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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제약 및 임상 업계 동향 등등

항상 건강이 최고 우선

by 반짝이는강 202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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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로 넘어오고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어느날 갑자기 T한테서 뜬금없는 이메일이 왔다. 그녀 왈. 소식을 이미 들어알고있겠지만 P가 최근에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위해서 휴직을 했는데, 그녀에게 뭔가 힘을 줄 수 있는 선물을 보내주면 어떨까 하는게 메세지의 요지였다.
사실 이 소식은 나로서는 금시초문이었다.


T도 P도 현재 회사에 조인하고 처음 맡은 프로젝트 중 하나에서 같이 일했었고, 워낙 팀웍이 좋았었고, 그녀들은 정말로 일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beautiful한 사람들이라... 이미 나는 그 프로젝트 팀을 떠났지만 여전히 직장 동료로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특히나 P는 일을 잘해서, 프로젝트 관련 일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진행하는 이런저런 자잘한 일들에도 여러가지 관여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업계에 신입인 점을 감안하면, 한동안 시시콜콜 자잘한 것들을 챙기고 알려줘야하는데, P는 항상 미리 사전조사를 해두고, 업무를 맡기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그런 듬직한 팀원이었고, 항상 keen하고, 마음 씀씀이도 말하는 것도 전혀 나무랄데가 없었고,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P랑 대화를 나눈건 12월 중순 언젠가 저녁이었다. 메신져로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 그때도 보통 사람이면 알아도 모르는척 하고 넘어갈 일을 내게 불편사항은 없냐며 먼저 물어와주었었다. 무슨 요일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낮에 뭔가 다른 일을 하느라 단축근무 혹은 유연근무를 했다손 치더라도, 어린 아이가 둘이나 있는 그녀가 그 날 그 시간에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안타까운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이 교차했었더랬다. 내색은 않고, 연말 잘 보내라는 인사를 했던듯 하다.

T한테 전해들으니 P는 12월 말에 췌장암으로 진단받았다고 한다. 아마 나랑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그 다음 주에 진단을 받은 것 같다.
보통 호주에서는 - 암으로 진단받아도 항암치료를 시작하는데까지 적어도 최소 1주일 이상 걸리는게 보통이다. 초기인 경우에는 한달 가량 기다리는 것도 다반사다. 특히 크리스마스 같은 연휴가 끼면 더욱 지연된다. 게다가 코로나때문에 아주 응급한 상황이 아니면 병원에 방문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녀는, 진단을 받자마자, 즉시 항암치료를 시작하라는 권유를 받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입원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치료가 아주 긴박했나보다.

췌장암은 예후가 나쁘기로 유명한데다, 그녀가 젊다는 점을 감안하면 암은 더 빠르게 진행이 될꺼 같은 걱정에, 그녀의 어린 두 아이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항암제 임상연구 관련 일을 해온지가 한참이고, 지금도 항암제가 주력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정작 회사에는 그녀에게 꼭 필요한 약도, 그녀에게 해당되는 열려있는 임상연구도 떠오르지가 않아서 참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요 몇 주 간간히 그녀가 계속 떠올랐다.
"회사에 헌신할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오늘도 11시간 스트레이트로 일했고, 아마 내일도 그러고 있을꺼 같다.
"신약개발" "생명연장" "질병치료"가 다 무슨 소용이고 나랑 무슨 상관이 있나 싶었는데…. P 가 암이 완치되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T의 제안에 따라 우리는 P의 line manager를 통해서 에어콘 바람 강하게 나오는 병원에서 몇 시간씩 항암제 투여를 받다가 추우면 덮을 수 있게 무릎담요와 카드를 보냈다. P는 예의 그녀답게 손수 쓴 카드로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다. 곧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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