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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내 자리가 계속 남아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던 지난 해를 뒤로하고, 조직 변화에 맞춰서 일주일간 홍콩에 출장을 다녀왔다. 역시나 출장은 룰루랄라 놀러가는게 아니라, 빡시게 교육에 참여해야하고, 다른 사람들 교육시키는데도 직접 간접적으로 참여해야하고, 출장 기간 내내 네트워킹도 해야한다. 이번 미팅에는 지금 일하는 회사내 내가 속해 있는 부서의 아시아퍼시픽에 있는 "매니저" 타이틀을 단 사람은 모두 왔었다. 어림잡아 백오십명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6시까지 미팅을 해가며, 단체 저녁을 해가며, 어떤 날은 호텔 꼭대기 바에서 술마시며 잡담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갑자기 아침 7시 조찬미팅도 들어가고, 중간에 한두번은 분위기 맞춰 홍콩 관광도 해가며 일주일을 보내고 왔다. 이런 출장은 안갈수 있다면, 더이상 안가고 싶도록 피곤하다. 여차저차해서 나더러 하라는 발표에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왔기에 그나마 스트레스가 덜하고 수월했던 미팅인데도, 그 외 나를 중심으로 한 다른 이슈들에도 휩사이다가 돌아왔다 보니, 토요일 일요일을 내리 쉬었지만 무척 피곤했다.
출장은 괜히 보내는게 아니다. 일을 더 시킬려고 보내는거다. 갔다와서는 정신없이 인수인계 일정을 잡고, 미팅을 하고, 이번 주엔 차가 없어서, 버스 타고 출퇴근을 하고, 갑자기 잡힌 다음 주 발표 준비도 하고, 배우자가 없어서, 혼자 요리 및 집안일도 하다 보니까, 정말 극기훈련이 따로 없다. 이런 때면 애가 셋이나 딸렸던 나의 어머니를 비롯한 워킹맘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요일인 오늘 - 오늘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전날 새벽 4시 반까지 발표준비를 마치고 잤더니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오늘도 인수인계도 해야했고, 새로운 팀원 교육도 시켜야했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 6시를 향하고 있었고, 더이상은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챙기고, 기분 전환도 할겸, 뭔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냉장고에는 몇일 전에 사다둔 소고기 안심이랑 닭가슴살이 있었다. 문득, 내 배우자는 잘 못만드는 치킨 누들 숩 (한국어로는 닭고기 국수 탕 (?)이라고 해야하나?)이 먹고 싶었다. 그렇다 - 나는 국물요리를 좋아한다.
우선 레시피를 몇개 읽어봤다. 레시피들이 "이게 다야? 너무 간단한거 아니야? 이 레시피 날림이네?" 싶을 정도로 간단했다. 4개 정도의 레시피를 읽어보고 종합하여 집에 있는 재료들을 기준으로 나만의 레시피를 고안해낸다.
치킨누들수프, 치킨수프, 닭고기 요리
2 ~3 인분을 기준으로 한 재료
양파 반개 - 감자처럼 1 cm 크기 사각형으로 혹은 더 작게 썰어줍니다.
샐러리 한 줄기 - 많은 레시피에서 셀러리를 2mm 두께로 썰어어서 양파랑 같이 볶으라고 했는데, 전 생략했습니다.
마늘 3톨 - 껍질까서 칼 옆면으로 그냥 한번 때려눌러 납작하게만 해줍니다. 다지지 마세요.
닭가슴살 1개 (손바닥 크기만한 것 1개, 약 350 g ) - 위 사진처럼 약 2 cm 사각형으로 썬다.
감자 1개 (500 g) - 위 사진처럼 약 1~1.5 cm 사각형으로 썬다.
당근 1개 (150 g) - 위 사진처럼 동그랗게, 두께 2 mm 정도로 썬다.
올리브 오일 1-2 숟가락 - 식용유든 카톨라유든 상관없다.
후추 조금
닭고기 육수 1L - 저는 시판 치킨스톡을 썼습니다. 아마 야채육수를 쓰셔도 무방할듯해요.
화이트 와인 한잔 (100-150 ml) - 레시피엔 없었지만, 와인 한잔 하던 터라 그냥 넣어줬습니다.
