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 어제는 하루가 무척 바쁘게 지나갔다. 한밤 중 미팅이 많기때문에, 보통 아침 9시 미팅은 잘 잡지 않는편인데, 진행하고 있는 Teletrial project team 미팅이 매 3주마다 아침 9시에 있다. 어제는 Teletrial 프로젝트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T랑 내가 프로젝트 리더기때문에 - 보통 목요일에 T랑 잠깐 catch up을 하고, 다음 날 미팅을 어떻게 진행할지 정한다.
못해도 거의 일주일에 한번꼴로 Clinical Trial Team 미팅을 이끌기 때문에 - 미팅을 주도하는게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임상연구팀 미팅이랑 Teletrial 팀 미팅은 좀 다르다. 임상연구 팀 미팅은 - 정보가 나에게 있고, 매일 하는 일이다보니 익숙하기도 하고, 말 그대로 팀원들이랑 하는 미팅이라서 부담이 조금은 덜하다. 반면 Teletrial 프로젝트는 멤버들 모두 high profile에다가 background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현재 나를 포함한 모두가 Teletrial을 알아가는 단계이며, 이건 모두에게 가끔하는 extra work 라서, 미리 꼼꼼히 준비하지 않으면 미팅을 이끌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내 보스도 미팅에 거의 매번 들어온다.
목요일에 agenda도 다 짜놨고 한데... 뭔가... 마음이 편치가 않다. Self-study를 더 해야할 것만 같은 그런 압박감에다 일찍 일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잠이 얕게 들었나보다.
자고 있는데 - 갑자기 화재경보기가 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불이 나거나 연기가 심하게 나는건 아니고, 연기가 희미하게 감지되면 화재 경보기가 가끔 삑~ 하는 소리를 주기적으로 내고는 하는데, 그 상황이다. 시간을 확인하니까 이제 막 새벽 4시를 넘었다. 아오......!!
침실 공기에 연기냄새가 스며있다. 대체 누가 이 시간에 불=FIRE을 지핀단 말인가??? 5월에 내가 영국 출장을 갔을 때 - 배우자가 옆 집에서 마당에 피자화덕같은걸 만들어서 밤새 뭔가를 태우는데 - 연기가 다 우리집으로 온다며, 아주 길길이 날뛰고 소방서에 상담(?)까지 받으러 갔다왔었는데 - 그 이웃이 이 시간에 뭔가 태우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벌떡 일어나서 마당으로 나가 그 이웃과 맞닿아있는 경계로 향했다.
밤하늘 - 새벽하늘에 별이 쏟아질듯 많이 떠있다.
듬성듬성 있는 나무도 나무려니와, 깜깜해서 보이는건 없다. 그 피자화덕은 우리집 경계에서 15 m는 족히 넘게 떨어져 있기때문에 안보인다... 그리고 연기냄새도 안난다.
그럼....대체.....누구??
어디 사는 개인지는 몰라도 - 내 발자국소리를 포착한 쏘머즈의 귀를 가진 개가 있는지 - 갑자기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난다.
깜깜해서 보이는게 없으니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 달빛이 반사되어서 훤한(?) 수영장에 뭔가가 있다. 자세히 보니까 오리가...갈색 오리가 2마리 수영장 언저리에 서있다. 그러다가 한 마리가 수영장으로 풍덩~ 하며 들어가서 수영을...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집 수영장은 연못이 아니라고오오!! 손뼉을 쳐서 오리들을 보냈다... 매일 오전 수영장 펌프를 돌리고, chlorinator도 돌리고 있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을꺼다. 수영장 물 떠다가 pool shop에 가서 검사하고, 필요한 화학물질들(?)을 사와서 부어야겠다.
시간은 새벽 6시를 향해가고 있다. 피곤하고 - 잠을 자고 싶지만, 못일어날까봐 걱정이 되서 잠이 안든다. 그리고 다음 주 내내 출장이라 - 금요일에 - 일적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 이렇게 아주 긴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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