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 집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이야기 두번째... 이번은 음식편.
첫번째 편은 여기에 있습니다.
2018/12/28 - [호주살이/일상생활] - 브리즈번에서 맞는 두번째 크리스마스
J가 집에서 요리를 안한다는건 익히 잘 알고 있다. 대신 J의 남편 저스틴이 요리를 전담한다고 들었다. 이 날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도착하니 저스틴이 부엌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마 저스틴이 주도하고, 저스틴의 두 딸과 남자형제인 로리가 도왔을 껄로 생각한다. 우리가 도착한지 얼마 안있어 저스틴은 샤워를 하러 사라졌고 - 다른 사람들은 부페 세팅을 시작했다. 15명이나 되는 인원이나 보니 일일이 음식을 서빙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이다. 대신 이렇게 부페처럼 늘어놓으면 각자 좋아하는걸 알아서 가져다 먹을 수 있고, 한 사람이 여러사람을 시중드는 대신 모두가 동시에 다 같이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가장 먼저 샐러드로는 제일 끝에 보이는 노란색 망고샐러드를 비롯하여 토마토와 콩이 들어간 샐러드, 보라색 양배추가 들어간 코울슬로, 감자샐러드가 준비되어 있다.
호주의 크리스마스에 먹는 음식 중 빠지지 않는건 해산물이다. 레몬즙을 뿌려 바로 먹을 수 있게 껍질 절반을 까서 손질한 굴이 한 가득 준비되어있다. 아래 사진 모양이 호주의 식당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굴 모습이다. 음식점에서는 이런 상태의 굴이 얼음접시 위에 놓여나오는데 - 거기에 레몬즙 혹은 비네가렛을 뿌려먹으면 된다. 그렇게 먹으면 굴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옆에는 저스틴이 전 날 삶아서 껍질을 깠다는 새우가 놓여있다. 새우 5kg를 삶아서 껍질을 갔다는 저스틴과 랄프! 대단하다.
새로 바로 옆에 놓인건 랍스터. 삶은 랍스터를 껍질은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두었다. 취향에 맞는 소스를 가져다 먹을 수 있게 4 가지 디핑 소스를 준비했다. 왼쪽에 살짝 보이는건 아보카도 슬라이스.
랍스터 - 평소에 신선한 랍스터 찾기도 어렵고, 비싸기도 해서 잘 안사는 건데, 이렇게 대면하게 되다니!
아무리 해산물이 대세라지만 크리스마스에는 햄이 빠질수가 없다. 돼지 다리로 된 햄을 사다가 껍질 및 지방을 제거하고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칼집을 낸 후 거기에 정향을 꽂고 파인애플 쥬스나 메이플 시럽 등을 발라 오픈에 구워내는게 일반적이다. 우리 부부는 둘 뿐이라 둘이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면 너무 커서 살 엄두도 못냈을 햄...!
햄은 저스틴이 샤워하러 간 사이에 로리가 아래 사진처럼 썰어서 (carving 한다고 함) 접시에 담아 냈다. 양념 닭다리 구이는 덤이다.
디저트로는 페레로로쉐랑 해이스 (Haigh's) 초콜렛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단 것들이 준비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푸딩 대신에 준비된....모두가 감탄했던 디저트는, 로리의 와이프가 만들어온 이것인데...거데한 유리그릇 안에 블랙 커런트로 만든 젤리와 크림, 커스터드. 얇게 저며진 초콜렛, 페레로로쉐가 들어있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푸딩같은 디저트는 많이 달지 않고, 여러가지 맛과 감각을 느낄 수 있어서 모두가 좋아했다. 큰 국자로 떠서 디저트용 그릇에 담아 각자 즐길 수 있었다.
빠질수 없는 것은 치즈. 사실 다들 너무 배부픈 상태라 치즈는 다들 손도 대지 않았던거 같다. 옆에 요즘 한창 제철인 청포도와 체리들. 그리고 이 날 무제한 쌓여있던 뵈브 클리코와 모엣 샹동... 개인적으로 나는 뵈브 클리코가 더 좋다.
호주 다른 가정의 크리스마스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 J와 저스틴의 집에서 경험한 크리스마스는 매우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모두가 다 같이 즐기는 유쾌한 행사였다. 초대가족 대부분이 자기 가족인 저스틴이 (J의 가족들은 영국에 있음), 원래도 요리가 자기 전담이기는 하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미리 자기 형제들 가족들과 사전 분업(?) 및 협업을 하고 그가 직접 준비를 전담했기때문에 크게 불평불만하는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배려심있는 저스틴은 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어 외롭고 심심할 J를 위해서 J를 오래 전부터 알던 내 배우자와 생면부지인 나를 초대해주었다.
크리스마스에 맞먹는 한국의 설이나 추석에 - 부부의 형제 자매나 부모님 댁에 방문하게 되거나 내 집으로 초대하게 된다면 - 배우자가 무언가 해주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내 가족은 내가 대접한다 혹은 내 부모님 댁에서 일은 내가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 가족 - 즉, 낯선 이방인들에게 둘러쌓인 배우자도 행복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을까하고 조금만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명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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