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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요리 와인

해외에서 김치만들기

by 반짝이는강 2018.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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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살면 김치는 어떻게 해먹느냐고 가끔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나는 자신있게 "제가 담줘!!" 라고 답한다. 그러면 의외라는 듯한 눈빛을 받고는 한다. 


시드니에 혹은 호주의 다른 대도시에 김치를 구하는건 사실 어렵지 않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들뿐 아니라 중국인이나 일본인, 기타 아시아인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에 가면 김치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현지에서 만들어서 파는 것도 있고, 한국이나 중국에서 만든 것을 수입해 오는 것도 있다. 전에 영국에 살때 보니까,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등 기타 나라에서도 비슷할 것 같다. 

시드니에서 자주 보이는 브랜드 들은 - 하선정 김치, 종가집 김치, 팔도김치, 별미김치, 등등등 상당히 많다. 얼마전에는 호주의 대형 슈퍼마켓 브랜드인 Coles에서 김치를 팔기 시작했다고도 들었다. 그건 어찌됐나 모르겠다. 


 

어쨌든 시드니에 오고 나서 처음 몇 번은 한국슈퍼에서 맛김치를 사먹었는데 꽤나 싱겁게 먹는 나름 까다로운 내 아저씨 입맛엔 점차 불만이 쌓여갔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사먹느니 차라리 만들자라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 즈음 자주 가는 네이버 카페엔 꽤 요리를 잘하는걸로 보이는 남자 회원 분이 있었는데, 김치 만드는 것은 진짜 쉽다는 그분의 글 그리고 설명을 보고나서는 까이꺼 나도 해보자 싶었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한번의 쓰라린 실패 후 마침 우리집에 놀러오신 한식 요리사 자격증 보유자인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아래의 황금비율을 완성했다. 호주에 사는 우리 집엔 김치 냉장고도 없고, 그냥 있는 냉장고도 작고, 한포기 담으면 두세달은 가기때문에, 아래의 김치만들기 레시피는 배추 한포기로 만드는 간편 맛김치 임을 미리 알려드린다.


 

재료들​

배추 1통 (한국에서 사는 것처럼 크지는 않음)

Cooking salt 5 tbsp.


소스 재료

찹쌀가루 (영어로는 glutinous rice power라고 하며 슈퍼에 판다.) 1 tbsp.

물 1 cup

껍질 벗기고 씨 제거한 사과 하나 하고 반 (1.5 개) - 깍뚝썰기 한다. 

생강 엄지손가락 크기 - 생 생강을 써도 되고, 슈퍼에서 파는 으깬 생강을 한 숟가락 (0.5 tbsp) 써도 된다. 

마늘 20개 - 생 마늘을 써도 되고 슈퍼에서 파는 으깬 마늘을 사서 써도 된다. 보통 마늘 1개 1 teaspoon 인지 0.5 teaspoon 인지 병에 표기되어있다. 

빨간 고추 - 씨랑 같이 5 개

고춧가루 5 tbsp.

멸치액젓 또는 Fish sauce  5 tbsp.




멸치액젓이 없으면 어떻하냐구요? 다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한국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서 멸치액젓을 작은걸 한 병 사도 1년 넘게 가기가 일수라서, 다른 아시아 요리에 두루두루 쓰기도 하는 피쉬소스로 대체하기도 합니다. 멸치액젓으로도 해보고 피쉬소스로도 해봤는데, 제 기준에선 맛은 비슷비슷했습니다. 피쉬소스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이 글을 참조하세요.  

 

2018/01/16 - [요리 맛집 와인] - 피쉬소스 (Fish sauce)




김치만들기 재료


 


제일 먼저 시작할 것은 배추 절이기.

배추 밑둥에 칼집을 넣어서 반으로 갈라준다. 즉, 먼저 배추의 1/4~1/3 정도에만 먼저 칼집을 넣고 그런 다음 손으로 배추 밑둥을 잡고 쭈욱 펼치면 쉽다. 그런 다음 반쪽이 된 배추에다가 다시 반으로 칼집을 내서 반으로 가르면 총 4등분이 된다. 그런 후, 아래와 같이 한 잎에 들어갈만한 크기 (혹은 조금 크게)로 칼로 썰어준다. 크기가 일정한가 아닌가는 중요한게 아니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큰 그릇에 배추를 한두층 담고 소금을 조금 뿌리고, 다시 배추를 한두층 담고 소금을 뿌리기를 반복해서 모두 담아준다. 요렇게 하는데 소금 4 tbsp만 쓰고 1tbsp는 남겨둔다. 남은 한 스푼의 소금은 물 1컵에 녹여서 배추 위에 골고루 뿌려준다. 배추 한통이 다 들어가는 큰 그릇이 없으면, 두개의 큰 그릇에 따로 담아서 절여도 된다. 나는 보통 샐러드 볼 2개를 사용한다. 한 두 시간쯤 후 배추 숨이 죽고 나면 샐러드 볼 1개에 다 들어간다. 


배추절이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른데, 기온이 높은 여름이면 배추가 상대적으로 빨리 절여지고, 겨울엔 천천이 절여진다. 이를 감안해서 약  30분~1시간에 한 번씩 배추를 위아래, 층층이 소금물이 골골루 가도록 뒤집어준다.

총 절이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4~10시간 정도인데, 배추 줄기 부분을 반으로 접었을때 쪼개지지 않고, 살짝 말랑한 느낌이 나면서 접히는 정도가 되면 된 것이다. 혹은 배추 밑둥 부분을 하나 꺼내서 깨끗한 물에 씻어서 하나 먹어봤을때, 좀 짠맛이 나면 된다.


