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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

돼지고기 오븐 요리 (로스트)

by 반짝이는강 2020.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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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우자는 원래 돼지고기를 안좋아했다. 그런데 호주에 오고나서는 영국이랑은 돼지고기 맛이 다르다며, 아주 맛있다면서 돼지고기에 점차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코스트코에서 동그랗게 썰려나오는 등심 (loin)을 사다가 양념해서 먹는게 고작이었다. 난 지방이 적당히 섞여있는 목심 (shoulder), 스카치 필레나 컨트리 컷 혹은 안심을 더 좋아하지만 내가 요리를 좀 하는 주부(?)는 아니기때문에 그냥 배우자가 해주는대로 먹었다. 

그러다가 브리즈번의 현재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는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돼지고기 요리를 하게되었다. 아마 강력한 동기부여이자 촉매제는 뛰어난 오븐 성능인 것 같다. 역시 요리기구가 좋아야 요리도 할 맛이 난다. 이전 집에서는 표기되는 온도랑 실제 온도랑 달랐고 (결정적으로 디지털로 온도가 표기되지 않았음), 고로 요리책에 나온 시간보다 훨씬 오래 요리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집에 있는 오븐은 오븐 전광판에 디지털로 표시되는 온도가 아주 정확하고, 웬만한건 요리책에 나온 온도에서, 요리하라는 시간만큼 하면, 거의 그대로 완성되는 편이다. 

그리하여... 마당에 허브도 많겠다...시간도 많겠다... 나는 포크 백립이랑 돼지고기 로스팅을 자주 하는 편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이렇게 오븐으로 장시간 요리를 하면 실내 온도가 좀 올라간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나중에 환기시켜야 하지만

2019/12/19 -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요리 와인] - 베이비 폭립 (Baby Pork Ribs)  

그리하여 오늘 소개할 요리는 돼지고기 로스트! 

엄밀하게 말하자면 나는 주로 뼈를 제거한 어깨부위를 사용한다. Pork Shoulder 라고 써있고, 보통은 로스팅 할 때 모양이 흩어지지 않도록 망 (=netting)에 넣어서 판매되고 있다. 가끔 돼지고기 세일할 때 사면 값도 아주 착하다.  

 

 

 

여러 레시피를 해봤지만 - 몇 일 전에 해본 Nagi의 레시피가 최고였다. Nagi의 오리지날 레시피는 여기 에 있고, 나는 내 맘대로 조금 변형했다. 

돼지고기 로스트 준비물 

  • 뼈없는 돼지고기 어깨 (Boneless Pork Shoulder) 1.7~2.5 kg 
  • 소금 1 티스푼 스푼 
  • 후추 01 티스푼 
  • 올리브유 1 테이블 스푼 + 1 티스푼
  • 양파 1~2개
  • 마늘 1~2개 - 원래 마늘이 있어야했지만.. 없어서 사과 1개 잘라서 대체함. 통마늘 없으면 양파를 많이 써도 됩니다. 뭔 말인진 계속 읽으시면 압니다. 
  • 와인 혹은 맥주 혹은 섞어서 총 2 컵 (약 500ml) - 집에 오픈한지 하루 이상 지난 레드와인이랑 김빠진 맥주가 있어서 섞어서 사용하고, 500 ml쯤 되게 물도 조금 추가했음. 
  • 펜넬 씨앗 2 테이블 스푼 - 있으면 좋지만 절대적인건 아님. 있으면, 절구통에 찧어서 사용. 
  • 로즈마리 몇 가닥 - 있으면 좋지만 절대적인건 아님. 

