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고 보니... 지금 내가 사는 동네는 - 이게 호주가 맞나 싶을 정도로 - 이웃들이 나눔을 참 많이하는 것 같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 땅이 개발되면서 아마 약 20~25년 전부터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해서 지금은 아마 약 100개 쯤 되는 집들이 하나의 동네를 이루게 되었다. 아직도 빈 땅이 몇몇 있기는 하다.
이웃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보니까, 초창기에 집을 지어서 이사 온 분들은 - 주말마다 돌아가면서 누구네 집에서 모이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서 그러지는 않고, FACEBOOK 에 초대받은 사람만 가입 가능한 비공개 커뮤니티를 통해서 많은 소통이 이루어진다. 아주 젊은 커플은 드문 편이고 - 아이가 2 이상 있는 커플 혹은 은퇴를 앞두었거나, 막 은퇴한 커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 사람들이 좀 더 느긋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것 같다.
아이들 장난감이나, 안쓰게된 가구나 가전제품, 기타 등등을 이웃에게 주는 경우도 많고, 특히나 다들 대지가 넓은 곳에 집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 플랑지파니나 유카를 자른 것 (땅에 바로 심어서 키울 수 있음), 혹은 요맘때쯤이 되면 직접 기른 레몬이랑 라임을 바구니에 담아서, 이웃들이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집 앞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Paul & Helen도 예년처럼 자기 집 우편함에 매일 새로 딴 라임을 올려놓고, "FREE" 른 사인과 지퍼백을 올려두기 시작한지 일주일 쯤 되었다.
그러던 차에~~ 오늘은 Mary가 자기집 금귤나무에 금귤(Kumquat)이 많이 달렸으니 - 자기 집에 와서 따가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생면부지이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니 - 금귤을 따러가고 싶은데 주소가 어찌 되느냐고 물으니 곧장 답신이 온다. 그래서 배우자를 재촉해서 산책겸 - 금귤 나눔을 받으러 Mary네 집으로 향했다.
가는 중에 Mary 한테 메세지가 왔다. 방금 한 가족이 다녀갔고, 곧 또 다른 사람이 오기로 했으니, 너무 늦지 말라고 말이다. 친절하기도!
그녀가 금귤나무가 어디쯤 있는지 이미 알려줬지만, 그렇다고 고맙단 말도 안하고 따가는건 실례일 것 같아서, 문을 두드리니 Mary가 나온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마음껏 금귤을 따가라는 그녀의 말에 나도 금귤을 따기 시작했다. 금귤은 한국에서는 낑깡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나무는 오늘에야 처음 봤는데 - 대충 요렇게 생겼다. 작다는 것만 빼면 금귤도, 금귤나무 잎들도 제주도에서 본 귤나무의 그것과 비슷하게 생겼다.
금귤을 하나 따니까 - 의도치않게 위 꼭지뚜껑이 가지에 찰싹 붙어서 금귤에서 분리되며, 금귤 꼭지가 뿅~ 하고 열린다. 나무에서 방금 떨어져서 시위라도 하듯, 시큼한 금귤 냄새가 확 밀려온다. 그래서 고 다음껀 금귤꼭지가 안떨어지게 가지째 꺽듯이 따기 시작했다. 금귤 따는게 은근히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건가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올지도 모르니까 - 너무 많이 따가는 것도 실례일 것 같아서, 조금만 담고... 다시 집으로....
Mary네 집은 막다른 곳에 있고 - U자 모양으로 오르락 내리락 해야해서 우리가 산책갈 때는 잘 안가는 곳인데 - 이렇게보니...참...외딴 시골마을 같다. 배우자가 찍어준 내 모습은 - 내가 필요할 때가 아니면, 내 행색에 대해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전형적인 호주사람이 되어가는 중...
집에 와서 블로그에 올릴꺼라고 - 금귤사진 아이폰 11로 열심히 찍어봤다. 요게 제일 잘 나온 사진인듯. 헤헤~~
나도 곧... 레몬 나무를 땅에 옮겨심고 - 2년쯤 후에는 이웃들에게 레몬을 나눠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과연 가능할까? 그나마 희소식은 - 80cm 쯤일 때 사와서 큰 화분에 심었던 레몬나무가 1년도 안되는 사이에 1.5m가 넘게 커졌고, 벌써 레몬도 2개가 달렸고, 이제 본격적으로 꽃이 피기시작했다.
레몬이 튼실하게 많이 열리도록, 배우자에게 레몬 나무에 열심히 쉬하라고 졸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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