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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결혼 반지

by 반짝이는강 2020.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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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외출을 하려고 결혼반지를 끼려고 했더니......어라..... 지난 주에도 안들어가더니 오늘도....안들어간다....

최근 몇 달 사이 손가락이 굵어졌나...?

내가 무언의 언질을 줘서, 그가 청혼을 위해 고른 반지는 티파니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웨딩밴드 (wedding band)약혼반지 (engagement ring)의 조합이다. 배우자가 약혼 반지를 가지고 청혼을 해 온 후로, 그리고 결혼식에서 그가 웨딩 밴드를 끼워준 이후로는 외출을 할 때는 거의 항상 약혼반지와 결혼반지를 함께 끼고 다녔었다.

그럼 집에서는 안끼느냐고? 아마 서양 정서에 따르자면,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반지를 끼고 있는게 일반적이겠지만, (예상치 않게) 약혼반지에 있는 돌출된 다이아몬드때문에, 집안일을 하거나, 니트류의 옷을 입고 있을 때는 반지가 걸리적 거려서, 외출할 때는 끼고, 집에서는 보통 반지를 빼두는 편이다. 

혹시라도 다시 결혼 반지를 고를 기회가 온다면.... 돌출형 다이아몬드.... no no no...  그리고 내가 뭐 유명인도 아니고... 티파니같은 브랜드는 됐고... 아무튼 니트옷 입을 때나 스타킹 신을 때 안걸리적 거리는, 평평한 반지를 고를 것 같다. 

아무튼 이런 나의 습관때문에, 브리즈번에 와서 100%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는, 가끔 슈퍼마켓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하게 외출 할 일이 거의 없어, 어쩌다 보니 반지를 끼지 않았게 되었다. 그 결과 예상치도 못하게... 결혼반지가 손가락에 안들어가게 되었다! 그런가보다.. 예전에 한국의 많은 어머니들이 손가락이 굵어져서 반지가 안맞게 되었다는 말은 - 반지를 안껴서, 손가락이 반지를 잊어버린 것과 같은 말이었나보다.... 

서양 마인드셋으로는 - 결혼을 했으면 결혼반지를 항상 끼고 다니는게 당연한데 - 아시안 여성들은 결혼을 했는데, 결혼 반지를 안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호주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보통은) 이상한 눈으로 본다. 몇 년 전에 한번은 사무실에서 Katrina가 베트남 출신인 Livia가 결혼반지를 안끼고 있다며 핀잔을 주고 있었다. Livia는 특별한 꿍꿍이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결혼반지를 안끼고 다니는데 익숙해져 있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시아 여자는 결혼반지 잘 안끼고 다닌다며 항변했고 - Katrina가 갑자기 주변에 있던 나더러 손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 날따라 아침에 반지 끼는걸 깜빡하고 출근한 날이었는데.... 아무튼 그래서 그날 졸지에 이상한 아시아 여성(? ) 혹은 아시아 여성은 결혼 반지도 안끼는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들(?)처럼 되었다. 

 

그럼 호주에선 남자들도 그렇게 결혼 반지를 잘 끼고 다니느냐고? 결혼반지가 있으면 그렇다. 있는데 안끼고 다니면 - 뭔가 꿍꿍이가 있는 사람이거나, 혹은 헤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결혼은 했는데 결혼 반지가 아예 없는 남자들이 있다. 내 배우자도 이런 남자가 될 뻔 했다. 자기는 결혼반지가 필요없다는거다. 이유인 즉, 

자기 아버지도 결혼 할 때, 어머니만 사드렸고 아버지는 결혼 반지 안장만하셨다며....

자기 동생도 결혼 할 때 청혼할 요량으로 부인용 결혼반지 준비하고, 동생껀 없다며...

자기 친구들도 부인들꺼만 장만해주고, 친구들껀 없다며...

게다가 자기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계 먼저 풀어놓는 사람이며, 아마 반지처럼 손가락을 옥죄는 물건에는 알레르기 반응 올꺼 같다며...  고로 자기는 아마 못끼고 다닐꺼 같으니, 그래서 필요없다는게 아닌가? 

나 혼자 끼는거면 나도 안끼겠다며... 한 참 실갱이를 한 후에야...그도 결혼반지를 마련하는 것으로 합의할 수 있었다. 그의 반지는 아무런 보석이 없는 평평한 디자인인데, 단순한 디자인인 만큼 하루 종일 끼고 있어도 별 지장이 없을꺼 같은데, 집 밖으로 외출 할 때만 끼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반지랑 시계부터 풀어놓는다. 요즘 그도 집에만 있다보니까 - 가끔 반지가 어디있는지 못찾기도 한다. 하.하.하.

 

오늘도 반지가 안들어간다니까, 배우자는 반지를 손가락에 맞게 늘리러 가자고 하는데, 반지 늘리기 전에, 그나마 아직 손가락에 들어가는 약혼반지 하나만이라도 하루 몇 시간씩 껴보는걸로 연습을 해서, 시간을 두고 손가락이 다시 예전처럼 반지에 적응할 수 있는지 좀 지켜봐야겠다.

결혼반지 + 물려받은 결혼반지

결혼반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 시어머니는 당신의 약혼반지와 결혼반지를 내게 물려주셨다. 그렇게 하기로 이미 정해두셨었는지, 지난 해 5월에 영국에 갔을 때, 시어머니는 당신에게 많은 행복을 가져다 준 이 반지가, 나에게도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길 바란다며, 시아버지가 청혼을 하며 끼워준 반지를 내 손에 쥐어주셨다. 시아버지는 옆에서 시어머니가 하는 말을 듣고는 감정이 북받혀 한참 눈물을 보이셨다. 

시어머니의 원래의 결혼 반지는 - 시어머니가 많이 야위게 되면서 손가락에 아주 헐겁게 껴져있다가, 몇 년 전 어느날 쑥,,, 하고 빠져서 사라졌다. 영영 찾을 수 없게 되자 시아버지는 금은방에 가서 다시 결혼반지를 사서 시어머니께 끼워주셨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지고 나서 - 시어머니의 결혼 반지가 내게로 왔다. 약혼반지와 결혼반지 두께의 차이를 보면, 말년에 얼마나 야위셨었나 금새 알 수 있다. 

요즘은 가끔 - 시어머니나 시아버지가 생각이 나면 - 두 분의 결혼반지+약혼반지를 껴보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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