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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시드니에서 처음 맛본것들

by 반짝이는강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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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만에 시드니 출장이 잡혔다.
원래의 목적은 1월 언젠가 어느 신문사인지 잡지사인지에 실린 모 회사의 기사를 보고 - 그 기사에서 인터뷰를 한 분께 <기사 잘 읽었다>며 링크드인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 분이 이번 해 시드니에서 열리는 ARCS (Association of Regulatory and Clinical Scientists) Conference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회신을 보내온 것을 계기로 나도 이번 해에 ARCS를 참석해야겠다 (?)고 마음 먹은 것에서 시작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ARCS에 참석할 수 있나 살짝 고민도 했었는데 - 뜻하지 않게 나의 보스가 - <이번 해 ARCS에서 반드시 우리 회사의 존재감을 높여야하니 연사로 참여해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제안이 왔다. 선뜻 OK 했고... 그래서 참석자로 포함이 되었고... 뭐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결론적으로는 발표를 하지도 않으면서 3일간 열린 ARCS에 3일 내내 참석하는 호사아닌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아무튼... 모처럼 시드니에 가는데 - 왕년에 시드니 살던 사람인 내가 컨퍼런스만 갔다올수는 없지. 토요일에 출발해서 지인집에 머무르면서, 그 사이 몇몇 사람들을 만나고 올 계획을 촘촘히 세웠다.

1년만에 가는 시드니.... 한달 내내 오는거 같던 비도 내가 시드니행 비행기를 탄 날은 잠깐 그쳐주어서 맑개갠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날씨에 비해 좀 희뿌옇게 나오기는 했지만 저 멀리 하버브리지도 보이고, 예전에 내가 살던 동네도 보이고, 자주 가던 채츠우드 (사진엔 없음)도 잘 보이고, 카카두 아일랜드도 보이고, North Sydney도 보이고... 정겹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시드니

도착 첫날 시드니에서 시드니에서 첫번째 일정은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J와 T 그리고 나랑 같은 레벨에 있다가 얼마전에 AD로 승진한 V를 만나서 함께 얌차 (Yumcha)를 먹는 것. 장소는 우리팀의 막내이자, 귀염둥이이자, Lead CRA인 J가 물색해둔 차이나 타운에 있는 The Eight.
공항에서 내려서 트레인을 타고 센트럴 역에서 내려서, 캐리어를 끌고 - 열심히 걷는다. 중간 크기 캐리어에 요 정도 거리쯤이야.... 쇠락한 체력이지만 감당가능하다. 중간에 ATM에 가서 현금도 뽑는다.

Haymarket에 도착은 11시 30분 전에 했는데, The Eight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헤매이고 있는데 J한테 메세지가 온다. 자기 현재 대기줄에 서서 기다리고 있단다. 참고로 The Eight은 인원이 적거나 주말에는 예약을 안받아준다.
시드니에 6년이 넘게 살았고 CBD도 뻔질나게 왔다갔다했지만 Haymarket은 사실 가본적이 딱 한 번..... 게다가 정말 건물 안에 들어갔다 바로 나왔었다(?)에 가깝기때문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래도 물어물어 The Eight은 에스켈레이터 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좀 올라가야한다고 안내를 받고 열심히 올라간다.

두리번 두리번....

처음 대면하는 J이지만 회사 메신저에 있는 사진 및 Zoom 미팅을 통해서 얼굴은 익히 알고있던 터라 단박에 알아본다. 짐작이 불가능했던 것은 그의 키.... 그리고 그의 실제 아우라....
쓰고 보니까 온라인 데이팅 하다가 대면하는 사람(?) 같지만...

아무튼 J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키가 훨씬 컸다. 180 cm는 가뿐히 넘을듯한.... 그리고 적당한 몸매에 비디오콜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잘생기고 멋졌다... 그야말로 내가 심쿵....

얼마지나지 않아 T도 도착을 했고, 우리는 빈 자리로 안내가 되었다. 때마침 V는 진짜인지 변명인지 알수는 없지만 예상치못한 일이 생겨 올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얌차집에 가면 뜨거운 물을 주문해서 식기 및 젓가락을 뜨거운 물에 담궜다가 꺼내는 중국 사람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데 - 이 날은 J가 바로 눈 앞에서 내 식기까지 모두 가지고 가서 시연해 주었다. (뭔가 care 받는거 같아서 나는 또 심쿵... ㅎㅎㅎ)

T랑 나는 먹고싶은 것에 대한 허접 설명(?) 및 손가락질을 연발... 중국인 어머니를 둔 J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쏼라쏼라 중국어로 주문. 연이어 우리 테이블 앞에 놓인 것은 아래와 같다.

