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한국에 왔다. 원래 올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만 출장이 잡혔을때만 해도 - 임상연구 시작시에 하는 연구자 모임 전후로, 그리고 출장 전후로 꽤나 바쁠꺼라는걸 뻔히 잘 알고 있었기때문에, 그리고 배우자의 어머니가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기때문에, 한국에 올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가
1. 출장 다음 주가 설이기도 하고
2. 자주 봐야 가족이지..싶기도 하고
3. 사람 일이란게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고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4. 가족을 내팽개치고 일에 매진한다고 누가 월급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일은 그만 두면 그걸로 끝이이지만
5. 가족은 한 번 더 보면 다들 기뻐한다.
그래서 1월 첫 주에 부랴부랴 휴가신청을 했다. 그리고 1월 마지막주에 대만 출장을 마치고 이미 북반구로 왔으니, 2시간 반 더 비행기 타고, 한국으로 넘어와서 설을 보냈다. 말은 설연휴 였지만 - 도착하자마자
목요일은 할머니 제사
월요일은 아버지 제사
화요일은 설
그랬다.
나랑 동생들이 어릴때 돈 버느라 바빠서 우리 데리고 놀러다니지 못했다고 늘 아쉬워하는 어머니는 - 이번에 연휴가 기니까 다 같이 놀러가자고 제안을 하셨다. 그리하여 - 먼 곳까지는 못가고 가까운 부산에 가기로 했다.
부산으로 장소를 정한건 나였는데 - 가깝기도 했지만, 복국이 먹고싶어서였다.
복어회+미나리+복껍질
복어 혹은 복은 일본어로는 Fugu (푸구)라고 하는데 , 그런 탓에 영어권에서는 보통은 blowfish 라고 하지만 푸구라고 하면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독성이 있는 물고기 (poisonous fish) 를 먹는다고 하면 가끔 놀라기도 한다.
복어의 독 - tetrodotoxin (테트로도톡신)은 음식물에서 나는 독중에서 아주 강력한 것 중 하나로 복어의 간, 난소, 피부, 눈에 집중되어있다. 테트로도톡신은 sodium channel blocker로 신경계를 마비시키는데 - 이 독에 노출된 사람은 의식은 또렷한 상태에서 근육의 마비되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해독제는 아직 나와있지 않다. 위키디페디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해마다 0~6명이 복어를 먹고 사망한다.
이런 이유로 복어는 대중에게 직접 판매되지 않으며 전문점에서만 먹을 수 있고, 복어를 요리하려면 반드시 복어요리 전문가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참고로 복어는 겨울을 나기위해 지방이 오르는 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제철이다.
호주로 이민을 오기 전에 친구랑 부산에 놀러갔다 들러서 맛본 금수복국 복국은 참 시원한 맛이 있었고 호주에서도 가끔 다시 먹고 싶은 생각이 들곤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은 프랜차이즈가 된 부산의 유명맛집 - 금수복국 해운대 본점에 갔다. 값비싼 복어회를 두점씩(?) 맛보고 복국을 한그릇씩 비우고 - 부산 나들이를 시작했다.
금수복국 이용 팁
금수복국에 간다면 - 여러 명이 가는 경우라면 단품보다는 코스요리가 나을 수 있겠다. 우리는 코스요리가 있다는걸 단품으로 주문하고 난 후에 알아서, 그대로 단품으로 먹고 나왔다. 그리고 제부가 알려준 것인데 - 원하는 경우 밥을 비벼먹을 수 있는 그릇을 달라고 하면 - 김가루가 담긴 그릇을 주는데, 거기에 복국에 있는 콩나물을 건져내서 밥과 함께 비벼먹으면 아주 맛있다.
해운대 해변따라 걷기
점심을 먹고 해운대에서 동백섬 쪽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겨울이라 한적하다. 생각해보면 여름 피서시즌에 해운대를 와본적은 없는 것 같다. 인파로 가득할 것을 아니까 올생각을 안해봤던 것 같다.
해운대 해변
해운대에서 미포항을 바라본 모습
부산에는 2-3년 전에도 다녀왔었지만, 마지막으로 해운대에 다녀온건 아마 6-7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 사이 초고층 빌들딩이 참 많이도 생겼다.
