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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제약 및 임상 업계 동향 등등

임상연구의 의미

by 반짝이는강 2018.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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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구

얼마전에 나의 매니저로부터 3월 중순에 있는, XXX 암 예방 및 XXX 암 연구 기금 모음 행사를 후원하는 목적으로, 회사에서 진행하는 모닝티에서 잠깐 발표를 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게 아니면 발표를 해야된다는 것이다.  

이 모닝티 행사에서 나는 임상연구 부서에서 하는 일, 그리고 현재 부서에서 진행하는 임상연구에 대해 아주 간단히 슬라이드 3장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4번째 슬라이드에서 끝을 맺으며, 실제 내가 최근 몇 년간 담당하고 있던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환자로부터 받은 짝막한 노트를 사무실에 있던 청중들과 공유했다. 참고로 이 노트는 당연히 환자가 나에게 직접 보낸 것이 아니고,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Pharmacovigilance) 부서를 통해 받은 것이다. 아마 환자분이 가지고 있던 동의서에서 회사 이름을 보고, 회사의 고객센터를 통해 본인이 참여하고 있는 임상연구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보내달라고 해서 여러 경로를 거쳐 내게 도착했던거 같다. 


임상연구 분야에 종사한지 약 10년이 되어가는데, 이런 감사 편지를 받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 편지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이 혹은 제약회사에서 하는 일이 환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 매우 감동적이고, 동시에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기에, 향후에 혹은 지금 임상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본다. 


이 글은 2016년 2월 16일에 나의 메일박스에 도착했다: 

… I am a Stage IV Metastatic __cancer__ patient from Clinical Trial - __ name of clinical trial___ in Sydney. Having been administered the combination of Drug A and your own Drug B between February and April 2015, I am still here. Despite the earlier grim prognosis, and my fair share of side-effects along the way, I have now passed the one-year survival benchmark, and am looking forward to staying around much longer. My request is to have this message of thanks passed on to Company name specifically those who were involved in the research and development of Drug B. I’m sure they are getting the appropriate accolades from the professional community, but I suspect they don’t get too much positive feedback directly from grateful “customers”….


회사 일을 나의 블로그에 떠벌릴수는 없으므로, 암의 종류나, 임상연구의 이름, 약 이름, 회사이름은 삭제하고 회색처리하였다. 
이 환자분의 경우, 해당 암의 4기라면 당시에는 보통 평균 기대수명이 1년 미만이었는데, 임상연구를 참여하고 1년을 생존했고, 아마 이런 감사 편지를 보낸 것을 보면, 가지고 있던 암도 크기가 작아졌거나 없어졌고, 좋은 건강상태였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 임상연구 개발팀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내 발표가 끝나고는, 실제 우리 회사의 약을 투여받은 암 환자분의 이야기를 듣기로 되어있었는데, 그 남자 환자분과 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분은 내가 최근 몇년간 담당해오던 임상연구의 환자분이 아니던가? 바로 위의 감사 편지를 보낸 환자분과 같은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분 이었다. 

이 남자 환자분은 2014년 크리스마스 딱 1주일 전에 말기암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시드니의 한 상급 의료기관으로 가게되었고, 2015년 1월에 임상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2년 간의 임상약 투여를 완료했고, 그 사이 암이 기적같이 모두 없어졌다고 했다. 임상약 투여가 끝나고, 암이 없어지고는, 자녀들이 있는 영국으로 장기 여행도 다녀왔고, 최근 암 진단일로부터 3주년 기념일이 지났다고 했다. 암을 진단 받은 당시만 해도 1년을 살기 어렵다고 생각했을텐데, 3년이 지났으니 감격스러우셨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본인의 이야기 도중에 눈물을 보이셨다. 이번 해에는 70번째 생일을 맞을꺼라고 하며, 부인과 함께 환하게 웃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임상연구를 진행하다보면, 효과가 있는 경우보다는 별 효과가 없는 경우가 적어도 내 경우에는 더 많았다. 효과가 있더라도, 이렇게 감사편지를 받을 정도로 효과가 좋은 경우는 매우가 아니라면 상당히 드물다. 운 좋게 내가 담당했던 이 연구는, 부작용은 있을지언정, 많은 환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고 (지금도 보이고 있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어서 기쁘다. 물론, 동일한 약을 투여받았지만 효과가 전혀 없는 분도 있었으니, 만병통치약으로 오해는 마시기를...


한줄로 요약하자면, 임상연구 분야에 종사하다보면 지치고 힘들때도 있고, 대체 왜 내가 이 일을 하며 머리 아파해야하는가 싶은 때도 있지만, 이렇게 가슴 뭉클한 때도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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