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내내 영하로 내려가는 법은 거의 없고, 비교적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는 호주이건만, 호주의 겨울인 6월에 접어들면 체감온도가 낮아지는건 어쩔수가 없다. 이유인즉, 북유럽, 서유럽,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겨울이 추운 나라들은 겨울에 대비해서 단열과 난방을 고려해서 집을 짓지만, 일년의 대부분이 따뜻한 호주의 집들은 난방이랑 단열이란 단어는 듣도보도못한 컨셉인거다. 호주의 겨울에 해당하는 6-8월이 되면, 최악의 경우 실내온도와 실외온도가 비슷해지는 경험(?)을 가끔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 집의 건축도 예외가 아니라서 - 겨울이 되면, 상당히 춥다. 게다가 저녁이 되어서 창문이랑 문들을 닫는걸 깜빡하면 - 실내온도가 레드와인 저장고 같은 온도가 되기 십상이다.
곱게 자란(?) 나는 - 잘 시간이 되면, 잠이 안오더라도 불소강화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실로 가는데, 내 배우자는 - 양치질은 하루에 한번 하는 일이요, 잠옷은 누드이며, 잠이 오더라도 꼭 고집을 피우며 소파에 드러누워있다가 고대로 잠들기 일수다. 요런..........젠장맞을 습관 같으니라고. 아니나 다를까 나는 멀쩡한데 배우자는 감기에 걸렸다.
아오..........!!!!
배우자 아프면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게 정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냥......."넌 제대로 된게 하나도 없고 진짜 가지가지 하는구나 응??"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할 수만 있으면 배우자 부모님께 가져다 주고 전액 환불받고 싶다. 아니면....반품이라도... 허허허....
부자일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서로 돌보고 사랑하겠다는 결혼서약은 어디갔느냐고? 당신도....결혼 10주년이 훨씬 넘으면 이런 생각이 가끔은 들지도 모른다.
아무튼... 배우자는 어제부터 감기로 골골댔다. 나름 신경써서 어제는 치킨 누들 숩을 만들어 대령(?)하였으나 - 배우자는 맛이 없다고 투덜댔다...
그래서 오늘은 계절요리 레시피들이 들어가 있는 Coles 매거진을 주고, 거기서 마음에 드는걸 고르라고 했더니 미트볼 스파게티를 고르는 것이었다.
흠...
딱히 만들고 싶은 메뉴는 아니었지만... 미트볼 말고는 먹고 싶은게 없다고 하니... 금요일이고... 그래... 오늘 새벽 4시 반부터 잠을 설치고, 8시간 근무 중에 5시간 미팅에 들어갔다나와서 피곤하지만... 꼭 먹고 싶다면 내가 만들어주지...
레시피는 제이미 올리버 (Jamie Oliver) 것으로 결정. 일단은 먼저 미트볼을 만들기 위해 저녁 6시에 장을 보러 다녀왔다.
미트볼
돼지고기 간 것 500 mg
소고기 간 것 500 mg
댤걀 1개
크래커 12조각 아주 잘게 부순 것
로즈마리 4 가닥 - 잘게 다진 것
오레가노 2 테이블스푼
후추+소금
토마토소스
양파 + 레시피엔 없지만 셀러리
마늘
바질
토마토 통조림
올리브유
레시피엔 없지만 레드와인도 1잔
우스터셔 소스 몇 방울
Chilli flakes 1 티스푼
파스타
마음에 드는 것으로... 난 페투치니 씀
파스타 삶는 물에 소금 + 올리브유 넣어야 하는건 아시죠?
서빙할 때
파마산 치즈
바질
우선 미트볼 재료들을 섞어서 맨손으로 미트볼을 먼저 만들어 주고... 여기에 올리브 오일을 흩뿌려서 소스를 만드는 동안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러면 미트볼이 단단해져서 나중에 후라이팬에 구울때 부스러지는게 덜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양파 1개를 잘게 다지고, 냉장고에 있는 샐러리랑 마늘도 잘게 썰거나 다져서 준비한다. 소스를 만들때 양파랑 샐러리를 같이 볶으면, 소스가 조금 더 우아해(?)진다.