 

그래비 (Gravy) 만들기 재료

  • 밀가루 혹은 옥수수 전분 1.5~2 테이블 스푼 
  • 닭육수 1 컵 
  • 소금 후추 적당량 

 

돼지고기 로스트 만들기

1. 돼지고기 온도가 실온에 가까워지도록 일단은 냉장고에서 꺼내서 실온에다 30분 정도 방치합니다. 그런 다음 포장지 및 네팅을 제거하고 (네팅 그대로 두고 로스팅해도 되긴 합니다), 키친타올로 돼지고기 껍질에 있는 핏물이나 물기를 몽땅 제거하세요. 돼지고기를 통째로 물로 씻거나 그럴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물기를 제거하는게 굉장히 중요한데요 - 그래야 나중에 바삭바삭한 돼지고기 껍질을 맛볼 수 있기때문입니다. 시간이 많은 경우에는 전날 밤 혹은 요리 몇 시간 전에 미리 포장을 제거해서, 물기를 제거한 후, 돼지고기를 통째로 큰 접시에 담아서 냉장실에서 두라는 레시피들이 많은데요. 이건 돼지고기 껍질에 있는 수분들이 냉장실에서 서서히 몽땅 건조되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2. 오븐을 로스트 모드로 해서 220 C (430 F)로 예열하고 시작합니다.

3. 살코기 부분이 위로 오도록 한 후에 올리브유 1 테이블 스푼, 후추 (준비된 양의 절반 혹은 넉넉히) +절구통에 찧은 펜넬 씨앗 (준비된 양 모두)을 골고루 흩뿌린 후에 살코기 부분을 골고루 마사지 해주세요. 로즈마리가 있으면, 살코기가 접히는 부분에 꽂거나 끼워넣어줍니다. 

4. 돼지고기를 뒤집어서 껍질이 위로 오도록 한 다음 올리브유 1 티스푼 + 소금 1 티스푼 + 후추 (남은 절반 혹은 넉넉히) 뿌려서 손으로 골고루 마사지 해줍니다. 

5. 그런 다음 양파랑 마늘을 가로 잘라서 로스팅 팬에다 깔아줍니다. 거기에 돼지고기 껍질이 위쪽으로 오도록 얹어주세요. 이때 핵심은 - 돼지고기 껍질이 전체적으로 수평이 되도록 양파랑 마늘로 높낮이를 약간 조절해 주는겁니다. 그래야 나중에 껍질이 골고루 바삭하게 익거든요. 

집에 통마늘이 똑 떨어져서 - 양파랑 사과를 제 맘대로 잘라서 썼습니다. 사진에 보면 펜넬 씨앗이 껍질에도 많이 묻어있는데 레시피를 자세히 읽지않은 제 실수에요. 그래도 맛있기는 했지만 - 오븐의 열기에 많이 노출되는 껍질에는 펜넬은 안뿌리는게 아마 더 좋을꺼에요. 

 

로스팅하기 전 돼지고기 어깨

 

6. 준비된 와인 혹은 맥주 혹은 애플 사이다 (apple cider) 혹은 이들의 혼합 + 물을 로스팅팬에 자작하게 부어줍니다. 돼지고기 껍질에 안묻도록 조심하세요~~

 

오븐에 들어갈 준비가 됀 통 돼지고기

 

7. 조심조심~~ 22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은 다음, 바로 오븐 온도를 160도로 낮춰서 2시간 30분 동안 로스팅 합니다. Fan force 라면 140도로 맞추면 됩니다. 

오븐 온도를 고기 넣자마자 바로 낮출껀데 왜 220도로 예열했느냐고요? 이게 돼지고기랑 야채랑 액체 무게를 합하면 3 kg이 족히넘는데, 이것때문에 오븐 온도가 바로 확 떨어지거든요. 160도로 예열한데다가 넣었다면, 온도가 120도 언저리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는데 또 한참 걸릴꺼에요. 그래서 아예 처음에 높은 온도로 예열해서, 넣자마자 오븐 온도를 원하는 온도로 낮춰서 설정하는 경우가 왕왕있답니다. 

약 1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 - 로스팅 팬 바닥에 액체가 넉넉히 있는지 한 번 확인해 주세요. <증발이 너무 많이 된거 같다> 하면 물을 조금 부어주세요. 

