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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하우스 파티

by 반짝이는강 2019.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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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거창하게 House Party 지만... 음.....글쎄...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배우자의 예전 연인 C가 현재 파트너 N과 우리집으로 3박 4일 놀러오기로 몇 달 전부터 약속이 되어있었다.  결혼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십년이 훌쩍 넘게 C와 N을 알고 지내왔고, C와 N이 런던에 살 때도, 멜버른에 사는 지금도, 그네 집에 여러번 다녀오며 신세를 지고, 자주 만나왔기에 C와 N이 온다는 소식에 나도 무척 반갑고 기대가 되었다. 나보다 더 신이난 배우자는 - 심지어 하우스 파티를 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한 후에, 나에게 통보해 왔다. 쯔읍...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올 이 홈파티에 C도 매우 신이 났다고, 주도적으로 함께 파티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배우자랑 나는 둘다 호주 출생이 아닌 만큼 - 거기다 맨땅에 헤딩하듯 브리즈번으로 이사 온지 아직 일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집에 초대할 만큼 친분있게 아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우리는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했다. 하우스 파티를 계획한 시작도 그렇지만 손님 초대 리스트도 참... 어찌 보면 우리 부부는 좀 외계인스럽다. 

 

K & S - K는 중국계 말레이시안으로 태어났고, 부모님 따라 호주로 이민을 왔다. K는 배우자가 온라인 세상에서 알게된 사람인데 어찌하다보니 몇 년 전 그의 집에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 초대받은 후 종종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그는 스웨덴 태생인 S랑 결혼해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딸 2, 아들 2들 키우는 중이다. 둘은 브리즈번에서 말레이시아 모임 혹은 스웨덴 모임을 자주 주최하고는 한다. 이번에 얼핏 들으니 K는 미술품도 전문적으로 사고 판단다. 그리고 다섯째를 생각 중이란다. 아니.... 운전도 못하는 K를 믿고 S는 어찌 다섯째를 낳으려는건지 원...참... 

Paul & S - Paul은 땅부자 아저씨다. 얼마전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에서 올라온 중고물품 사러갔다 만난 우리 옆 동네 사는 아저씬데 - 그렇게 만난 후로 몇일 지나지 않아서 우리를 자기네 집으로 초대해준게 인연이 되어서, 이번에는 내가 Paul과 S를 집으로 초대했다. 비록 백내장인지 녹내장인지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S는 오지 않았지만 Paul은 기꺼이 와주었고, 6월에 hose & land package를 직접 짓는 빌더의 작품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2019/03/05 - [호주살이/부동산 금융] - 땅부자 아저씨

Lucas & M - Lucas는 위에 언급한 K와 S의 친구인데 - 장애가 있다. 이번에 이야길 들으니 그는 어렸을 때부터 뼈질환(?)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스웨덴에서 21살이 되던 해에 국가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고관절 교체 수술을 받을 기회와, 호주로 여행을 떠날 기회가 동시에 왔는데, 주저없이 호주로 왔고, 그 후 여기에 정착했다고 한다. 지금은 라오스 태생인 M과 아들 셋을 낳고 살고 있으며... 최초 고관절 수술의 기회로부터 약 20년 정도가 지난 지난 해에 호주에서 고관절 교체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L은 글쓰기에 소질이 있고, 프리랜서 작가(?)인거 같다. 

