로 입금이 되자마자 소득세 15%가 차감됩니다. 그리고 수퍼 회사에서 administration fee를 다시 차감합니다.

위에서 수퍼가 고소득자를 위한 것이라는 비난이 있다고 언급을 했었는데요. 이것은 salary sacrifice 라는 제도 때문입니다. 호주에서 개인이 소득에 대해 내는 세금은 2017-2018 회계년도 현재 아래와 같습니다.
수입
소득세
0- $18,200
세금 없음
$18,201 - $37,000
$18200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1당 19 cents (19%)
$37,001 - $87,000
$37,000에 대한 세금 $3,572 + 
$37,000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1당 32.5 cents (32.5%)
$87,001 - $ 180,000
$87,000에 대한 세금 $19,822 +
$87,000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1당 37 cents (37%)
$180,001 이상 
$180,000에 대한 세금 $54,232 +
$180,000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1당 45 cents (45%)
많은 근로자들은 연봉이 8만 7천 ~ 18만 불 사이일텐데, 이번에 한번 단순 계산을 해보니 이 구간에서 내야하는 소득세 비율은 총 급여의 약 22.8 ~  30.2% 입니다.  

근로자들은 고용주에게 세금을 제하기 전의 급여에서 일부 금액을 떼어 본인의 수퍼 계좌로 보내달라고 요청을 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salary sacrifice 라는 것입니다. 연금계좌에 돈을 한 번 넣으면 못찾는데 이걸 왜 하느냐구요?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이건 굉장한 절세 혜택이 있습니다. 먼저 이렇게 salary sacrifice를 하게 되면 그렇게 보낸 돈은 위의 과표구간에 따라 소득세를 내는게 아니라 단일 세율인 15% 를 적용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 돈 만큼은 나중에 income tax를 계산할때 제외하게 됩니다. 

예로, 연봉이 20만불인데 1년에 2만불을 salary sacrifice로 보냈다면,  18만불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1달러당 45% 세금을 낼 것을 1달러당 15% 의 세금으로 내고 연급계좌로 보낼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20만불이 아니라 18만불에 대한 소득에 대해서 나중에 위의 소득세 과표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면 됩니다. 
즉, $20,000 x 30% (=소득세율의 차이 45%-15%) = $6,000 이득인 셈이지요. 

재미삼아 연소득이 $10,7000 (계산상 편의를 위해서 정한 금액) 이고 2만불을 salary sacrifice 했을때도 해볼까요? $20,000 X 22% (37%-15%) = $4,400 절세효과가 있네요.  즉, 동일한 금액을 salary sacrifice 하더라도 연봉이 높을 수록 혜택이 크다는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얼마전까지는 년간 salary sacrifice 할 수 있는 금액이 3만불이었는데, 이제 2만 5천불로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Australian Taxation Office를 참조하세요. 


수퍼 - 언제부터 꺼내쓸 수 있나?
수퍼 납입시기 및 상품에 다라 다를 룰을 적용받게 되는데, 1999년 6월 30일 이후부터 납입한  경우 (혹은 납그 이후의 납입금)에는 conditions of release (수퍼 지급요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연금 지급이 시작됩니다. 일반적인 경우 지급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연금개시 연령에 도달하였고, 은퇴하였음 or 
  • 연금개시 연령에 도달하였고, 아직 은퇴하지는 않았지만 연금 수령을 개시하기로 결정한 경우 or 
  • 은퇴하지 않았더라도 만 65세 이상인 경우 

연금개시 연령 (preservation age)는 출생 년도별로 다른데, 1960년 7월 1일 이전 출생자는 만 55세부터, 그 이후 출쟁사의 경우 점차적으로 연금개시 연령이 올라가서 1964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최소 만 60세가 되어야 나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연금을 받을때가 가까워지면, 연금 개시 연령이 70세로 올라가 있는건 아닐런지 모르겠네요..

그 외에도 극심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거나, 말기 암, 장애, 혹은 임시 비자로 일하던 사람이 호주를 떠나는 경우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는 해당사항이 안됩니다) 에는 연금수령을 할 수 있습니다. 




수퍼 - 어떻게 수령하나? 
호주 연금 수령방법은 간단히 세 가지가 있습니다. 

  • 일정 금액을 평생 수령하는 방법
  • 한번에 일시 수령
  • 일정 금액 일시 수령 + 남은 금액 평생 수령  


일반인에게도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일시 수령이 가능하다는 것은 예상밖이네요. 연금개시 연령에 도달한 이후에는 이렇게 한번에 일시 수령하더라도 세금이 없다고 합니다. 주변에 은퇴연령이 다가오는 사람들 중에서는 상당 금액을 salary sacrifice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전부 혹은 일부분을 일시 수령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게 이제 이해가 되네요.  

정보의 출처


그럼 재미있게 읽으셨고 유익한 정보였길 바랍니다!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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