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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Baby shower

by 반짝이는강 2018.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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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샤워 (Baby shower)  - 많은 분들이 한두번쯤은 들어보셨을 듯 하다. ​ 혹은 브라이달 샤워 (Bridal Shower) 는 들어봤는데 이건 뭐지? 하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참석해봤느냐는 별개다. 한국에서는 브라이달 샤워도 그렇고 베이비 샤워도 그렇고 그리 흔한 것은 아니기때문에...


Baby shower는 출산을 앞둔 여성 그리고 태어날 아기를 위한 출산 전 (혹은 후) 축하 파티다. 각각의 문화권에서는 조금씩 다른 의미를 띄고 베이비 샤워를 하는 시기도 다르다. 가령 영국이나 호주, 미국, 캐나다에서는 전통적인 축하 행사의 하나로 간주되며, 보통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많이 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고 약 한달쯤 지난 후에 한다고 하는데 아마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무언가를 하는 것을 불길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한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전에는  - 즉 아이를 여러 명 낳던 시기 (아마 1950년대 이전)에는 보통은 첫째 아이를 낳을 때 처음으로 엄마가 되는 여성과, 부부의 첫번째 아이의 탄생을 미리 축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베이비 샤워를 했었다. 특히나 이전에는 여자들만 이 파티에 초대가 되었었는데,  참석자들은 엄마가 되는 이에게 자신의 경험과 아이를 양육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사교 활동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러던 것이 조금 더 최근으로 오면서 핵가족화 되고, 여기에도 상업적 색채가 더해지면서 요즘은 조금 더 자주 베이비 샤워를 볼 수 있고, 남자도 초대받는 경우도 많고, 직장에서 베이비 샤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베이비 샤워는 임신을 한 여성이 자신을 위해 직접 여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주변의 친한 이가 깜짝 파티로 열어준다. 임신해서 몸도 힘든데 - 파티를 짜는 것 자체가 힘들테니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것을 보면 역시나 주변에 친한 사람 중에 살뜰하고 행동력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내가 있는 부서는 이런 것은 또 확실히 챙기는 분위기...!! 그리하여 처음으로 베이비 샤워에 참여하게 되었다. 출산을 앞둔 Abi를 위해서 Michelle과 Olivia 가 사무실에서 어느날 저녁 깜짝 파티를 열었다. Abi는 필리핀에서 호주로 이민을 온지 2년쯤 되었는데, 항상 웃는 얼굴에, 일도 너무 잘하고, 사교성도 좋다. 항상 긍정의 엔돌핀이 감도는 그녀다. 


5시가 되어 사무실의 해당 장소로 가니 벌써 텅빈 사무실을 요롷게 풍선으로 센스있게 장식해 두었다. 풍선을 보는 내가 마음이 다 설렌다. 하하하. 

 

 

참석인원이 약 40 명쯤 되었던거 같은데, 이 날 메뉴로는 코리안 후라이드 치킨과 샐러드가 준비되어있는게 아닌가?? KFC나 Red Roster 같은 곳에는 호주에서 전혀 가본적이 없기때문에 - 고로 후라이드 치킨을 먹어본지가,,,, 언제였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어쨌든 덕분에 후라이드 치킨 냄새에 취해 치킨을 먹고 수다를 한판 떤 후, 출산 축하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웬 게임이냐고? 영미권에서 일하다 보면 이러저러한 별별 게임들에 놀라게 되는 때가 있다. 호주 사는 사람들은 일하려고 사는게 아니라 인생을 즐겁게 살려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축하하는 파티에서 게임이 빠질수가 없다. 그리하여 준비된 게임은 다음과 같다. 


1. Abi의 현재 임신한 허리 치수 맞추기 (Abi을 만지면 안된다)

2. 출산의 고통인지 포르노인지 맞추기 

3. 기저귀 채워보기 게임 (참고로 기저귀는 Diapers 라고 함. 똥산 기저귀는 Soiled diapers 라고 한다. )



Abi의 허리 치수를 맞추기 게임에서는 - 각각의 팀에게는 실이 주어졌고, 현재 Abi의 허리 치수를 가장 근접하게 맞추는 팀이 이기는 것이었는데 - 내 팀에는 남자 3~4명에, 출산을 해본적이 없는 Monica와 나 뿐이다. 내 허리 두 배가 아닐까?? 하며 실에 표시를 했는데 땡!!! 나의 팀은 범위에서 너무나 벗어나 있었....... 


