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출장을 왔다. 이번에는 호주에서 정기적으로 가는 시드니 출장이 아니라, 대만 출장이다.
예전에는 옆에 있던 사람이나, 상사들이 해외 출장 간다고 하면 "우와~ 좋겠네요, 저도 가고 싶어요~". 라며 부러워하던 때가 있었건만... 이제는 웬만해서는 별로 안부럽다. 이번에 출장을 올때는 오고싶은 마음이 많이 없었다. 아직도 여전히 치아교정 진행중이라, 낯선 많은 사람들이랑 식사하는 자리가 곤욕스럽기도 하고, 발표도 해야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호주에서는 어딜 가든 다 너무 멀다!! 요즘은 내 집에서, 내가 혹은 배우자가 한 음식을 먹고, 내 침대에서 잠자는 것이 가장 좋다.
이른 아침 해뜨고 있는 홍콩공항
이전에 가졌던 직업들은 해외출장을 갈 일이 딱히 없었고, 가봐야 해외로 인센티브 트립을 가는 - 당시 말단 사원이던 내 입장에서는, 발표준비도 할 필요가 없고, 그야말로 놀러가는 그런 출장이었었다.
임상연구쪽으로 옮겨와서도 대게는 비슷했다. CRA로 가는 출장은 - 소규모 연구가 아닌 이상 CRA한테 발표를 시키는 일은 조금 드물다. 물론 CRA로 일본 고마츠로 연구자 미팅에 가서, GCP 세션을 커버한적은 있었다. 그러나 한국어로 하는 발표라 - 그리 부담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나이가 어렸던 만큼 체력도 좋았고, 발표부담도 없어서 - 연구자 미팅을 가는 사람들을 꽤나 많이 부러워했었다. 당시 나의 현실은 해외 출장 복은 업고, 오딧+일복만 넘쳐났었다.
호주로 오고나서도 한동안 CRA로 일했었는데 - 호주는 땅떵이가 큰 만큼, 모니터링도 멀리멀리 다닌다.
시드니에서 멜버른 - 915 km
시드니에서 브리즈번 - 800 km
시드니에서 아들레이드 1376 km (내륙 최단 경로)
시드니에서 퍼스 - 3935 km
시드니에서 타운즈빌 - 2063 km
국내선 타러 한달에 6~8번씩 시드니 공항에 가던 때도 있었다. 많게는 일주일에 3~4번씩... 처음에는 내 돈 한푼 안들이고, 회사경비로 호주의 다른 도시들을 가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2~3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진짜로 심신이 지쳐갔었다.
홍콩 공항 안에 있는 장난감 가게
CPM/CTM이 되고부터는 모니터링이 없는 만큼 외근 갈 일은 별로 없다. 대신 APAC 부서 매니저 미팅도 있고, 연구자미팅도 해마다 하나씩은 있어서, 일년에 못해도 두 번씩은 해외 출장이 잡힌다. 브리즈번으로 이사오고난 후로는 매달 시드니로도 가야한다. 이번 해엔 뉴질랜드도 몇 번 다녀와야하고, 호주 안에서 다른 도시로의 출장도 많이 잡혀있어서, 못해도 20회 이상 출장을 가야한다.
타이페이 매리어트 호텔 (킹사이즈 베드)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의 행동도 그 사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대표적인건
1. 비행기 시간에 까다로워졌다. 호주에서 다른 나라갈려면 뉴질랜드가 아닌 이상 8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하므로, 꽤나 길다. 신체리듬을 고려하면 아침에 비행기에 올라 같은 날 오후나 저녁에 현지에 도착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다. 한밤중에 출발하는 비행기는 육체적으로 너무너무 힘들다.
이번에는 비행기값 견적받을 때부터, 아침 출발편으로만 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비행기를 타고온건 안비밀...
스페인에서 온 조형물
2. 운동복을 챙겨가거나 운동화를 챙겨가서 산책을 한다. 심신이 피곤할수록, 운동을 해야한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피곤하다고 더 안움직이면, 나중에 더 피곤하다, 오히려 장시간 비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수영을 하거나, 날씨가 허락한다면, 가벼운 산책을 30분~1시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때는 운동복을 챙겨가서 6시에 호텔안 휘트니스 센터에 가기도 했는데 - 높게 승승장구 하는 분들일 수록 아침에 휘트니스센터에 자주 보인다는게 특이했다. 음.....다만 호주의 고위직 여성분들이 이런 경우가 많고, 호텔 휘트니스센터나 수영장에 한국 분들은 잘 안보인다.