위 사진처럼 주변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아주 안타까운 초고층 건물들도 왕왕 있었다. 주변과의 조화나 미관을 차치하고서도, 도시의 혼잡성이나, 교통 및 인프라 수용가능성 등은 완전 무시한 것으로 보이는 이 건물을 부산시는 무슨 생각으로 건축허가를 내준 것인지 알 수 없다.
한국에 올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 한국은 이제는 어딜가나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흉물스러운 아파트 숲이 되고 말았다. 이십대 중반에 초록초록하고 어딜가나 아름다운 런던에서 반년을 보낸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와 직장을 잡고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널때면 삭막한 도시를 볼때마다 참 서글펐었다.
최근 20년간 지방에도 난개발 바람이 불어서 여기저기 아파트며,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섰다. 이걸 한국 경제 성장의 상징으로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 한국인의 정서를 더더욱 삭막하게 만드는 것만 같다.
동백섬으로 가는 길
해운대에서 웨스틴 조선 호텔을 지나 계속 걸으면 동백섬으로 갈 수 있다. 황옥공주 인어상을 비롯해서 전에는 못보던 조형물들이 있다. 이런 소나무길이 그리고 동백나무들이 더 많으면 부산이 더 살만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될텐데...
해운대 다음으로는 감천문화마을로 향하기로 했는데 - 해운대랑 반대쪽이다.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중간에 깡통시장 들렀다. 도착하고 보니까 부평 깡통시장은 국제시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첫번째 일요일이라 국제시장은 닫아서 깡통시장만 둘러봤다.
계획해서 가는 분이라면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을 한번에 볼 수 있게 국제시장이 휴무인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은 피하도록.
각종 젓갈들
저 많은 "젓"들 중에 먹어본거라곤 고기 먹을때 가끔 딸려나오는 새우젓밖에 없구나... 허허허.
깡통시장에는 주전부리 및 길거리 음식들이 유명하다더니 - 설 직전이라 그런지 각종 전과 나물들도 많다.
나의 코끝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김치!! 잘 익은 김치향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돼지머리! 가끔 한국 영화에서 가게나 회사 개업일에 보면 이런 삶은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는 장면이 나오고는 했는데 - 이렇게 시장에 가면 아직도 삶아서 파나보다. 신기하다.
삶은 돼지머리
소불고기 불초밥
이렇게 소고기 초밥을 만든 후 윗면만 가스불로 익혀주는데 - 이런건 처음 봐서 신기해서 한장 찍어보았다. 5점에 오천원이니까, 한점에 천원. 안먹어봐서 맛은 모르겠다.
족발들
색이 곱게 물든 족발들. 족발은 어떻게 만드는거지?
식혜+호박식혜+수제면
목이 출출할때 식혜 한 병 사먹으면 딱 맞을꺼 같다. 경상도에서는 식혜를 단술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두 병 사먹고는, 집에 와서 동생이 식혜가 먹고싶다길래 어젯밤에 집에서 식혜를 만들었다.
머쑥머쑥
베이커리에 떡같이 생긴게 놓여있어서 보니까 이름도 재미있다. 머쑥머쑥. 초록색은 쑥으로 낸 것 같고, 겉에는 콩고물로 보이는 것이 뭍혀져 있고, 안에는 생크림으로 보이는 것이 들어있다. 이건 좀 먹어보고 싶었는데 - 다들 너무 빨리 다음 가게로 이동한다.
빈대떡
우리가 요기를 한 곳은 요 빈대떡집. 나름 유명한 집 같았고, 풍기는 냄새도 좋았다. 착석하고 해물파전, 빈대떡, 파전을 그리고 막걸리를 시켰다. 갓 부쳐낸 전치고 안맛있는게 어디있겠느냐먄 - 그런걸 감안하면 맛은 그냥 그랬다. 오히려 기름기가 좀 많았다.
후식으로는 호떡을 하나 베어물었다.
길거리 호떡
후식으로는 호떡을 하나 베어물었다. 부산 어디더라... 씨앗호떡으로 유명한 그곳... 거기가 더 맛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내 기억력은 항상 정확하지는 않기도 하고 그랬다.
안가본 감천문화마을에도, 해동 용궁사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부산 - 그래도 아직은 정감있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 한국에서 국내여행을 한다면 - 교툥편으로나 숙소의 다양성으로보나, 음식으로 따지나 - 부산은 가볼만한 곳이 아닐까? I♥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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