Peter & Pamela - 내 배우자는 - 멋진 차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고, 차 주인이 있던 없던, 세세히 감탄하며 살펴보는 버릇이 있다. 몇 달 전에 쇼핑몰에 (아마 Coles에 가서) 주차되어있는 에스턴 마틴 (Aston Martin)을 감탄하며 보다가 차 주인을 만나서 수다를 떨다가 간략한 신상정보 및 번호를 교환하고 왔단다. 이 사람을 파티에 초대한다고 해서 나는 콧방귀를 꼈는데 - 이 사람 - (아마 연인) Pamela를 데리고 진짜 왔다. IT 회사를 키워서 요즘 한창 파는 작업을 마무리 중이란다. 이 아저씨는 옆 동네 20 헥타르 (약 10만 평) 가 넘는 대지 위에 있는 집에 산단다. 곧 자기 집으로 우리를 초대하겠다는데 음......과연 그 날이 올지...?? 그 날이 오면 제임스 본드에나 나오는 에스턴 마틴에 앉아볼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G & John - G는 홍콩계인데, 부모님이 영국령인 파퓨아 뉴기니로 발령이 나서 - 거기서 자랐다고 한다. 그리고 호주로 넘어와서 정착을 했고, 지금은 은퇴했단다. 그는 게이인데, 지금은 아마 싱글인거 같다. 내 배우자에게 고품질 커피를 맛보여주겠다며, 고급 빈(bean)을 들고 이번 주에 다시 우리 집에 오겠다는데... 진짜로 올지...? John은 퀸즐랜드에서 판사를 지낸적 있는 사람이라는데... 지금은 retirement home에서 살고 있단다. 빠른 속도로 많은 맥주를 마셔서... 맥주 마시는 사람들의 공분을 삼... 

N & Caroline - 곧 뉴질랜드로 이주 예정인 배우자의 친구 N. 그리고 N이랑 조금 데이트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지금은 그냥 친구로 지내는 Caroline. Caroline은 아주 보기드문 앙상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  요가 강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고, 유산균 섭취를 위해 김치를 사먹고 있단다. Caroline 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N은 나만 보면 김치 만들면 자기를 좀 달라고 하곤 했는데 - 뉴질랜드로 가면 새로운 연인을 찾을런지...

그 외에도 초대한 사람들이 더 있는데 -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모두가 다 오지는 못했다. 아마 그들은 별도로 시간을 내서 집으로 초대해야할 것 같다. 

 

사실 여태까지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집들이다운 집들이를 해본적도, 하우스 파티를 호스트가 되어 해본적도 없다. 그러던 차에 이런걸 왕년에 좀 해본 배우자랑, 배우자의 이전 연인 C가 주축이 되어 처리해 주었다. C는 메뉴를 짜야한다며... 전날부터 같이 쇼핑을 다녔다. 15~20명을 예상하며 우리가 짠 메뉴는...

1. 화이트 와인 6병 + 레드 와인 3명 + 맥주 한 궤짝 (24병) + 소프트 드링크 1.5L 6병

2. Hummus dip + Onion dip + chips + cracker + 오이/당근/파프리카

3. 참치 마요네즈 롤 + 베지테리안을 위한 야채롤 

4. 파스타 샐러드

5. 닭다리 구이 

6. 집에서 손수 만든 햄버거 (저녁 8시에  원하는대로 바로바로 바베큐 해서 만들어 줌)

7. 고기를 안먹는 사람들은 연어를 파피욧 (종이 호일이나 호일에 싸서 증기로 요리하는 방법)으로 요리해 줌

8. 초코 브라우니 + 아몬드 슬라이드

9. 아이스크림 

 

후무스 빼고는 다 집에서 손수 다듬고 만드느라 오전이 아주 바빴지만 - 르 꼬르동 블루 졸업생 (6개월) 출신인 C와, 평소 요리를 전담하는 배우자 덕에 5시간 만에 준비를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내가 만든 초코 브라우니는 열광적인 반응을 받았고, 전기압력밥솥 덕분에 N이랑 같이 만든 스시도 좋은 반응을 받았다. 파티가 끝나고 배우자랑 C랑 N이랑 나는 즐거웠고, 우리의 팀웍이 정말 좋았다며 서로 칭찬하는 여유도 부렸다.

예상치 않은 금전적 출혈이 있기는 했지만 - 결과적으로는 이로써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야한다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다음 번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막 멜버른으로 돌아간 C와 N이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고, 실제 내 눈에도 그래보여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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