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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게라지 세일 그리고 다이닝 테이블

by 반짝이는강 2018.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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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물품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글쎄... 거의 최근까지도 중고물품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더 앞섰던거 같다. 그러다가 페이스북 지역 커뮤니티의 공짜물품 (freebies) 및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접하고는 생각이 아주 많이 바뀌었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가 뭔지 조금 궁금하신 분은 여기 블로터 (bloter.net)에 가면 간단한 설명을 볼 수 있다. 블로터에 있는 원고는 원래 영어로 작성된 글을 축약해서 한국어로 가져온거 같은데 -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영어 설명은 여기 techcrunch.com 에 있다. 

마켓플레이스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페이스북 안에 있는 중고장터라고 할 수 있다. 이제껏 접해왔던 중고나라나  검트리 (gumtree - 영어권 나라에서 많이씀)랑은 달리 페이스북에 가입한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페이스북 인맥분석 등의 알고리즘으로 사기꾼이 아닐 사람들로 거르는 것 같음) 사람들만 마켓플레이스에서 물건을 사고 팔수있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신뢰할 수 있는 중고물품 판매처가 탄생한 것이다. 게다가 마켓플레이스 활동이 활발한 곳은 지역 커뮤니티인데 - 보통 본인이 사는 동네에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물건사고 팔기 커뮤니티들이다. 즉 네트워크랑,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물건판매 장터인 셈이다.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한참전에 나왔고, 2007년부터 점차적으로 테스트해서 아마 2016년에 공식 개시한 것 같다. 호주, 미국, 영국, 뉴질랜드에서 개시가 되었고 - 한국은 모르겠다. 중고물품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에 - 마켓플레이스가 한국을 공략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리지 않을까.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할때 있었던 진통이나, 최근의 우버 사태만 보더라도 - 페이스북이 한국을 공략할 이유는 없을꺼 같다...는게 내 생각이다. 




내가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알게 된건 - 한국에서 호주까지 가져와서 아직도 소장하고 있는 물건중에 이제는 처리하고 싶다! 생각했던 물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누군가 페이스북 앱을 열면 가게모양의 아이콘이 있는데 그게 마켓플레이스라며 - 거기서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원래 팔고 싶었던 물건은 아주 한정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물건이라 아직 못팔았지만 - 대신 더이상 쓰지 않는 오래된 차량용 네비게이션에게 새 주인을 찾아줄 수 있었다. 나한테는 더이상  전혀 쓸모가 없는 물건이었는데 - 쓰레기통으로 가는 대신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줄 수 있었고, 게다가 $20도 생겼으니 일석이조다. 물론 사진을 찍는 수고로움을 거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차에 나도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게 되었다. 내가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산 물건은 바로 이거다. 식탁 = 다이닝 테이블 

​방 2개 아파트에 살다가 방 5개 주택으로 이사를 왔는데, 집을 다 채울만큼 가구가 있을리가 없다. 가구가 필요했지만 - 그렇다고 무작정 눈에 보이는대로 살 수도 없고, 집 크기에 맞춰서 가구를 고르려니 너무나 비.쌌.다. 

이미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대해 알고 있었고, 페이스북 상에 있는 동네 지역 커뮤니티 사고팔기 장터에도 가입이 되어있었다. 중고물품이 나올때마다 살펴보기를 세달은 한거 같다. 이젠 텅 빈 집에 익숙해져서 가구를 사야하겠다는 마음이 거의 사라지고 있을 때쯤 -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게라지 세일 (garage sale) 공고가 떴다. 내가 사는 동네에 사는 사람이 올린 것으로 (주소가 기재되어 있어서 알게 됨), 판매하는 몇몇가지 물건들의 사진 및 가격이 나와있었다. 