배추 절이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때문에, 가급적이면 오전중에 배추 절이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당일에 끝낼 수 있다. 한두번쯤 해보면 내 생활 패턴에 맞는 요령이 생긴다.  



배추 헹구기.

절여진 배추는 반드시 깨끗한 물에 2-3번 헹구어서 물기가 빠지도록 체에 받쳐 놓는다. 나는 샐러드 스피너에 넣어서 그대로 자연스레 물기가 빠지도록 30분-1시간 가량 두었다. 


가장 처음 혼자 김치를 만들때, 쓰라린 실패를 했었는데, 그때의 원인은 소금에 절여진 배추를 물에 헹구지 않고 그대로 김치를 담근 것이었다. 짠맛이 너무 강하면 쓴만도 나나보다. 짜고 쓰고, 정말 먹지못할 김치였다... 어머니 조언에 따라 나중에 김치찌개 만드는 것으로 처리를 했었더랬다.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할 일은 소스 만들기.

먼저 찹쌀풀을 쑤자. 찹쌀가루를 물에 녹여 불 위에 올려 계속 저으면서 약 1분 정도 끓여준 다음 식힌다.




​그런 다음, 위에 나열되어있는 소스의 재료 (식혀진 찹쌀풀 포함) 들을 믹서에 넣고 갈아준다.

홍고추를 넣을 때는, 고추 안의 하얀색 부분은 제거하고, 씨는 함께 쓰는게 개운한 매운 맛이 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고추씨를 많이 넣으면 많이 매우니까 다 넣지는 말고 반정도만 넣는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참고로 하나 팁을 드리자면 - 양념 재료들을 믹서기에 넣을때는, 다음의 순서로 담아주는게 용이하다. 먼저 피쉬소스 -> 찹쌀풀 -> 고추/마늘/생강/사과/고추가루 순서로 말이다. 즉 액체가 바닥에 가도록 먼저 넣으라는 말이다. 이러면 믹서기 안에서 좀 더 쉽게 갈리는데, 그렇지 않고, 고춧가루/사과/마늘/생강을 바닥에 넣고 찹쌀풀이랑 멸치액젓을 윗부분에 넣으면, 잘 안갈려서 믹서기 안의 재료가 섞이도록 믹서기를 흔들어주길 여러번 해야할 수 있다. 


위에 재료에서 사과를 넣으라고 했었는데, 사과는 비교적 구하기 쉬운 재료이고 김치에 살짝 단맛을 주고, 당분을 제공해서 김치가 나중에 발효되는 것을 도와준다. 가끔 김치 만들기 레시피를 보다보면 설탕을 넣으라는 말을 보고는 하는데, 우린 설탕 대신 사과 넣어준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만약 한국배가 있다면 사과 대신에 배를 넣어주면 더 좋다. 김치 담글때는 모니모니해도 사과보다는 배를 넣는게 맛있기는 맛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겠지만, 내 생각엔 사과든 배든 향이 좋고 즙이 많은 것을 넣었을 때 김치 맛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소스는 배추 절이자마자 만들어서,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냉장고에 넣어 숙성되게 해주는게 좋다는 어느 블로거 님의 말씀을 본적이 있다. 어머니도 고춧가루가 양념에 조금 불어야 색깔이 고와진다고 하셨다. 

 

 

배추가 절여졌고, 양념이 준비되었다면, 이제 배추를 버무릴 차례! 일회용 비닐 장갑이 있으면 장갑을 끼고 손으로 버무려도 된다. 만약 일회용 장갑이 없으면 샐러드 믹싱 도구 (즉 대형 숟가락 두개)들을 활용하자. 

이때, 웬만하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맨손 배추를 양념에 버무리는 일이다. 맨손으로 하게 되면 고추랑 고춧가루때문에 얼마지나지 않아서 손이 화끈화끈해지고 하루 종일 후회하게 된다. 화끈화끈한 손으로 눈이라도 만지면 정말 아주 후회할 수 있다. 


배추와 양념 버무리기  

믹싱볼에 절인 배추 조금, 소스 조금씩을 넣고 버무려 깨끗한 유리병이나 밀폐용기에 담아주는 과정을 반복한다. 김치통이 없는 나는 올리브가 담겨있던 유리명, 썬드라이드 토마토가 들어있던 유리병 등 중간 크기의 병 3개 정도를 사용했다. 이렇게 두 세 병에 나눠 담아서 하나씩 순서대로 먹으면 김치가 빨리 쉬거나 맛이 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은 배추랑 앙념을 버무릴때는 나중에 배추만 남거나 소스가 남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눈대중을 잘 하도록 해야 한다.  

 

김치 보관

이렇게 버무려진 배추는 밀폐용기에 담아 뚜껑을 꼬옥 닫고 여름에는 반나절, 겨울에는 하루 정도 실온에 두는데, 이렇게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실온에 두면 발효가 시작되고, 당장 먹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맛이 든다. 그런 후 나처럼 김치냉장고가 없고, 매일 김치 꺼내드시는 분이 아니라면, 투명한 비닐봉지에 공기 없이 꽁꽁 싸매준 후 냉장고에 넣어보관한다. 비닐봉지에 넣는 것은, 냉장고 안에 김치냄새가 나는 것을 막기위한 이유도 있고, 냉장고 문을 열때마다 바뀌는 온도변화에서 조금이나마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냉장고 안에 넣을때는 온도가 잘 변하지 않는 냉장고 안에 깊숙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요즘 나의 김치 담그는 실력이 늘어서인지, 김치 소비량이 전보다 늘어난 것 같다. 배우자도 내 김치가 제일 맛있다며 우걱우걱 잘도 먹는다. 이렇게 만들어서 김치를 좋아하는, 혹은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주변에 집에서 만든 김치 먹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도 나눠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으니까 한 번 시도해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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