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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

외삼촌

by 반짝이는강 2022.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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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3남 2녀 중 장녀이고, 순서로는 셋째다.
그러면 외삼촌이 3명이어야 하지만 - 실제로는 외삼촌은 4명이다.
왜 그런고 하니... 어디서 정확히 들은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들은 것들을 토대로 가설을 세우자면, 외할아버지의 남동생이 장가를 가서 아들 하나를 보고 일찍 저세상으로 갔다. 집안에서는 (아마 당시 20대 초반이었을) 젊은 여자가 평생 혼자 살게 놔두기에는 안쓰럽고, 그렇다고 아들을 딸려서 재혼을 보낼수는 없으니, 그 아들을 외할아버지 호적으로 넣어서 맡아 키우고, 동생의 처는 재혼을 보내는 형식이 되었나보다.
이 사람이 나의 막내 외삼촌이다.

어렸을 적 기억이 별로 없는 나는 당연히 외삼촌 기억도 거의 없는데... 외삼촌은 참 잘도 기억한다.
외삼촌이 고교생일때던가 엄마가 있는 경상북도 시골에 놀러를 갔는데 - 어린 조카인 내가 있더란다.
삼촌이 울어! 그러면 앵~~ 하고 우는 시늉을 하고
웃어! 그러면 금새 방긋방긋 웃어보이던 내가
당시 마음이 힘들었던 삼촌한테는 내가 큰 위안이 되었었다고...

정작 내가 초등학교에 가고, 중학교랑 고등학교에 다닐때 삼촌은 아마 다른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별 기억이 없다. 내가 몇 살때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 삼촌은 한때는 택시기사를 했었던 것 같다. 하교길에 길가에 서 있던 택시 안에서 나에게 인사를 하던 삼촌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그날 나를 태워주시진 않으셨던듯.

그러다가 내가 대학교 2학년부터 학교앞에서 동생이랑 자취라는걸 하게되면서 삼촌은 나와 동생의 SOS 및 수호천사 같은 존재가 되었다. 아마 당시 시흥에 살았던 삼촌이, 가끔 주말에 와서 나와 동생이 잘 지내고 있는지 살펴주셨고, 맛있는 점심을 사주시고, 사랑 담긴 눈빛과 격려의 말들을 듬뿍 해주고 가곤 하셨다.
그런 삼촌은 나와 내 여동생을 "공주님"으로 불러주는 세상에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삼촌은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었고, 첫사랑을 다시 만나 결혼을 했고, 자녀는 없었다.
삼촌이랑 숙모는 항상 사이가 좋아보였다.
삼촌은 주유소를 가진 사람을 위해 주유소 운영을 도맡아하기도 했고, 몇 년 동안은 숙모랑 함께 식당을 운영하기도 하셨다. 소규모 식당을 운영하는건 여러모로 힘들고 육체적으로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돈이 모였을 때는 전업차원에서 모텔을 아주 잠깐 운영했다가 - 이건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며 한달도 안하하고 / 못하셨던듯 - 다시 이번에는 직접 주유소를 운영하셨다. 그러다가 작년엔가 엄마한테 삼촌이 주유소를 접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심한 나는 삼촌한테 전화해볼 생각은 해보지도 않고 - 삼촌이 이제 은퇴하시려나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이년 반 쯔음 전에 - 그러니까 2019년 늦은 여름에 한국에 갔을 때 삼촌은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다. 삼촌이 오랫동안 알던 사람중에 주식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다고 들은적이 있기는 했었다. 그 당시에는 주식이 핫하던 때는 아니라 - 크게 벌거나 잃는 그런 장은 아니었으리라. 나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었다.
삼촌이 주유소를 접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 주식으로 돈을 좀 벌었을까... 라고 추측만 해봤었다.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는 주식시장이 활황이었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쩌면 은퇴할 정도로 돈이 모여서가 아니라 코로나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였는지는도 모를 일이다.

어찌되었건 그 활황이 문제였지 않나 싶다. 내 짐작에는 - 삼촌은 조금 수익을 거두고는 더 많은 돈을 주식시장에 넣기 시작한 것 같다. 불행하게도 2021년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은 조정 및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고, 2021년 12월부터 지금까지는 폭락에 가까운 하락을 이어왔다.

삼촌의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삼촌은 주유소를 정리하고 남은 전재산에다가 빚까지 내서 주식에 올인한 모양이다. 손실이 점차 커져가는데도 불구하고, 숙모는 삼촌이 스트레스 받을까봐, 삼촌 마음은 오죽 타들어갈까 싶어 아무말도 안했다고 한다. 아마 이게 삼촌에게는 심적으로 더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2월에는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인해 예상보다 더 가파른 금리인상론이 힘을 얻었고,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까지 나오면서 전세계 주식시장은 다시 한 번 폭락을 이어갔다.

그래서 였을까…..
삼촌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고, 2월 16일 운명을 달리했다.

엄마는 장례식도 끝이 나고 난 후에서야 짦은 문자 메세지로 소식을 알려왔다. 좋은 일도 아닌데 하며 자세한 내막은 말하길 꺼리셨다.


삼촌은 항상 긍정적이고, 웃는 열굴에, 새로운 것에 호기심도 많고, 불의는 못참고, 정말 몸이 부서져라 평생 열심히 일해왔는데 -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나다니...

삶이 너무 허무하고 허망하다.



삼촌...
항상 많이 고마웠어요.
사랑해요.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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