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겨울 날씨 (6-8월)
전 요즘 시드니의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봤자 7월 1일 - 제가 사는 동네의 일기예보로는 최저 온도는 5도, 최고온도 17도 입니다. 해는 아침 7시에 뜨고, 4시 56분에 질 예정이네요. 온도로만 따지면 사실 그다지 낮지 않지만, 1년 365일 중에 107일이 해가 쨍쨍하고, 129일은 그래도 맑은 날인 (partly sunny)인 도시에 살다보면 비오는 98일이, 특히 날씨도 춥고 비가 오는 날들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견디기가 정신적으로 힘이 듭니다. 참고로 시드니의 평균 1년 강수량은 1,223 mm 이네요.
한국에 장마철이 있듯이, 호주에서도 도시 별로 비가 많이 오는 시기가 있는데요. 시드니의 경우에는 제가 느끼기엔, 1년 동안 와야 되는 비 중에 절반은 6-7월에 오는거 같습니다. 이 참에 근거자료를 조금 찾아보니까, 강수량이 가장 많은 달은 제 생각과 달리 164 mm의 비가 내리는 3월로 나오네요. 3월의 비오는 날 평균은 15일인데, 햇빛이 쨍쨍하다가, 소나기처럼 후두둑 비가 강하게 오다가 그치고는 다시 해가 쨍 나고는 해서, 제 기억에는 좋은 (?) 기억만 남아있나봅니다. 두번째로 비가 많이 오는 달이 바로 6월인데 평균 140 mm의 비가 오고, 비오는 날은 약 13일 입니다. 아마 낮 시간이 짧은데다 약한 비가 하루 종일 오는 날이 많아서 6월에 비가 많이 온다고 느꼈나 봅니다.
출처: https://www.holiday-weather.com/sydney/averages/
가끔 호주에도 눈이 와?? 이런 질문을 받는데 대답은 "응!! 눈이 오는 데도 있어!" 입니다. 전에 6월 말인가 블루마운틴에 갔다가 눈을 본적이 있어요. NSW의 내륙 지방, Victoria 내륙지방 일부, 타즈매니아에서는 눈을 볼 수 있습니다. NSW 주에는 캔버라랑 빅토리아 주쪽으로 Thredbo, Perisher, Jindabyne, Alpine Way, Charlotte Pass, Mt Selwyn 스키장이 있고요. Victoria 주에서는 Mt Buller, Mt Stirling, Mt Hotham, Falls Creek, Lake Mountain, Mt Baw Baw, Dinner Plain 에서 눈을 보거나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Tasmania 주에는 Ben Lomond, Mt Mawson 에서 스키를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좀 더 궁금하시다면 호주 내에 있는 스키장 전경을 보여주는 웹사이트도 있습니다: https://www.ski.com.au/snowreport.html
주변 사람들을 보면, 약 10살 미만의 자녀 혹은 눈을 본 적이 없는 자녀를 데리고, 운전을 해서 빅토리아 주에 있는 스키장에 한 일주일 정도 다녀오기도 하고, 학교에서 스키캠프를 가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두 시즌 정도 용평 스키장을 다녔었는데, 그 정도 눈(?)이나 슬로프는 호주에서는 구경할 수 없을꺼라는 선입견때문에, 그리고 전 추운건 질색이라 호주에서 스키장에 갈 일은 큰 이변이 있지 않는 한 없을듯 합니다. 그리고, 스키가 수준급이면 - 그냥 뉴질랜드나 일본에 가서 스키 타고 오는게 낫다라고들 합니다. 총 비용면에서 크게 차이 없고, 설질은 훨씬 뛰어나다고들 하더라구요.
출처:
https://www.currentresults.com/Weather/Australia/Cities/sunshine-annual-average.php
https://www.currentresults.com/Weather/Australia/Cities/precipitation-annual-average.php
시드니에서 겨울 나기
아무튼, 이런 우중충한 겨울 날씨를 저처럼 견디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여름이 대부분인 나라이다 보니까 (특히 시드니나 브리즈번 등등), 여름만 있는 나라나 혹은 한국 같은 겨울이 있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호주의 집들은 실내 난방이 잘 되어있지 않고, 오래된 집들은 춥다고들(?) 하더라구요.