여기서 내가 평생 먹어보지 않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닭발 되겠다.
내 눈 앞에 이렇게 가까이 닭발이 놓인 것 자체가 처음이다.
J랑 T는 닭발을 잘 먹는다. 그리고 Tendon이라며 주문한 것도 둘은 잘 먹는다. 나는 저것도 먹어본적이 없는듯...
J는 나에게 닭발 먹느냐고 물어본다.
먹어본적이 없다고 답한다.

닭발은 참 많이 앞서간 것이요... 사실 찹쌀이 든 순대도 내 기억으로는 먹어본적이 없는듯하다. 허파니 간이니 뭐라뭐라 사람들은 순대를 잘도 먹더만.... 그런 것들은 초등학교 4학년땐가 딱 한번 먹어보고 먹어본적이 없는듯 하다. 나는 그냥... 그 비쥬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께름칙하다고 해야하나... 회식으로 서울서 내노라하는 비싼 곱창집에 갔을 때도 옆에서 된장찌개만 먹었던 기억이....

무튼 그러던 나인데 이 날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먹는데 나도 한번쯤 먹어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귀염둥이 J한테 닭발을 어떻게 먹어야하느냐고 물었더니 설명 및 시연을 해준다.
나도 따라해 본다.

좀 더 따뜻했으면 달랐을려나... 닭발에 붙어있는 콜라겐(?) 살점이 그냥 푹푹 떨어진다.
내친김에 텐던 (힘줄??)도 하나 먹어본다. 매우 쫀득한 식감이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T랑 J는 소의 양 (tripe)를 주문했길래 - 그것도 한 점 먹어봤다. 무슨 맛있지는 모르겠고... 좀 오래 씹어야했다.

그 후에도 이런저런 덤플링을 비롯하여 찹살튀김 및 에그 타르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을 더 주문...정말 맛있게 먹었다.
나오는 길에 모닝글로리를 못시켜먹어서 아쉬워했던 것은 안비밀...

T는 저녁에 집으로 올 (T와 나의) 손님맞이 준비를 위해 먼저 집으로 가고, 나는 귀염둥이 J랑 같이 달링하버를 지나 써큘러키까지 걷기로 했다.
달링하버 - 특히 새로 생긴 ICC 쪽으로 많은 건물들이 들어섰다. 아주 낯설어진 시드니....J한테 나를 관광객 취급해달라고 했더니 최근 3년 동안 새로 생긴 건물들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시작한다. 음식점은 어디가 좋고, 어디는 별로고, 어디는 뭐가 괜찮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달링하버의 Pyrmont Bridge 회전

그리고 처음으로 Pyrmont Bridge가 회전하는 것도 구경할 수 있었다. 런던의 타워브리지가 배가 드나들 수 있게 반으로 쫙 갈라져 올라가는 것과 흡사한 목적이다. 달링하버에 높이가 높은 배가 들어가고 나갈 수 있게 피어몬트 다리를 회전할 수 있게 지은거라고 한다.

목적지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

흐린 날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J랑 기념샷을 하나 찍었는데 - 피곤에 쩔은 썩쏘인 나와 상반되게 20대의 팽팽한 젊음이 묻어나는 J... 눈부신 청춘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시드니 하버브리지

오랫만에 간 Cafe Sydney 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며... (테라스에 앉고 싶었던 나의 소망과는 반대로, 조망이 없는 좌석에 앉아야했다)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의미있는 선한 일이라는 J와 한동안 설전을 벌인 후 - 카페에서 나왔더니 폭우라 쏟아졌다.
써큘러키에서 T8을 타고, 타운홀까지 이동한 다음 한동안 비를 피해 중국슈퍼 안을 구경을 하고나오니 비가 그쳐서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J는 T랑 같이 먹으라며 요즘 핫하다는 프로바이오틱 요거트를 내게 사준 후 내가 몇일 동안 지낼 T네 집앞까지 무사히 데려다주고, 짧은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모쪼록... 시드니에서의 맛집 탐방 1번 + 심쿵 1번이었다.

여담이지만.... 이번 시드니 여행 및 출장에서 20대 직원들을 몇 몇 만나고 보니까, 매끄럽게 설명하는데는 좀 더 문장력이 필요하겠지만 40대 매니저가 20대 직원에 왜 매력을 느끼는지 절감... + 이것은 남여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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