<사이드 디쉬 팁> 

어차피 오븐은 계속 돌아가잖아요? 그래서 사이드 디쉬로는 감자구이를 하기로 했어요. 중간 크기 (큰걸 해도 괜찮습니다) 감자를 깨끗하게 씻어서, 뾰족한 칼로 콕콕콕 칼집을 10번쯤 내준다음, 로스팅 팬 (혹은 저처럼 케익틀)에다가 담고, 올리브 유 1 숟가락, 소금 한꼬집 뿌리고, 로즈마리 몇 가닥이랑 올린 다음 돼지고기 넣을때 오븐에 같이 넣어주세요. 2시간 반 지나면 완전히 익습니다.

 

 

8. 2시간 30분이 지났으면, 돼지고기를 꺼내서 바닥에 아직 액체가 있나 보시고, 너무 조금 남았다 싶으면 물을 조금 부어주시고요 (생각보다 증발은 많지 않더라고요) 아니면 그대로 두고, 오븐 온도를 240도 혹은 제일 뜨거운 온도로 올립니다.  (감자는 다 익었을테니 꺼내세요)

9. 오븐이 240도에 도달하면, 돼지고기를 오븐에 다시 넣고 30분간 더 구워주세요. 만약 망에 쌓여있는 고기로 요리하고 있다면, 돼지고기 껍질이 골고루 바삭하게 익도록 5~10분마다 살짝씩 돌려주세요. 

 

통 돼지고기 구이~ 히히

 

10. 로스팅이 끝나면 오븐에서 꺼낸 후 돼지고기는 resting 할 수 있게 20분 정도 포일을 위에 살짝 얹어서 (감싸지 말고요) 그대로 두시고요. 그 사이 그래비를 만듭니다. 

11. 그래비는 - 고기 구운 로스팅 팬에서 남은걸 야채 + 액체를 다 체에 걸러서 소스팬에 담습니다. 양파는... 모양이 그대로 남기때문에 기름을 뺀 후에 고기랑 같이 먹어도 맛있어요. 걸러진 맛있는 액기스(?) 에다가 밀가루 혹은 옥수수 전분 (=corn flour) 을 넣고 잘 섞은 다음에, 준비된 치킨 스톡 (혹은 물을 조금...)을 넣고 걸쭉해질때까지 2~3분 끓여주세요. 소금과 후추는 기호에 맞게 넣으면 됩니다. 

12. 돼지고기를 폼나게 썰어서 그래비랑 준비된 사이드 디쉬 (저는 통감자구이)랑 서빙하면 됩니다. 

돼지고기는 사과랑 궁합이 잘 맞는데 - 사과+로켓 샐러드, 애플사이다 혹은 애플소스를 같이 내면 좋습니다. 

 

돼지고기 로스트

 

 

원래는 Coles 돼지고기 사면 뒷면에 있는 instruction 대로 요리하고는 했었어요. Nagi씨의 레시피는 Pork rib 만들때 여러번 읽어보고 조금씩 응용해 보기만 했지, 적극적으로 따라해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 배우자 말이 - 흠잡을데 없는 돼지고기 로스팅이라는군요. 더도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가 딱 좋다고, 언제든지 이렇게만 해달라는군요. 제 개인적으로는 - 돼지고기 껍질이 정말 쫀득하면서 바삭바삭하게 되어서 너무 잘 먹었습니다.

요즘 COVID-19이 유행하면서 - 얼마전에 슈퍼마켓에 갔더니 다른 고기는 다 팔리고 돼지고기 로스팅 용만 남아있던데 - 혹시 지금 그런 사태에 직면해 있거나, 비상식량을 축적해두고 싶은 분은.... 이거 괜찮을꺼에요. 진공 포장된 부위라 - 유통기한이 조금 더 길거든요. 그럼 맛있는 요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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