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주살이/부동산 금융

땅부자 아저씨

by 반짝이는강 2019. 3. 5.
반응형

카테고리에 맞는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요지는 오늘 우연히 땅 부자인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나 같은 범인이 비범한 땅부자 아저씨를 만나게 된 사연인즉 어젯 밤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아래의 중고상품 판매 글을 보게 되면서다.

페이스북 마켓

지금 집에도 바 스툴이 있기는 한데 - 낡기도 했고, 현재 집 구성을 생각하면 흰색이 더 나을꺼 같기도 하고, 새 제품을 사면 비싸기때문에... 사진으로 봐서는 상태도 좋아보이고, 우리 집에서 가깝기에 상태를 확인하고 사면 될 것 같았다. 어젯 밤에 이걸 본 시간은 너무 늦어서, 댓글로 "Will PM you in the morning (dont want to disturb you at night)" 라고 남기고, 오늘 아침에 메세지를 보냈더니, 아무때나 좋으니 오라고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 


업무를 끝내고 오후 늦게 - 물건(?)을 확인하러 배우자랑 같이 이 분 집으로 방문을 했다. 번지 수를 찾아 헤매이는데, 어느 중년 남자분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자기 집 드라이브웨이 쪽으로 주차하라는 손짓을 한다. 

내려서 악수를 하며 통성명을 하자, 미리 복도에 내어둔 의자를 보여준다. 난 별로 안따지고 사 갈 생각이었는데, 배우자는 아랫 지지대 부분에 크롬코팅이 벗거졌고, 의자가 많이 낡았다며 - 그 중년 남성분에게 "이거 중고로 산거죠?" 이렇게 묻는다. 헛...뜨..... 그 분은 선뜻 그렇다고 한다. 얼마전에 집을 팔았는데, 집 팔때 장식용으로 중고로 잠깐 샀다가, 이제 집을 팔았기때문에 의자도 판다고 했다....

어쩌다보니 "What do you do?" 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알고보니 이 아저씨 건축가란다. 원래 영국 태생인데,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아내를 만나서, 호주로 와서 산지 꽤 오래 되었다고 했다. 시드니에도 몇년 살았고, 브리즈번에도 꽤 살았단다. 

이야기는 물 흐르듯 흐르고 -  판 집은 어디에 있던거냐는 이야기에 이르렀고, 이 아저씨는 지금 집 주변의 10 ha의 땅이 자기 땅인데, 땅을 개발해서 파는 중이라고 했다. 뭐시....? 10 헥타르....???

1 헥타르가 1만 제곱미터 (sqm)이니까 10만 제곱미터... 무려 3만 평? 호주에서 대지가 좀 넓으면 1000 sqm이고, 요즘은 400~800 sqm 정도 크기로 많이 파는데.... 설사 1000 sqm 크기로 쪼개서 판다고 해도,,, 100개... !!

1000 sqm 땅의 가격을 아주 적게 잡아서 AUD 250,000라고치고... 그 중에 절반 정도는 공공용지로 묶는다고 쳐도... 12.5 밀리언...???

놀란표정

이미지 출처: 여기


건축가로 일하며 - 자기는 고정된 월급받고 일하는 동안, 자기가 그린 도면으로 부동산 투자자 혹은 투자회사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걸 보고는, 월급쟁이로 일하기 보다는 자기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투자하는 것으로 전향했다고 했다.  지금은 부동산 중개 면허 및 건축가 면허도 가지고 있단다. 

호주에서는 처음에는 시드니에 살면서, 대지가 큰 집을 사서 두세 조각으로 나눠서 팔기도 여러번 했고,  혼스비에도 땅을 사서, 여러 개로 나눠서 꽤 괜찮은 차익을 남기고 팔았다고 했다. 

브리즈번에서도 꽤 여러 건의 거래를 하신거 같은데 - 지금 진행하고 있는 10 헥타르 땅은 - 원래 황무지 같았던 땅에다 직접 도로, 전기, 수도, 인터넷 등 기반 시설을 들이고, 코알라 보호 울타리 (브리즈번 카운실의 요구사항이라고...)도 만들고, 나무를 자른만큼  나무 심기도 더 해가며 (보호 수종 1개를 자르면 5개를 더 심어야 한다고 함) 땅을 점차적으로 개간해서, 빈 땅으로 팔기도 하고, 땅 위에 집을 지어서 파는 것도 하고 있다고 했다. 새 집을 지어서 1년 거주 후 살면 세금 혜택이 있기때문에... (주거용 주택은 1년 이상 거주시 양도세 면제가 됨). 

이렇게 땅을 개간하기 위해 행정 절차는 모두 직접 진행했고, 그게 약 5년 정도 걸렸다고 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땅들은 거의 판매 막바지에 이른 것인지, 다시 큰 조각의 땅을 살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 붙이는 말씀은 - 부동산 투자를 해서 재미를 보려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시선으로 땅이나 집을 볼 줄 알아야 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진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범인은 할 수 없고 비범해야 할 수 있다는 말로만 들렸다... 

부동산 시장 및 이 동네 시장을 관심있게 보고, 거래도 활발히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 이 동네 부동산 중개업자는 모두 알고 있었고, 이전 및 현재의 대형 매물들도 거의 꿰고 계셨다. 우리도 최근에 집을 산 만큼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대한 우리만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판매자로서는 어떤 것에 주목하게 되는지에 대해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중고 바 스툴 사러 잠깐 들렀다가, 물건은 사지도 않고, 2시간 동안 쉴새없이 수다만 떨다가 그 집을 나서게 되었다. 이 아저씨는 우리가 재미있었는지, 소개시켜주고 싶은 친구 (땅이나 주택을 구매해서, 레노 후 판매까지 직접 하는 그런 builder)가 있다며 자기 집에 다시 놀러오라고 했다. 그렇게 연락처를 한 번 더 주고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호주에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느끼는거지만 - 호주는 아무리 부자라도, 그냥 봐서는 다 평범한 동네 사람같다. 돈이 많다고 고가의 물건을 들고 다니거나 과시하는 일은 잘 없고 (중고 물품을 적극적으로 사고 파는 것만 봐도..), 오히려 대대로 물려받은 물건들을 즐겁게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차도 정말 평범한 차를 몰고 다닌다. 가끔 뭐...유일한 사치성 소비로 본인을 위해 비까뻔쩍한 차를 1개쯤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 이것도 은퇴한 중년의 분이, 스포츠카를 사서 (혹은 아주 오래된 중고 차 부품을 모아서 직접 조립해서), 규정속도를 100% 준수하며 타는 것이라서 - 납득 가능하다. 

그런 호주에서 아무리 부자더라도 꼭 한가지 필수품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유머 (humour)다. 특히 영국 태생의 남자들에서 자주 관찰되는데, 돈이 아무리 많아도 유머가 없으면  인생의 중요한 것이 결핍되어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전에 한때는 잘나가는 사업가였지만, 파산하기 직전이라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헐값에 팔아치우는 분을 만난적이 있는데, 그 커플은 자신의 상심이나 절망감은 전혀 표현하지 않고, 우리에게 자신들의 끊이지 않는 유머를 과시해 주었다. 어쩌다 보니 그 분도 페이스북 동네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된 분이었다. 

2018/12/23 - [호주살이/일상생활] -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게라지 세일 그리고 다이닝 테이블

오늘 Paul을 만나고 보니, 바로 위에 언급한 그 커플 생각이 났다. 3월에 출장들이 끝나고, 집 보수공사도 끝이 나면 우리 집으로 한 번 초대해볼까 싶다. 


그나저나 나도 유머가 좀 있어야 할텐데...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