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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제약 및 임상 업계 동향 등등

면접관이 되어본 소감

by 반짝이는강 202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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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 날이 왔다. 인터뷰에 응하는게 아니라 인터뷰를 진행하는 날.  

아직도 기억한다. 생애 첫 직장을 구하고 있을 때, 어느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 후에 어떤 모습을 기대하나요? 라는 질문에 "면접관님이 위치에서 신입사원을 면접보고 싶습니다" 라는 맹랑한 답변을 하던 날을 말이다. 

꾸며내거나 과장이 아니라 - 가급적 빨리 승진해서 면접관의 위치에 있고 싶었다. 그런데 그 기회는 생각보다 오지 않더라는... 5년이 뭔가... generalist보다는 specialist의 길을 걷고, PM 이라는게 인사관리이지만, 또 직접적인 인사관리 (line management)는 아닌지라 면접관의 위치에 서보는데까지 15년도 넘게 걸렸다. 

물론 지금은,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면접자와 면접관의 위치를 번갈아 오락가락하는게 직장인의 생활이라는 것쯤은 안다. 

 

면접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업무도 바쁘고 개인사도 바빠서 - 기존의 하던 일 이외에 다른 일을 더 맡을 여력이 없었지만, 면접관이 되어보고 싶었던 소망이 항상 있었고, 드디어 기회가 왔기에, 면접관으로 몇 개의 면접에 참여하는걸 수락했다. 

 

면접관이 되고보니까, 면접 보는게 생각만큼 녹록하지는 않았다. 

사실 두어달 전부터 line manager 들끼리 Associate PM role의 면접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질문지들도 만들어둔 상태였다. 그런데 요걸 실제 응용하는건 별개의 문제였다.

1. 먼저, 나랑 같이 면접을 진행할 동료와 면접을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조율을 했다. 

2. 그 다음은 면접자들이 내부직원인들인 탓에 이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별도의 짧은 미팅을 잡아서 피드백들을 모았다. 면접자 1명당 약 3명으로부터 피드백을 모았다. 

3. 면접자들의 Line manager 들에게 요청해서 지난 해 performance review 결과 및 matrix compliance 등을 모았다. 

4. 면접 진행 

5. 동료 면접자와 de-brief 미팅 진행 

5. 내부지원자인지라, 면접이 끝나면 피드백을 제공해줘야하기에 면접을 진행한 후 면접자마다 summary note를 비교적 자세히 기록. 

 

이게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이고, 다음 주에 최종 결과를 HR에 통보하고, 각각의 지원자들과 그들의 line manager에게 피드백을 전달해주어야 한다. 

면접자가 되어보니... 

한 개의 포지션을 충원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정말 엄청나다. 채용공고를 띄우고, 이력서들을 받고, 검토하고, 인터뷰를 잡고, 피드백을 모으고 (가능한 경우 혹은 별도의 평판조회를 진행), 인터뷰를 진행하고, 투명성을 위해서 기록을 남기고, 결과 통보까지.... 1개 포지션을 채우는데 5번의 면접을 진행한다고 하면, 어림잡아 못해도 15~25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와 동료 면접관의 hourly rate을 여기다가 곱해보면.... 이것 참.... 면접이 회사 전체로 보면 돈이 참 많이 든다. 

기존 직원의 퇴사로 새로운 직원을 뽑아야 하는 경우라면, onboarding 및 인수인계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까지 고려해야하기에.... 새로운 직원이 기존 직원보다 더 낫다는 보장도 없기에.... 웬만하면 있는 직원이 회사에 잘 있도록 직원 복지에 돈을 조금 더 쓴다거나, 월급을 한푼이라도 더 주는게 현명한 선택인 것은 자명하다. 

 

한국어로 진행한다고 해도 면접관이 되어본적이 없기에 낯설었을 것 같은데, 아직도 내 영어(?)에 반신반신 하는 내가 면접관이 되었다. 그래서 첫번째 면접에 참여했을 때는 좀 낯설기도 했고, 질문을 하는데도 우왕좌왕 했던듯 하다. 두번 째에서는 조금 더 나았었던듯 하다. 경험이 쌓일수록 점차 익숙해지며 더 나아지겠지... 

 

똑같은 질문에 대한 면접자들의 답을 듣고있자니 - 각각의 면접자들의 차이가 확연했다. 이번에 진행한 면접에서 중요하게 여긴 가치들은

1) 팀을 리드할만한 자질이 있는지;

2) 과거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실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3) 자신이 강점 및 약점을 알고 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계획이 있는지였다. 

 

Negative feedback 혹은 criticism을 받은적이 있는지, 거기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려달라는 질문에 한 면접자는 자기는 "calm and polite"한 사람이라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직장생활 웬만히 한 사람, 혹은 그냥 사회인으로 예상치 못한 피드백은 몇 번은 들어봤을텐데, 게다가 우리는 이미 그 이의 피드백을 다방면으로 받아놓은 상태라서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도 잘 알고 있는데, 그가 "나쁜 피드백은 받아본적이 없다" 라고 하는 것은 그가

1) 거짓말쟁이;

2) 자아성찰이 부족한 사람;

3) 자기가 완벽한줄 아는 self-awareness가 부족한 사람;

4) 열린 자세 및 투명성이 결여된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혹시라도.... 면접 준비하시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 타인과의 분쟁/conflict/negative feedback/weakness 등을 묻는 질문에는 100% 솔직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런 말 들어본적이 없다"는 면접 결과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대단히 높으니 그러지 마시길 바란다.

면접관이 원하는 것은 지원자가 타인이 주는 피드백을 열린 자세로 들어보고, 그에 대한 자기 성찰 및 문제 해결, 대응책 혹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사람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규 매니저 자리 혹은 해당 분야에 경력이 없는 신입을 뽑는 자리에서는 - 지원자가 뭐든 다 알고 있고, 뭐든 다 해봤기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 알려드리고 싶다. 면접관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지원자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배우려는 자세가 있는지, 다른 사람들과 융화되어 잘 지낼 수 있을지 등을 평가하려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준비해서 임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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