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카테고리에 넣을까 일상생활 카테고리에 넣을까하다가 엉뚱하게 한동안 아무 글도 안올렸던 미식 카테고리로....
근데 사실은 일상 & 커리어에 관련된 이유로 이곳에 가게 되었다. 얼마전에 내가 시드니에 간 이유의 원동력이기도 했던... 링크드인으로 연락해서 만나게 된 바로.... XYZ 님!!
AGSM MBA 지난 학기 팀 과제를 하면서 IT 관련 잡 마켓의 supply & demand 분석을 하면서 IT가 정말 핫하구나... 라고 실감을 하였고, 나도 이쪽에 어떻게 발 담글 방법은 없을까? 하는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 전에 아는 분이 - 이직을 하게 된다면 단 한 군데 가고 싶다고 언급한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ABC 회사!! (회사 이름을 적고싶지만 - 업계가 너무 좁아서 회사 이름 밝히면 너무나 뻔해서 이름은 밝히지 않음... )
아무튼 그 ABC 회사에 다니는 XYZ 님이 어느 신문? 잡지사에 인터뷰한걸 보고 생판 모르는 사람이지만 - 인터뷰 기사 흥미롭게 잘 읽었다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 답신이 왔다. 그걸 계기로 그 분이 ARCS conference 참석차 시드니에 온다기에 - 그 분을 좀 만나고 싶은 마음에 나도 일부러 회사 일로 ARCS conference 참석 기회를 만들었다. 이러고 보면 나란 사람... 남 용의주도하군.
아무튼 그리하여 - ARCS Conference가 시작되기 전 날인 일요일 점심때쯤 이 분이랑 만나기로 했다. 장소는... 내가 호텔로비로 찾아가겠다고... ㅎㅎㅎ
그 도시에 사는게 아닌 사람한테 어디로 찾아오라고 하면 - 서로 피곤하다. 전에 내가 멜버른에 놀러갔을 때 요런 방법으로 호텔 로비까지 와준 친구가 고마웠던 기억도 있었고... 요즘 일부러 조금이라도 더 걸으려고 애쓰는 내가 찾아가겠다고 하는 것은 꽤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생면부지에 링크드인에서 메세지 몇 개 주고받은게 전부인 사람이랑 만나는 것이다 보니 아래의 요건들을 기준으로 장소를 물색했다.
1. 시드니 도심 안에 있으면서 호텔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최대 반경 2 km 이내)
2. 어색하지 않으면서,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함
3. 음식은 맛있어야 함
4. 무난한 가격
5. 와인 및 맥주도 있었으면 함. (license 있는 곳)
6. 일요일 점심에 문 연 곳 + 일요일 오후 내내 열었으면 함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싶은 마음)
그리하여 찾은 곳이... 바로 The Lord Nelson Brewery Hotel 되겠다. 1841년부터 있었다고 하니 나름 시드니에서 손꼽는 오래된 pub이다.
시드니 한복판에서 잠깐 벗어나는 건데, 요런 건물들이 나온다. 바깥에서 보면 꽤나 멋지다.
Hotel 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이 윗층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The Lord Nelson Brewery Hotel 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이 브루어리 (=맥주 양조장)가 있어서 직접 만든 맥주들을 파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 CBD 임을 감안해도 가격이 착해서 - 특히 샘플링 메뉴로 주문도 가능해서 맛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XYZ 님과 나는 우선 트라팔가 페일 에일을 파인트로 주문하고 1차 계산을 카운터에서 바로 하고, 남아있는 테이블에 착석했다. 그 다음에는 Three sheets를 파인트로 한 순배 더 마시고, 마지막은 넬슨의 피(?) 라는 흑맥주 풍의 맥주로 마무리했다. 그 다음 약속만 없었드면 종류별로 다 마셔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음...
일요일 점심이라 pub lunch 를 하러온 성인 자녀를 둔 가족단위의 손님, 혹은 중년의 손님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시끌벅적하기보다는 유쾌한 정도의 소음이 있고, 사람들도 여유로워보였다. 영국 펍이랑 좀 비슷한 느낌이다.
메뉴는 단촐하지만 그래도 있을껀 다 있다.
나는 fish & chips - 생선 퀄리티랑 튀김의 신선도는 좋았고, 옆에 딸려나온 샐러드도 괜찮았다. 1인분이지만 내 기준에서는꽤 많은 양이었다. 요즘 웬만해선 음식 안남길려고 하는데 - 남기고 말았음. ㅜㅜ
XYZ 님은 (아마 meat) pie를 주문했다. 매쉬드 포테이토 위에 pie 그리고 그 위에 으깬 pea가 올려져 나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요 메뉴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XYZ 님 입맛엔 조금 짰다고...
내부도 깨끗하고... 오래된 건물 느낌도 나고...여름에는 바깥에 앉으면 좋을듯.
직원들도 매우 친절했다. 중간에 바에서 일하는 분께 립스틱 색깔 너무 이쁘다고, 그 제품 이름 뭐냐고 했더니 - 내가 있던 테이블까지 가져와서 보여주고 가심. 주문 받는 노련한 (혹은 주인장님?) 분도 기분 좋은 정도로 고객을 managing 하며 효율성을 발휘해주신다.
영국 분위기 나는 펍이 그리운 분들이라면 가볼만 한듯. 유일한 차이라면 - 퀴즈쑈가 없는거 같다는거?
감사하게도 - 링크드인에서 무턱 대고 연락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먼 곳까지 출장와서 피곤하셨을텐데, 흔쾌히 시간을 내어 만나주신 XYZ 님께 감사드린다.
몇 일 전에 실리콘 밸리에서 인도 사람들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게 있는데 - 한국 사람은 그런게 부족하고, 그래서 높은 자리에 있는 한국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그런 글을 읽었다. 음... 한편으로는 이 말에 공감한다.
내가 처음 호주에 왔을 때는, 정말 한국 사람이라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요즘은 업계에 내가 아는 한국 사람들만 해도 꽤 몇 명이 있고, 아마 내가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요즘 한국 사람 및 아시아 사람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다. 이런 선한 행위가 많이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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