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로 넘어 오고는 어째 하루 종일 미팅인 날이 많다.
보통 7~8시 사이에 업무를 시작하는데 - 8시부터 미팅 시작인 날도 꽤 있다. 어떤 날은 8시부터 오후 4시가 될때까지 점심은 커녕 화장실 갈 틈이 겨우겨우 있을 정도? 게다가 미팅을 호스팅해야하거나 비디오를 켜놓고 집중해야하거나 (특히 채용을 위한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 뭔가 인풋을 제공해야하는 미팅이 많은데 - 이런 날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미팅이 많은 날은 - 미팅 끝나고 나면 내가 해야할 일은 그대로 따로 쌓여있다.
내가 집 밖으로 나갈 틈도 없이 홈오피에서 하루 왠종일을 보내는게 측은했는지 - 요즘 가드닝을 좀 열심히 하는 배우자가 - 마당에 있는 꽃들을 꺽어다가 가져다 주었다.
마당에 두세가지 종류의 부겐빌레아 Bougainvillea 가 자라고 있는데 - 마당 끄트머리 그리고 수영장 뒷편에 있어서 멀리서만 가끔 보는 편인데 - 그 부겐빌레아 두 종류를 한 가지씩 꺽고, 향이 좋은 갈데니아 Gardenia (치차나무꽃)을 몇 송이 꽂아놓았다.
보지 않는다면 마당에 꽃나무가 있으면 뭐하냐며 - 꽃도 보고 좀 웃으라고 말이다. 그리고 삼일에 한번쯤씩 새 꽃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금요일엔 아주 열받아하며 미팅을 몇 개 들어가느라 배우자가 내 홈오피스에 들어왔다 나가는줄만 알았지 왜 왔다갔는지는 몰랐는데 - 새 꽃을 가져다 놓고 갔다. 나는 몇 시간이 지나서야 새 꽃을 알아챘다. 그런 내 모습에... 약간 현타가 왔달까? 대체 뭐 하며 사는거냐?
몇 일 전에는 둘째 조카의 두 번째 생일이라고 생일 선물을 보냈는데 - 토요일인 어제 오후 동생한테 메세지가 왔다.
"누나"
"레고 보냈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번에 누나가 사준 레고랑 똑같은걸 또 보냄~~"
이 메세지를 받고는 - 내가 전에 또 레고를 언제 보냈지 한참 생각해 보아야했다. 생각해보니 지난 해에 한국 갈때 호주에서 레고를 사서 포장해서 가져가서 선물한적이 있었다. 동생말로는 그때 그 레고랑, 이번에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보낸 레고랑 완전 똑같은 것이라고 했다. 아이고........!! 동생이 누나가 왜 이러나 했을꺼 같다...
통제밖의 것들에 휩싸여 다른걸 알아채지도 못할 정도로 열받아하지 말고 자주 잠깐씩 바깥도 보고, 숨도 쉬고, 주변도 보고 그래야지. 그래서 오늘은 이만 헬스장으로 가야겠다. GoGoGo!
'호주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주는 요즘 세일이 한창 (1) | 2023.06.09 |
---|---|
금요일! 마가리타 만들기 (1) | 2023.04.14 |
스카보로 비치 (2) | 2023.04.11 |
브리즈번 홈 쑈 & 리테이닝월 & 해리스팜 (1) | 2023.03.04 |
2월 - 발렌타인 (0) | 2023.02.21 |
정월대보름 (0) | 2023.02.13 |
오랫만에 아침 산책 (2) | 2023.0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