추운 날씨 탓에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특히나 6월에는 아침에 출근을 해서 이메일을 열면 처음 반나절 동안은 누군가의 sick leave (병가) 를 알리는 이메일들이 날아옵니다. 병가가 많은 날은 약 10%의 사람들이 본인이 아파서 혹은 자녀가 아파서 병가를 내는 날도 있더군요. 호주에선 감기 걸렸는데 회사에 나오면 - 다들 "You should go home!!" 이러기때문에, 본인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아프면 회사에 안나가야 합니다. 감기 걸렸는데 회사나 학교에 가면 - 호흡기 전염이기때문에 민감한 사람들은 1m 정도 거리를 둡니다. 혹은 본인이 자기 감기 걸렸으니까, 가까이 오지 말라고 선언(?)합니다.
1년 풀타임 근무 시에는 기본적으로 10일의 병가가 주어지고, 안쓴다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니고, 다 쓴다고 누가 이상하게 보는 것도 아니니, 대부분은 아프면 그냥 집에서 푹 쉽니다. 저도 그렇구요. 그러라고 병가는 있는거니까요. 가끔 꽤병(?)을 내는 사람도 있는데, 적당한 꽤병(?)은 봐주는 분위깁니다. 가끔 일 할 마음이 전혀 안생기는 정신적 상태 (mental illness?) 가 오는 것도 이해한다는 저의 보스 - 너그럽죠?
6월에는 병가도 많지만 휴가도 많습니다. 돌봐야 하는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 북반구의 초여름인 6월이 추운 호주 날씨를 피해 어딘가로 떠날 절호의 시기니까요. 특히나, 방학이 시작되어서 여기저기 관광객들이 붐비는 7월이 되기 전이라 더욱 좋죠. 그래서 북반구로 떠난 이들이 많습니다. Nadia는 일본 일주를 떠낫고, Wei는 제주도(?)를 포함한 한국 및 일본 여행을 떠났고, 얼마전 남미를 다녀온 Elise와 Gabriela, 등등등... 그 외에 호주 국내 여행을 떠난 이들도 있는데요. M은 울룰루로 가족 캠핑을 어제 떠났고, Z는 해밀턴 아일랜드로 저번 주에 휴가를 다녀왔네요.
참고로 호주의 겨울, 즉 6-8월에는 연중 더운 노던 테리토리 (Northern Territory)가 그나마 덜 더운 때라, 갈려면 이때 가는게 좋습니다. 반대로 타즈매니아는 눈을 보려고 가는거면 모를까 - 지금 가면 낮도 짧고 춥기때문에 - 지금은 절대로 타즈매니아 놀러갈 시기는 아닙니다. 타즈매니아는 그나마 날씨가 따뜻한 12월-1월에 가는게 현명한 선택입니다. 물론 가격은 좀 높을 수 있겠지만요.
호주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전체 옷 중에 아마 여름옷이 90%가 아니라면 70-80%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호주 사람들이 입고 있는 겨울 옷을 보면 - 제 보기엔 하나도 안따뜻(?)해 보이더라구요. 호주에도 몇 년 전에 유니클로의 히트텍과 덕다운 코트가 상륙하면서 사람들이 많이들 구매하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춥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사람도 있지만, 회사에 가면 남자도 여자도, 반팔 옷을 입고 미팅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반팔 옷을 입고 밖에서 조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총 근육 및 지방량이 많으면 뭐... 낮에는 반팔 입어도 안추울 수도 있겠지요.
이미지 출처: https://media.timeout.com/images/103892027/630/472/image.jpg
그래도 나름 겨울이라며, 남반구에서는 Christmas in July 라는 행사를 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남반구의 겨울이니 크리스마스를 하겠다는... 뭐... 그리고 12월이 되면 공식적인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구요. 시드니의 경우, The Rocks 에서는 Christmas in July Market이 열리기도 하고, 반짝 아이스 스케이트장을 만들기도 하고, 이그루를 만들기도 하고, 도시 곳곳에서 겨울이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조형물 혹은 장식물을 볼 수 있답니다.
모쪼록 이번 겨울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래봅니다. 내년도 시드니에 살고 있다면, 반드시 6월에는 북반구 어딘가로 휴가를 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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