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리로 옮긴 6월 - 아주 무기력하다.
옮기자마자 이게 잘 한 선택이었나? 하는 회의가 매일매일 밀려온다.
원래 있던 곳에서 제시한 자리가... (물론 짐작이지만) 연봉도 더 많고... (이건 기정 사실) 타이틀도 더 좋았는데... 난 왜 똑같은 연봉으로, 타이틀은 오히려 내린거 같은 이 자리로 온건가...
내가 혼돈스러워하니까 배우자는 - 자기도 말렸고, 내 보스도 말렸고, 내 다른 보스도 말렸고, 내 동료들도 말렸는데... 선택은 내가 한거라고 했다.
그 말이 맞다.
내가 굳이 우겨서 이런 선택을 해서 왔으니 - 지금 와서 되돌릴 수도 없고 - 어찌됐든 1년은 버텨야지.
오늘 이런 내 갈등을 이전 직장 동료인 J에게 넌지시 내비쳤더니 - J는 "You can always come back - whenever you wish. They will take you back in a heartbeat." 이라며... 날 위로해줬다. 항상 든든한 제니...
줄곧 생각해보니... 이런 회의가 드는게 꼭 처음은 아니다. 어쨌던 간에 이번에 이런 결정을 한 것도... 이런 결정을 하기 전에 고민하며 불만족스러워 했던 것도 - 결국은 <일>보다 우선하는 궁극적인 삶의 목표 혹은 삶의 가치에 대해서 지표나 목표를 세우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어떤 이는 - 월급이 나오고, 매달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고, 할 일이 있으니 그걸로 된 것이며 - 굳이 한 등급 더 올라가서 스트레스 받는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어떤 이가 아니라 호주의 많은 이들 - 내 동료들 중 많은 이들이 이런 자세였다. 내 배우자도 이런 마인드셋이다. 그래서 호주 사람들은... 은퇴해도 될꺼 같은 돈이 모이면 미련없이 은퇴도 잘 하고.... 1년씩 가족 전체가 안식년을 가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긴데 할 일 없다고 더 빡신 곳으로 같은 돈 받고 자진해서 오다니....
내가 (혹은 어쩌면 많은 이민자들이) 항상 고민이 끝나지 않고, 불만족스러운건... 아직도 선택지가 있고, 호주에 8년을 산 지금도 - 한국으로 가볼까 싶은 마음이 없지않아 있고, 내가 영어를 조금만 더 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남아있다고 생각되는 선택지와 아쉬움.
이 모든 번뇌와 미련에서 벗어나려먼 엄마 말 마따나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모니터 옆 화이트 보드에 써둬야지.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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