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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미술품 경매에 참여하다

by 반짝이는강 2019.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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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얼핏 주말에 auction에 가야한다길래 나는 동네에 매물로 나온 집이 경매를 하나보다라고 생각하고 흘려들었었다. 호주에서는 집을 판매할때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가격을 협상하기도 하지만 - 경매 (auction)에 붙이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토요일 밤 페이스북 피드를 넘겨보다가 "Fine Art Auction"을 발견했는데 - 장소를 보니까 우리 집이랑 멀지 않다. 우리 동네에 예술품 경매를 할만한 곳이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하고 배우자한테 이런 광고가 나왔다고 보여주니까 - 자기가 가야한다던 옥션이 바로 이 옥션이란다. 

아무리 같은 집에 살아서 같은 IP 주소를 공유한다고 해도, 배우자랑 나랑 똑같은 광고를 발견하다니 - 페이스북, 너!! Targeted marketing 좀 하는구나. 

광고에 따르면 본격적인 옥션 시작 전에 pre-viewing이 아침 9시 반부터 시작이다. 마음만 먹으면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지만 - 햇빝이 작열하고 있으니까 운전을 해서 목적지로 향했다. 

​아침 10시도 안되서, 그것도 이 동네 길거리에 차가 이리 많이 주차되어 있을 수 있다니....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Charleston 의 Fine Art Auction 장소로 들어서니까, 이렇게 안내 데스크가 있고, 사전등록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현장등록 부스가 마련되어 있다.  

Charleston

경매에 어떤 물건이 나오는지도 모르는 채 -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단 현장 등록을 했다. ​만일을 위해서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을 통째로 들고오길 잘했다. 내게 배정된 번호는 55번!! 

경매 참여 번호표

얼마 전에 팔렸다는, 대지 5 ha 위에 지어진 이 집 안에 미술품을 가득 쌓아두고 전시하고 있었다. 바로 아래 사진들처럼 - 집 내부 곳곳에 미술품들이 빼곡하게 전시되고 있었다. 아래 사진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경매에 나왔다. 그림이며, 양탄자, 조형물, 주전자, 소파들, 테이블, 서랍장, 램프까지 모조리 말이다. 물론 쇼파나 램프, 서랍장 등은 미술품은 아니지만.... 이 집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미술품들과 함께 경매로 나왔다. 

아래 사진에서 창문 앞에 있는 왼쪽편의 - 핑크색 도는 작품이 꽤 마음에 들었었는데 - 소심하게 비딩(bidding)도 하지 않은게 못내 아쉽다. 

<미술품 사전 전시>

​복도에도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 그야말로 발 디딜틈이 없게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 옷차림도 참 제각각이다. 남자들은 나이불문하고 이렇게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이 절반 이상이다. 

미술품 경매 전시장

​바로 아래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작품도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 배우자의 제지로 경매에 비딩하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안샀으니 주저주저한게 못내 후회가....된다고 하고 있지만, 경매에 참여해서 이 작품이 내 손에 들어왔으면 - 작품 비용 내느라 "내가 미쳤지 왜 이런걸 샀을까" 라고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집안에 미술품 전시

​이 집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가구들 - 그리고 아주 많은 카펫들도 경매에 붙여졌다. 카펫들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것들인데, 작은게 $300 정도에 팔렸고, 폭이 3m가 넘어가는 것은 상태나 문양에 따라 수천달러에 팔렸다. 

사람들은 실물과 카달로그 번호를 대조해보면서, 어느 정도 가격이 적정한 것인지, 얼마에 비딩해야할지 가늠해 보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그 중 한 명. 

이렇게 야외에 차양막을 치고, 의자를 놓고, 여기에서 11시 30분부터 경매가 시작되었다. 200명도 넘는 사람들이 경매에 참여했다. 총 4시간 동안 아주 빠른 속도로 연속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사이 사람들이 목 마르거나 출출할까봐 한켠에서는 소세지를 구워서 무료로 나워주고 있다. 물론 물도 공짜로 준다. 이정도는 해야지 사람들이 집에 안가고 경매에 참여할테니까. 

​본격적으로 경매가 시작되었다. 여기는 호주 - 호주에서도 외진 브리즈번인데, 피카소 사인본 프린트나, 샤갈 사인본 프린트, 살바도르 달리 사인이 들어간 프린트 등이 많이 있었다. 이 날 경매에서 가장 자주 이름을 볼 수 있었고, 동시에 사람들이 열심히 경매에 참여하게 만든 화가는 데이비드 브롬리 (David Bromley)이다. 아래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 데이비드 브롬리에 대해 궁금한 분은 그의 홈피에 방문해 볼 수 있겠다. 

미술품 옥션

이 정도 크기의 그의 작품을 보통 갤러리에서 사면 AUD 10,000 이상인데, 이 날 이 작품은 $7,000에 팔렸다. 아주 바겐인 셈이다. 

나도 초반에 경매에 참여해서 브렛 휘틀리 (Brett Whiteley)의 프린트 하나를 구입했다. 오리지널도 아니고 signed print도 아니니 별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이로써 호주 화가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경매에 참여도 해보고, 배우자는 내가 낙찰받은 프린트를 좋아하는거 같으니 그걸로 되었다. 아! 집에 오니까 배우자가 그런다. 우리 집에 처음 들여오는 그림 (프린트지만)이 우리가 결혼한 곳이라며, 의미있다고 말이다. 


참고로 Culture Trip 에 따르면 호주의 대표 유명 화가들 이름 몇 개 정도는 알아두면 유식해보이지 않을까 해서 몇 개 찾아봤다. 

1. Sydney Nolan (1917-1992) - Ned Kelly를 반복적으로 그린걸로 아는데, 호주에서나 혹은 다른 나라에서 아래의 페인팅을 본걸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Gallery of NSW에도 있다.

<First-class marksman by Sydney Nolan>

 

2. Grace Cossington Smith (1892-1984)

<Crowd, 1922 by Grace Cossington Smith>

3. Brett Whiteley (1939-1992) 

<Self Portrait in the studio, 1976 by Brett Whiteley>

 

4. Margaret Preston (1875-1963) - 아들레이드에서 태어났고, 유럽이 모더니즘과 후기 인상파 시기를 지나고 있던 시기에 그녀는 뮤닉, 파리, 런던에서 교육받았다.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정물화나 풍경화들이 많다. 

<Bridge from North Shore, 1932 by Margaret Preston>

처음에 우리 부부는 - 개인 소장 미술품들이, 소유자가 사망해서 한번에 경매로 나온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우리만의 착각이었다. 오늘 지인을 통해서 들으니  Charleston 이란 회사는, 대형 주택을 빌려서, 그간 쌓인 미술품들을 한번에 경매에 붙이는 일이 왕왕있고, 가끔 이런 기회에 좋은 작품을 저가에 수집할 수도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기회가 되는 분들은 구경삼아 한번쯤 가보길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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