스파게티 면 한 줌 (엄지랑 검지를 맞잡았을때 잡을 수 있는 만큼?) - 손으로 잡고 반으로 뚝 부러뜨려 넣어줍니다.
** 여러 레시피를 읽어본 결과, 국수든, 우동이든, 버미첼리든 아무튼 면 종류면 된대요. 그래서 저는 집에 남아도는 스파게티 썼습니다. 다만, 만들어서 바로 드실께 아니라면, 면은 먹기 직전에 넣어서 끓이세요. 안그러면, 면이 불어요.
오레가노 한 줄기 - 마른 오레가노 쓰서도 되고, 안넣으셔도 무방할꺼 같애요. 전 집 옆 커뮤니티 가든 가서 그냥 한줄기 따왔습니다.
월계수잎 한 개 - 제가 본 레시피들에는 없었는데, 그냥 넣어봤어요. 있으면 넣고, 없으면 안넣으셔도 되요.
파슬리 한줄기 - 위 사진처럼 대충 작게 썰어줍니다.
만들기
- 가스렌지를 켜기 전에, 위에 나열된 재료들을 모두 다듬고 썰어서 준비해 준다.
- 이왕이면 바닥이 코팅된 냄비나 팬을 달궈준다. 냄비 위에 손바닥을 펼쳤을때 따뜻한 열기가 올라오면 올리브 오일을 둘러준 후, 양파를 넣어준다. 샐러리도 넣을꺼먼 이때 같이 넣으면 된다. 그리고 후추를 뿌려준다.
- 양파가 약간 익는거 같으면 마늘을 넣어서 같이 볶아준다. 이렇게 하면 맛있는 마늘 향이 기름에 양파에 베인다. 양파를 총 5분 정도 볶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 양파가 약간 투명해지고, 익은 것 같으면 오레가노랑 월계수 잎을 넣고, 화이트 와인을 부어준다. 끓기 시작하면 그대로 1분 정도 뚜껑을 열고 방치해서 알코올이 날아가도록 한다.
- 그 다음 육수를 부어주고, 끓기 시작하면 2-3분간 더 끓인다.
- 5번에 감자를 넣고, 다시 끓기 시작하면 당근, 그리고 닭고기를 순서대로 넣어준다. 감자를 먼저 넣는 이유는, 내가 감자를 다른 것보다 두껍게 썰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5분 정도 끓인다.
- 마지막으로 스파게티를 넣고 9분 정도 더 끓인다. 참고로, 스파게티 면도 종류에 따라 조리 시간이 다르다. 6번을 총 15분 정도 끓인다고 생각했을때, 사용하는 면의 조리 시간에 따라 알맞은 순간에 면을 넣어주면 된다.
- 따뜻하게 해준 그릇에 완성된 치킨 누들 숩을 담고, 그 위에 준비해준 파슬리를 올려주면 완성!!
참고한 레시피들의 출처:
화이트 와인 한 잔과 치킨 누들 수프를 먹은 덕분에, 내 몸도 마음도 회복된 것 같다. 갑자기 잭 캔필드 (Jack Canfield) 와 마크 빅터 한센 (Mark Victor Hansen)의 베스트셀러인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Chicken Soup for the Soul"" 라는 책이 떠오르는건 나만 그런걸까?
Chicken soup을 위키에서 찾아보니, 사실 별거 아니다. 영어라서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닭을 야채로 한 국물에다가 면이나 밥, 만두 등을 넣은 것들을 모두 치킨 수프라고 한다. 어릴때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닭죽도 치킨 수프의 일종인 셈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플 때는 닭고기로 만든 죽이나 수프 등을 먹는 경우가 많은거 같다. 확실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치킨 수프에는 호중구 (neutrophil - 인체의 면역작용에 관여함) 의 이동을 억제해서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들이 있고, 또한 기관지염이 걸렸을때 흔히 가래를 묽히는 목적으로 처방되는 약인 acetylcysteine 유사물질인 amino acid cysteine 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감기가 걸렸을 때나 혹은 아플때 치킨 수프 (혹은 치킨 누들 수프)를 먹고는 하는데, 괜히 먹는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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