그 다음 게임을 위해 A4 종이를 한장 받았다. 이름하여 "Pregnant or Porn?" 아래의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 이게 출산으로 일그러진 표정인지, 오르가즘으로 일그러진 표정인지 맞춰보라는 것이다. Michelle이 다른 베이비 샤워에 갔다가 해본 게임인데 너무 재미있어서 오늘 포함시킨 것이라고 했다. 

언뜻 보면 성희롱(?)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게임이지만 - 내가 있는 부서는 80% 이상이 여자인 부서... 그리고 20%가 채 안되는 남자들은 - 아마 그 중에 20~30% 는 게이이다. 그리고 호주는 성(sex)은 삶의 일부로 본다. 게다가 연령대도 남녀모두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어쩌다 이런 게임 하나 한다고 성희롱으로 보일 소지는 없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게다가 이 베이비 샤워는 오고 싶은 사람만 오는 것이었고 - 이런 게임을 할거라는 것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으니...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은 매우 재미있었다. 나의 팀에는 Bryan과 Francis, Carlo, Monica가 있었는데, 각각의 표정에 대해 썰전을 벌인 끝에 두 아이의 아빠인 Francis의 맹활약으로 16 문제 중 11문제를 맞추는 기염(?)을 토했다. Francis는 부인이 산통을 겪을때 옆에서 제대로 많이 봤나보다.


마지막 게임 - 기저귀 채우기에서는 각각의 팀마다 두루마지 휴지 하나가 주어졌다. 그리고 두루마지 휴지로 가장 그럴싸하게 기저귀를 채우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Carlo를 세워놓고, Francis와 Bryan이 열심히 두루마리 휴지를 여기저기 돌려가며 기저귀를 채웠다. 나는 겸연쩍어 구경만... 하하하. 다른 팀들은 여자가 여자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 꼼꼼한 완성물들을 보여주었다. 우리팀 패! 


 모든 게임을 마치고 - 선물 및 축하 카드 증정식을 하고, 특별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먹고, Abi에게 축하의 말들을 전하고 그렇게 사무실에서 하는 베이비 샤워는 끝이 났다. 선물로는 단체로 모은 돈에서 아기 옷과 장난감을 사서 전달했다. 


이렇게 나의 첫(?) 베이비 샤워 경험은 끝이 났다. 한마디로 말하면 재미있었다. 그리고 인간관계를 잘 쌓아야 한다. 

그 외 조금 더 덧붙이자면 호주에서는 임신 및 출산을 가족뿐 아니라 친구들, 직장, 그리고 온 사회가 축하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는게 느껴지고, 임산부나 어린 아이를 가진 가족을 배려해주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부인이나 파트너 (결혼을 안하고도 임신 및 출산을 많이 하므로)가 출산을 하면 남자도 2주씩 휴가를 쓸 수 있다. 휴가기간 동안에는 maternal leave의 경우 최대 18주까지, paternal leave 는 최대 2주까지 호주 최소임금 (2018년 7월 1일부터 시간당 $18.93, super 별도) 을 받을 수 있다. 고용주에 따라서는 여기에 추가로 더 돈을 주는 회사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때 엄마와 아빠는 기본적으로 12개월의 육아휴직을 해고(?) 걱정없이 쓸 수 있다. 12개월까지는 회사로 돌아올때 똑같은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으로 안다. 최대로는 24개월까지 육아휴질을 쓸 수 있는데, 이것은 고용주가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하고, 이 경우에는 회사가 똑같은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는 없다고 들었다. 

더러는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 얼마전에 그런 케이스가 회사 안에 있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Rebecca가 모유 수유도 해야하고 해서 처음 12개월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쓰고 직장에 복귀한 다음, 그 다음 12개월은 그녀의 남편이 육아휴직을 썼다고 들었다. 


아무튼!! 호주는 아기에게 여성에게 가족에게 매우 friendly한 사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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