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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것 뿐일까

by 반짝이는강 2019.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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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꿈

오늘은 꿈을 꾸다가 새벽에 잠깐 ​깼다. 어제 꿈에선 어금니가 3갠가 빠졌는데 다시 멀쩡히 끼워넣는 그런 이상한 개꿈을 꾸더니, 오늘은 엄마가 죽은 듯 한 나를 염하는...그런 얼토당토않은 꿈을 꾸다가 깬 것이다. 

평소엔 꿈을 잘 안꾸는 편인데 - 혼자 집에 있으니 무의식중에 마음이 심란한가보다. 

​새벽 4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 아침 산책을 가볼까 하다가 그냥 더 잤다. 그리고는 - 아침에 눈뜨자마자 정오에 진행해야 하는 팀미팅 준비를 시작했다. 


이웃 집 염소의 일탈

미팅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데 어디서....염소 소리가 들린다. Lee네 집에 있는 염소 소리가 내 사무실에서 가까이 들리면 안되는데... 창문으로 Gloria네 집을 보니까 - 염소가 거기서 보인다. 어떻게 또 탈출했지?? 란 생각이랑 이번엔 우리집으로 탈출한게 아니라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동시에 스쳤다. 

염소들의 탈출

​글로리아에게 알려줘야 될꺼 같아서,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밖으로 나갔다. Lee네 집 염소 5마리 중에 4 마리가 탈출해서 글로리아네 집 건물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Gloria랑 나는 같이 땡볕 아래에서 우리집 우체통에 꽂혀있던 ALDI 전단지를 흔들어대며 이 염소 4마리를 유인해서 다시 Lee 네 집 염소 우리에 넣어주었다. 

Lee네 집은 우리 집 보다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서 우리 집에선 Lee네 이층 집 중의 2층만 조금 보인다. 게다가 Lee네 집은 빙 둘러서 나무들이 빽빽히 심겨져 있기때문에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여태 Lee네 집을 으리으리한 저택으로 상상했었다. 그러던 차에 오늘 처음으로 Lee네 집 마당 (우리집에서 안보이는 Lee네 마당)에 들어가보게 되었다. 

오늘 가까이서 보니까 요 몇 일 Lee네 가족이 집을 비워서 그런지 정원에 거미줄도 많고,  마당에 그늘도 없고, 염소 5마리가 사는 염소 우리는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토마토며 과일, 야채들 그리고 염소 똥으로 참 지져분했다. 우리집으로 염소 배설물 냄새가 풍겨온다고 했던 내 배우자 말이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에서 보던 Lee네 집 정원은 grass is greener 는 맞지만 집 전체를 보면 - 별반 다르지 않거나, 혹은 청결함에 있어서 우리 집 마당이 더 나은 것 같다.


NSW Bushfire

이번 주 NSW주에는 Bushfire 비상상태다. Turramurra에도 불이 났다니 - 시드니도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불이 진압되었다고 하지만, 이 불로 인해 - 회사는 시드니 사무실을 내일 하루 폐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나도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병원들이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있지는 않은지 - 오늘 몇 번을 확인했다. 

영국에 있는 배우자는 나더러 자동차 기름을 가득 채워두고,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여권/지갑/핸드폰/물한병을 챙겨서 가방에 넣어두라며 연락이 왔다. 

여차저차하면 모든 수도꼭지를 열어서 집 지붕 및 건물 근처로 물을 흝뿌리게 두고, 탈출하란다. 

어제 오늘 House insurance에서 집 건물 비용을 좀 더 높게 올려잡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Is the grass greener? 

요즘 일이 너무나 재미가 없다. 이런 고민을 한지는 꽤 되었다.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기가 너무나 힘이 든다. 

최근에 어떤 분이 자기는 외국계 회사의 CRA가 되기 위해 줄곧 달려왔는데, 그토록 원하던 oncology 경험이 있는 경력 CRA가 되고보니까, 목표가 사라져 버린 것 같다고 -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연락을 해오셨다. 그 분은 다른 연륜있는 분들께도 조언을 구했었는데 - 다들 취미도 갖고, 연애도 하고, 인생을 즐기라는 말들을 해주더라고 했다. 그런데 그 분은 그걸로는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다고 했다. 

그 분이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주셨을 때 - 참 내 이야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읽고 또 읽었다. 다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었고, 이미 답신을 하였지만, 지금도 어떤 말이 적합한건지 잘 모르겠다. 


요즘 회사에, 그리고 하는 일에 마음이 많이 떠났기에, 나는 이직할 때가 된 것 같은데 - 브리즈번에 살다보니까, 시드니에 비해 이직의 기회가 1/10 미만으로 줄어든 것 같다. 예상은 했었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시드니에 사는 후보자로 한정하는 포지션들이 너무나 많다.  다시 시드니로 이사를 가야하나?


요즘 한밤 중 본사와의 미팅을 거의 모두 배째라...하며 안들어가고 있다가, 오늘 문득 내가 뭔가 놓힌게 있나싶어서, 10시에 시작하는 한 프로젝트 미팅에 들어갔었다. 미팅이 시작한지 5분도 되지 않아 - 괜히 들어왔다고 후회했다. 그렇지만 - 덕분에 같은 미팅에 들어온 영국에 있는 - 꽤 오래 알아온 직장 동료 Mark랑 잠깐 채팅을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이런저런 불평들을 터뜨리자 Mark가 그런다. 

My strategy these days is I don't really give a £$%! about all the nonsense, delete as many e-mails as I can, keep my manager happy and do what I think is important and finish on time - life outside of this is more important

선을 잘 지키고, cool하고 나름 내가 인정하는 Mark가 이런 말을 하니까... 이상하다. 

Jeny도 이 비슷한 말을 나에게 했었다. 

Who care about $!@#&%. Suck it up. Get paid. Pay the bill and pay the mortgage. Enjoy life.  

덧붙여서 그녀는 다른 회사에 가도 same old shit이 있을테니, 지금 있는 회사가 평판도 괜찮고, 업무량도 적당하고,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니 특별히 아주 좋은 곳이 있는게 아니면 계속 다니라고 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일에 너무 all in 하는 습관은 참 나쁜 것 같다. 내 사업을 하는게 아닌 이상 -  어느 날 퇴사하고 나면 - 아무도 두번 생각하지 않는 일은 그냥 일일 뿐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마음이 설레지 않는, 내가 나 자신에게 brain dead mode를 장착하도록 설득해야하는 것 같은 요즘의 상황들이... 체념하며 받아들이기에는 참 힘이 든다. 

답답한 마음에 9월에 한국에서 돌아올 때 공항에서 이런 책도 샀다. 

이 분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 즉흥적으로 산거라 리뷰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 심금은 아직 1도 울리지가 않았고, 아마 안울릴 것 같다. 

원래 - 이웃집 잔디가 더 푸르러 보이고,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걸까? 물론 Mark 말대로 커리어를 갑자기 대전환한다면 이웃집 잔디가 더 푸르를 수도 있고, 남의 떡이 더 클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요즘은 여러 면에서 호주에도, 한국에도 완벽히 속하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도 속할수 없게 된 어중이떠중이가 된 기분이다.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마음이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 아이러니하게도 선택지가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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