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Pharmatimes 대회는 매년 그렇듯이 영국의 캐임브리지에서 열렸다. 2년 전에는 캐임브리지 중심가와 가까운 곳에 숙소가 있어서 - 걸어서 시내로 나가 중심가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예상했던 것과 달리 숙소가 캐임브리지 중심가랑은 아주 먼 - 한적한 동네에 있었다. 대회 장소인 PPD 사무실이랑 가까운 곳을 숙소로 잡아서이지 싶다. 우리 회사의 숙소는 Wellcome Genome Campus Conference Centre. 이름이 정말 <과학자>스러운 냄새가 나지 않는가?
잘은 모르지만 Wellcome이라는 자선 단체가 해당 부지를 매입했고, Sanger Institute를 주축으로 지놈(genome) 및 바이오데이타 (biodata)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곳이다.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캐임브리지에서 DNA 이중나선 구조에 대한 연구를 했고, 1953년 4월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 이런 바이오 연구 센터를 캠브리지에 설립하는건 당연한거 같다. 산책겸 캠퍼스를 살짝 둘러본 내 생각에는 이 연구소는 산학협력이 잘 되고 있는 좋은 연구센터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 포브스 (Forbes)의 한 기사에서는 미국 매사추세츠 (Massachusetts)의 캠브리지 (Cambridge) 지역이 바이오젠 (Biogen)을 포함한 바이오파마(BioPharma)의 산실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기사 원문: 여기)
1. Value - 학문은 학문, 산업은 산업쪽으로만 쭉 가는게 아니라 둘 사이에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공감대와 그런게 가능하도록 뒷받침 하는 것.
2. Human Capital
3. Universities and hospitals
4. Investment Capital
5. Mentors
영국내에서는 아마 런던에 맞먹는 숫자의 BioPharma 회사들이 캠브리지에 위치해 있는데 - 위의 이유가 여기에도 적용되는게 아닐까 싶다. (영국 내 바이오 파마 회사 목록: 여기)
항상 잡담이... 서론이 길다. 원래 쓰려고 했던건 숙소 근처에 있던 Red Lion (홈피: 여기)이라는 펍(pub) 이거늘.
Red Lion에 간건 - 숙소에 도착했는데, 숙소로 향하면서 본 주변 풍경으로 보아서 걸아갈 수 있는 거리에 식당이 없을꺼 같았고, 구글 맵으로 찾아본 결과 리뷰가 괜찮아서 였다. 숙소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몇 분 걷지 않아서 이렇게 핑크색 건물에 RED LION 이라고 간판이 달려있는 펍이 나온다.
내 사진에는 우중충한 봄날씨가 묻어나지만, 바로 앞에 목련이 피어있고, 펍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 노란 데포딜(=수선화?)과 개나리가 피어있었다.
Red lion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에서는 아래와 같은 화사하고 밝은 느낌이 묻어난다. 역시 전문가의 사진...은 달라.
여름에 가면 잉글리쉬 라벤더가 피어있는 아래와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 라벤더는 크게 잉글리쉬 라벤더랑 프렌치 라벤더 두 종류로 나누는데 - 잉글리쉬 라벤더가 더 향기롭기에 향수 만드는데 많이 쓴다. 나도 캐임브리지에 여름에 가보고 싶다!
입구에는 펍의 이름답게 요렇게 Red Lion이 장식되어있다.
펍은 아침 7:30분에 열고 저녁 10:30분에 닫는다. 이 중에 아침, 점심, 저녁 식사가 되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 - 맥주만 마실꺼면 몰라도, 식사를 하려면 시간을 좀 맞춰서 가야한다.
점심은 주중에는 12시부터 2시까지라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좀 있다. 먼저 바에서 맥주를 파인트 (pint)로 하나 주문한다. 식사도 할꺼면 Tap을 오픈해둘까 물었는데 - 괜찮다고 하고, 맥주값은 현금으로 먼저 냈다.
영미권에서는 펍에 가면 이렇게 종종 "Do you want to open a Tap?" 하고 물어보는데 - 이 의미는 돈을 나중에 한번 낼꺼냐는 질문이다. 보통 영국식 펍에 가면 맥주든 와인이든 술은 바에서 직접하고, 돈도 그때그때 바로 낸다. 가끔은 여러 차례에 걸쳐 술을 주문하고, 식사도 하고, 그러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tap을 열어서 나중에 한번에 결제하는 것이 편하다.
내부에는 펍이 오랫동안 이 자리에 있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오래 전의 펍 및 주변 지역 및 단골손님들의 흑백사진이 걸려있었다.
주중이라 붐비는 시간이 아니라 -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으라기에 - 창가자리에 앉았다. 메뉴를 보고는 - 잠깐 고민하다가 호주에서는 볼 수 없는 seabass (한국말로는 아마 농어?) 요리를 주문했다.
이 펍의 수석 쉐프로 보이는 분이 바쪽으로 나와 서서 내가 주문하는 모습을 보더니, 메뉴가 정해지자마자 "Got it!!" 하는 듯한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짓더니 주방으로 총총히 사라지더니, 금새 이렇게 요리가 나왔다.
<펍에서 주문한 농어 요리>
많은 사람들이 영국음식은 맛이없다고들 하지만 -gastro pub으로 잘 찾아가면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전 날의 Bibendum 에서의 안좋은 경험 이후에 영국 음식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어서 였는지 - 이 농어요리 맛있다. 껍질이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농어도 그렇고, 잘게 잘라 요리한 감자도 맛있다. 홍합은 - 아주 맛있다 까지는 아니었지만 - 캐임브리지가 내륙지역이고, 홍합요리 전문점이 아니면 싱싱한 홍합구하는게 쉬운게 아닌걸 감안하면 괜찮았다.
위의 농어 요리는 17 파운드 (pound).
맞다 - 맛있으면 좀 비싸다. 그래도 맛있으니까 괜찮다.
점심을 마치고 - 두변 지역에 뭐가 있나해서 구글맵을 보다가 발견한건데 - 주변에 Red Lion 이라는 상호명을 쓰는데가 많다. Bar 직원의 말로도 자기가 아는 Red lion이란 이름을 쓰는 펍만 해도 4곳이란다.
<Red Lion이란 상호명을 쓰는 펍들>
캐임브리지 지역에 기반하고 있던 어느 왕이나 귀족과 관련이 있나?? 싶었는데 - 궁금하면 그건 찾아보시고 -
어쨌거나 저쟀거나 영국에서 가장 흔한 펍 이름 1위는 바로 Red Lion 이다. 2007년 기준으로 영국 전역에 있는 펍 중에 759개가 RED LION 이라는 상호명을 쓰고 있었다.
2위는 Royal Oak (626)
3위는 White Hart (427)
4위는 Rose and Crown (326)
5위는 King's Head (310) 이다
Red Lion이 가장 흔한 으름이라는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2018년에는 영국 전역에 있는 632개의 Red Lion을 돌며 맥주 마시기를 한 커플도 있었다. (기사 출처: 여기)
<영국에 있는 632개의 Red Lion을 순례중인 커플>
이 커플은 처음엔 단순한 재미로 시작했다가 - 중간에 자선 행사로 전향해서, Red Lion 순례 기간 동안의 모금액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금력만 있으면 - 나도 이런거 해보고 싶다. 어쩌면 필요한건 자금력이 아니라 용기와 행동력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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