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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할로윈

by 반짝이는강 2019.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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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처음 주택에 살게 된 ​지난 해 할로윈엔 아무 생각없이 집에 있는데 벨이 울려서 나가보니 컴컴한데도 불구하고 꼬마손님 5~6명이 할로윈에 맞춰 옷을 입고 현관 앞에 서 있었다. 

평소 사탕은 어디서 공짜로 받아도 전혀 안먹고, 초코렛도 어쩌다 한번 살까말까 하는지라, 집에 단 것이 없었다. 그나마 그때 마침 애프터눈 티와 함께 하나씩 먹으려고 어쩌다 사다둔 팀탐이 하나 있어서 - 그걸로 만회했었다. 다만, 사람 숫자만큼 있었던게 아니라 아주 미안해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 팀탐 1봉지를 아무생각 없이 한 명의 자루에 툭! 하고 넣어줬을 때, 옆에 있던 아이들의 아!! 하는 탄성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려깊은 이웃으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거 같아서 일년 내내 마음이 조큼 무거웠었다. 

그리하여... 이번 해엔 할로윈을 겨냥한 온갖 사탕 및 초콜렛류 홍보들이 나돌 때, 좋은 이웃으로 의무를 다해보리라 다짐을 했었다. 몇 명이나 올지는 모르지만 킷캣(KitKat)과 린트 초콜렛(Lindt)을 사다가 바구니에 담고, 현관 앞 쪽 정원 조명도 켜고, 현관쪽 창문은 파란색 조명을 장전하고 - 아이들이 와서 벨을 누르면 조명을 빨간색이나 핑크색으로 바꿔서 조큼 놀래켜주리라 계획하고 있었다.  


할로윈의 유래

약 2000년쯤도 전에 지금의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북부 지방에 살던 켈트족이(Celtic)은 11월 1일에 새해를 맞이했었다. 긴긴 여름을 보내고, 춥고 음습한 겨울로 넘어가는 이 때가 되면, 추워진 날씨때문인지, 죽는 사람도 많았단다. 

켈트족은 새해로 넘어가기 전 날인 10월 31일이 되면,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날이라 죽은 영혼이 되돌아 온다고 믿었고, 이 날을 기념하며 크게 축제를 했다고 한다. 

할로윈이 처음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는 별반 주목받지 못했고, 미국 남부에서 소수만이 농작물 경작이 끝난 후 여는 파티정도로 알려져 있다가, 19세기 후반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 사건 이후 아일랜드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크게 알려졌고 대중적인 이벤트로 자리잡게 되었다.  

Trick or Treat

내가 초콜렛과 킷캣을 준비한건 아이들이 우리 집에 오면 줄 treats으로 준비한 것인데 - 이 유래도 재미있다. 

할로윈은 원래 마을 전체 혹은 커뮤니티의 행사로 마을 회관 같은 곳에서 진행되었던 것 같은데, 점차 대중,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서 인기를 끌게 됨에 따라 vandalism (공공시설을 훼손하는 등의 반사회적인 행동)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1950년에 미국의 베비이붐 시기 이후 - 아이들의 수가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 마을 회관(?) 같은 곳에서  할로윈 행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할로윈을 학교나 가정의 행사로 돌려놓는 비교적 저렴하고 손쉬운 전략이 실행되었다. 그 중 하나가 1920~1950년대에 유행했다는 tricks or treats 인데 - 설명으로는 이웃집 아이들에게 treats을 제공하면 trick (마술)을 피할 수 있단다. 

출처: https://www.history.com/topics/halloween/history-of-halloween 


저녁에 6시에 다른 집들은 어떻게 꾸몄나 구경도 할 겸 동네 한바퀴를 하려는데, 동네 아이들이 벌써 코스튬을 갖춰입고, 무리지어 다니고 있길래 뛰어서 집으로 돌아와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6시 45분

7시.

7시 30분.

8시.

그 간 옆 집 사나운 개 짓는 소리는 좀 들렸는데... 우리 집 벨 누른 사람은 없다... 

어쩌면 창문을 뚫고 나올 것처럼 창문으로 온몸을 내던지며 짖어대는 옆 집 개들때문에... 애들이 겁먹고 우리집까지는 못왔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인 내가 봐도 그 집 개는 물리면 뼈도 못추릴꺼 같고, 가끔은 창문도 깨고 나올꺼 같다... 

옆 집 이웃... 그리고 그 집 개들....! 

참 얇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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