요즘 허브류는 자급자족하려고 노력하는데... 바질만은 쉽지가 않다. 시드니에서는 발코니에서나마 바질을 키웠었는데, 브리즈번에 이사온 후로 의외로 바질키우는게 신통치가 않다. 그래서 아주 드물게 오늘은 슈퍼마켓에서 바질을 하나 업어왔다. 이렇게 초록초록하고 튼실하게 빨리 키우기 위해서는, 성장호르몬을 많이 주는걸까?
오늘의 토마토 소스 - 별 생각없이 chili flakes (=고춧가루)를 퐉 넣었는데... 내 입에 너무 맵다. 내 입에 배우면 배우자 입에는 2배로 맵다는 이야기...
이미 토마토 캔 2개를 넣었는데... 1캔 더 넣어본다.
그래도 매운거 같은데... 일단 한 티스푼 떠다가 배우자한테 맛을 보라고 했더니 눈이 띄용!!!! 하는게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맵단다.
그래서 일단 만든 소스의 절반을 퍼내고, 토마토 캔 1개를 더 따서 넣고, 흑설탕을 아주 조금 넣어주고, 레드와인도 조금 더 넣었다. 음.... 이 정도면......이제 안맵겠지?
소스를 완성한 다음 - 별도의 후라이팬에 미트볼을 굽기 시작한다. 지글지글.... 레시피엔 8-10분이라고 했는데, 미트볼 크기에 따라, 사용하는 불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거 아니겠는가? 거기다 소고기+돼지고기로 미트볼을 만들었으니, 반드시 완전히 익혀야 한다. 모든 면을 골고루 익히기 위해서, 쉴새없이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바쁘다 바빠.
한번에 미트볼을 다 구울수는 없기때문에, 미트볼은 2~3번으로 나눠서 구워야 한다. 일단 먼저 익혀진 미트볼들은 토마토 소스에 퐁당~~ 하고 담궈놓고, 다음 batch 굽기 시작.
미트볼 굽기가 마무리 될 쯔음이 되면 - 선택한 파스타를 삶는다.
미트볼에는 스파게티가 제격이라는게 내 생각이지만... 남아있는 스파게티로 2인분이 안나올꺼 같아서, 페투치네로 선택 - 13분 삶으라고 나와있다.
올리브유랑 소금을 조금 넣은 끓는 물에 페투치네를 투하하고, 타이머를 맞춘다. 면이 냄비바닥에 눌러붙지 않게 1~2분마다 한번씩 냄비 바닥을 저어주어야 한다.
면이 거의 다 익었을 때 쯔음에 - 토마토 소스가 너무 걸죽한거 같으면 - 파스타 삶은 물을 토마토 소스에 조금 넣고 끓여줄 수 있는게 - 요건 요리사들의 흔한 팁이다.
2시간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칠리 플레이크를 너무 왕창 넣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3시간 넘게 걸려 완성된 미트볼 파스타.
평소에 미트볼 스파게티를 좋아해서 툭하면 배우자한테 "오늘 저녁은 미트볼 스파게티 해줘!!!" 라고 조르곤 했는데 - 그때마다 왜 배우자가 살짝 주저했었는지, 오늘에서야 조금 깨달았다. 후라이팬 2개에 냄비 1개 설겆이.는 덤. 어찌보면 - 자기가 피곤할지언정, 내가 먹고싶어하는 것은 해주려고 하는 배우자... Thank you. Get well soon.
'호주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년 7월 중순의 주말 (1) | 2019.07.23 |
---|---|
화재에 대비하기 (2) | 2019.07.21 |
무위도식하는 주말 (4) | 2019.07.08 |
바빴던 몇 주가 지났다. (1) | 2019.07.05 |
뱀이 나타났다 (뱀사진 있음 - 주의) (3) | 2019.06.27 |
Long Service Leave - 장기근속 유급휴가 (2) | 2019.06.22 |
화재경보기 알람으로 잠을 설친 금요일 (0) | 2019.06.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