타이페이 매리어트 호텔 수영장에서 본 옆건물
3. 영양제를 챙겨간다. 20대적 내가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으면 속으로 "얼마나 오래살려고 영양제를 챙겨가...." 이런 생각을 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조금은 알겠다. 장수하려고(?)가 나중에 추가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내 나이에는... 장수보다는 당장에 피곤하지 않으려고 이런다는걸. 육체적인 컨디션이 괜찮아야지 발표도 무리없이하고, 네트워킹도 할 수 있다.
알면 알수록 - 나라는 인간은 스트레스에 약하고, 그러면 식욕을 잃어서 잘 못먹고, 여기에 피곤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신체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된다. 그렇다 보니까, 요즘에는 3일 이상 어딜 가면, 집에서 챙겨먹는 유산균 캡슐을 해당 날짜만큼, 그리고 평소에는 안먹는 종합비타민제를 몇 알 여분으로 가져간다.
피곤할때 나의 비책은 생강 꿀물인데, 출장을 가서 이런걸 해먹기는 조금 어렵다. 어쩌면 나도 홍삼을 사먹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참! 건강보조제 보다 아마 더 중요한 것은 물 마시기다. 공항도 그렇고, 비행기 안도 매우 건조한데, 장시간 비행이 끝나고 나면 피부도 푸석푸석해지고, 코안 점막이며 모두 건조해진다. 그렇기때문에 비행 전부터 비행이 끝나고도 하루이틀은 좀 과하다 싶게 의식적으로 물을 마신다.
인룸다이닝 - 나시고렝+청경채 무침+화이트와인
4. 짐싸고 푸는데 요령이 생겼다. 짐을 싸는데 뭐가 필요하고, 뭐가 필요하지 않은지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 다 경험덕분이다. 물론 이건 개인차가 큰 그런 영역인데...
일단 비지니스 정장은 필요한 날짜만큼 옷을 챙기고 거기에 여분을 하나 더 챙겨간다. 속옷도 1~2개 정도 여분으로 더 챙긴다. 치마류가 많지만, 거의 다 무채색이거나, 장식이 없는 심플한 스타일이다. 똑똑하고 신뢰감 주게 보이는 옷을 입는건 전략이다. 언젠가 그런 광고가 있지 않았는가 - 옷도 전략이라고.
그룹 디너같은게 있으면 - 테마에 맞는 의상을 하나 챙겨간다. 보통은 미팅이랑 디너에 브레이트가 있으니, 이때 미팅 때 입던 옷에서 조금은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가는 것이 좋다.
전에는 호텔에 체크인을 하면 체크아웃을 할때까지 내 짐과 옷가지들을 수트케이스 안에 그대로 둘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체크인 하면, 아무것도 하기 전에 방이 마음에 드는지 먼저 살피고 (담배 냄새가 나거나 시끄럽거나 하면 이때 바로 방을 바꿔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 다음 손을 씻고 짐을 꺼내서 옷장이나 서랍장, 세면대에 모두 재배열 한다. 보통 2박 이상인 경우 이렇게 하는데, 있는 동안 집처럼 편하게 지내려는 나의 몸부림(?)이다.
또 하나 - 호텔 컨디셔너 중에서 마음에 드는건 딱 한 번 밖에 본적이 없다. 그래서 다른건 안챙겨도 헤어 컨디셔너는 집에서 쓰는걸 꼭 챙겨간다.
기내에도 가방(캐리온 러기지)을 가지고 타는 편이데 - 반팔만 입고 탔다가는 특히나 국제선에서는 얼어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반팔을 입고 있다면, 후리스재킷이나 보온성이 좋은 웃옷을 꼭 하나 가지고 타자. 겨울이라 긴 팔옷을 입고 타더라도, 비행기 안에서 코트를 입고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 후드티나 보온성이 좋은 옷을 하나 가지고 타는게 좋다.
마지막을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 꼭 끼는 옷 말고 헐렁하고 편한 옷, 편한 신발을 입고 비행기를 탄다. 특히 장거리 비행이라면 남자든 여자든, 헐렁한 옷을 입어야 DVT (대정맥혈전)의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가끔 컨디션이 좀 별로다 싶으면 비행기 타기 전에 아예 아스피린을 한 알 먹고 탄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 - 발표 준비해야겠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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