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생에게서 메세지가 왔다
“내일 엄마 생신은 각자 용돈 하면 되나요??“
“근데 엄마 목소리가 오늘은 더 안 좋네”
음… 엄마가 아픈가? 생각해보니 조카 보려고 여동생이랑 화상 통화를 하면서 엄마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얼굴도 보기는 했지만 엄마한테 따로 전화를 드린지는 한달이 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한 달이 뭐지 두 달이 다 된 것 같기도 하다.
생각난 김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내 평생 엄마 목소리가 그렇게 잠긴 건 처음 들어본듯 하다.
드디어 코로나에 걸렸다는 엄마.
처음엔 몸에 한기가 들어서 감기인가 보다 했는데 목이 점차 아프고 그 정도가 심해졌고 시간이 흘러도 별 차도가 없어서 검사를 했더니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으로 나왔다고 했다. 왠만큼 아파서는 아프다는데 내색을 전혀 안하는 엄마였을 텐데 정말 많이 아팠나보다…
혼자 사시는 엄마는….자식들 그리고 자식들 통해서 손녀들 감염 될까봐 오지도 말라신다. 아프면 아프다고 영양식 챙겨서 엄마 좀 보러 오라고 우리에게 말을 하라니까 멀리 있어서 오지도 못하는데 마음만 무겁게 무슨 소용이냐며, 엄마 혼자 잘 챙기고 있으니 걱정 말라신다. 빨리 나으라고 따뜻한 국물 있는 음식들을 만들어 드셨다는 엄마. 목이 아플 때는 너무 차가운건 피하되 시원한 걸 드시라고 말씀 드리고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자식들이 걱정할새라 우리 엄마는 씩씩하려고 애쓰신듯하다.
“가족여러분~
오늘은 ㅇㅇㅇ님의 생일입니다
덕분으로 예쁜 생일상 차려서 축하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에게도 감사 기도 했습니다”
라는 메세지와 함께 직접 차린 생일상 사진을 보내오셨다.
케익은 누가 사준거냐는 동생의 질문에 엄마 왈
“오늘 아침 빵집에가서 나를 위해서 내가 하나 샀어요”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주위에 가족들도 있지만 언제 어디에서도 내가 나를 제일 먼저 사랑해주고 토닥토닥 해주는것이 제일 행복 하다는것을 알았거던요”
엄마가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언젠가 한 번 가족 모두가 엄마 생일을 깜빡 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 엄마가 엉엉 울며 한탄을하셨었다. 엄마 입장이었으면 누구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그리고는 시간이 훨씬 더 지나 엄마는 불교대학을 다니시고 경전반을 다니시고 하시더니 요즘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고 하신다.
60대에 들어서며 엄마는 다른 사람이 뭔가 해 주기를 바라기 보다는 본인이 직접, 본인이 원하는 걸, 본인을 위해서 하시려고 노력 하시는 것 같다. 나의 행복을 다른 곳에서, 다른 이를 통해서 얻는 게 아니라, 직접 본인을 위해서 만들어 가고 찾아내는 것으로 방법을 바꾸신 것이다.
요즘 엄마는 우리에게도 타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라고 자주 말씀 하신다. 그것이 가족일지라도 말이다.
타인을 위해 내가 뭔가를 한다면 그것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여야 하고 댓가를 바래서는 나중에 오히려 실망을 할 수도 있으며, 결국은 자신의 마음에 해가 될 수 있으니 그러지 말라는 말씀이시다.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더욱 성숙해지고 계신 우리 엄마.
자랑스럽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
그런데 이런 무관심한 자녀인 나는 그 많은 생일카드들을 사서 쌓아놓고도, 이번 해 계획 중 하나를 5명의 사람에게 생일선물과 카드와 함께 제 날짜에 잊지않고 생일축 하기로 세웠으면서도 정작 엄마 생일에는 카드도 잊고 선물도 부랴부랴 현금으로 대신하고 말았다. ㅠㅠ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엄마는 정성스레 포장 된 선물과 손글씨로 쓴 축하 카드를 받고 싶었던 게 아닐까. 오늘 지나가는 생일은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엄마가 불교 신자이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때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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