게라지 세일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 중에서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날을 잡아서 차고에 주욱 늘어놓고 파는걸 말한다. 아마 쓸모없거나 잘 안쓰는 물건들을 차고에 쌓아두기때문에 차고에서 파는게 아닌가 싶은... 물론 낯선사람을 집 안으로 들이지 않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게라지 세일이 있으면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살 사람이 많이 올수록 좋기때문에 자기 집 근처 길가에 Garage Sale 이라고 크게 써붙여놓기도 하고 - 요즘은 이렇게 페이스북에 광고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분이 하는 게라지 세일에서 내가 원래 사고 싶었던건 사다리였다. 지붕까지 닿을 수 있는 튼튼하고 긴 사다리를 새걸로 사려면 못해도 $300 이상인데 $150 에 올라와 있었기때문이다. 사다리는 튼튼하기만 하면 됐지 새걸 사던 헌걸 사던 누가 상관하겠는가.


호주에서 게라지 세일은 저렴한 값에 득템하려는 나같은 사람들로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게라지 세일이 토요일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로 나와있길래 - 토요일 아침 7시가 되자마자 배우자를 재촉해서 게라지 세일 장소로 향했다. 우리가 도한게 7시 반 정도였는데 이미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 내가 마음 속으로 찜해두었던 사다리는 이미 팔렸단다. 


이왕 갔으니 다른건 뭐가 없나 살펴보다가 그 집 안에 놓여있는 가구들을 보게 되었다. 몇 가지만 판매한다고 했는데 - 어찌하다보니 나는 이 다이닝 테이블을 사게 되었다. 배우자는 자기 취향이 아니라며 - 딸려오는 의자 8개는 불편하다며 툴툴거렸지만 - 어쩌겠는가 - 내가 이미 사겠다고 했는걸. 그리하여 선불을 내고, 운반 트럭을 구한 후 가져오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놓을 위치를 보니 - 나무바닥이라 아무래도 마루가 긁힐 것 같아서 부랴부랴 카펫가게로 가서 카펫부터 샀다. 운반업체를 이용해서 테이블을 운반해 오기 전에 바닥청소를 하고, 벽에서 카펫까지 거리를 일정하게 자로 재서 확인 하고 맞춰서 카펫을 깔았다. 

가로로 길게 놓을 것인지...

​혹은 세로로 길게 놓을 것인지... 미리 가져온 의자를 놓아보며, 앉아보며 배우자랑 한참 설전을 벌였다. 

​​​
결국은 내가 이겼고, 이렇게 길게 놓기로 했다. 총 $190불의 운반비를 냈다. 테이블이랑 의자 다 합해서 $300불 냈으니 - 어쩌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아래 사진은 집으로 가져와서 놓은 모습이다. ​

​테이블 상판위에 있는 유리에 바깥의 유칼립투스가 그대로 비치는게 꽤나 근사해 보인다. 페르시안 카펫 가게 주인이 브리즈번에서 팔기 힘든 카펫이라고 했던게 - 우리집에서 이 식탁이랑 썩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테이블은 - 큰 나무를 손으로 깍아만든 상판 위에 두께 2cm 의 유리를 얹은 것이다. 테이블 아래는 금속 프레임으로 되어있다. 일반 테이블 유리는 두께가 1cm 정도인데, 두께가 2cm 라 운반하는데 성인 3명이 붙어도 번쩍 들기는 커녕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운반업체의 트롤리랑 내 집에 있던 트롤리까지 동원해서 겨우겨우 옮길 수 있었다. 

테이블을 가져온 날 - 배우자는 축하해야하는 날이라며 - 그 날 저녁 3시간 동안 오븐에서 구운 돼지고기 어깨 구이와 구운 감자를 저녁으로 내왔다. 기념으로 화이트 와인 한 병과 함께. 



우습게도 - 배우자는 포쉬 (posh)하게 (=귀티나게??) 저녁을 먹자며 테이블의 한쪽 끝에 내 자리를 정해주고, 저 멀리 반대편 끝을 자기 자리로 정했다.  우리는 그날 저녁 내내 머스타드를 주고 받을때마다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덕분에 아주 저렴한 값에 좋은 물건을 구입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마켓플레이스는 앞으로도 성장이 기대된다.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남에게 필요하다면 - 그것도 가까이 사는 사람에게 필요하다면 - 자원재활용 측면에서라도 기꺼이 주거나 사고팔지 않겠는가?  아마 앞으로 나는 새 물건을 사기보다는 중고물품을 사는데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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