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H와 데이비드를 만났다가 - 그 다음 날 그 부부 집으로 저녁에 놀러가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내가 우리 부부를 그네 집으로 초대한 셈(?)이 되어서 미안하기도 했고, 초대받은 집에 놀러갈 때는 뭔가 가져가는게 예의이기도 해서, 데이비드에게 내가 디저트를 만들어 갈테니 뭐든 말해보라고 했다. 데이비드는 뉴욕치즈케익 (New York Cheese)이 먹고싶다고 했다.
그리하여 - 지난 금요일에 내 평생 처음으로 뉴욕치즈케익을 만들어봤다. 오븐에서 치즈케익이 구워지는 동안 2018년을 마무리하는 글을 쓰면서 말이다.
뉴욕치즈케익의 베이스가 원했던 것만큼 바삭바삭하지는 않았지만 다행히도 전체적인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어서, 내 배우자랑 데이비드는 매우 맛있게 먹었다. 남편은 남은 치즈케익을 예의상 차마 싸오지 못하고 H랑 데이비드네 집에 남겨두고 와야했던게 너무 아쉽다고 일주일 동안 몇 번을 반복해서 말했다. 그때 사용한 레시피는 Bake Play Smile 이란 웹사이트에 있는 Classic New York Cheesecake 이다.
다만 그 뉴욕치즈케익은 - H랑 내 입맛엔 크림치즈와 버터때문에 리치한 감이 있었다.
이번 토요일에는 지인 3명을 우리집으로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그리하여 디저트로 - 남편이 일주일 내내 노래부르던 치즈케익이지만 - 내 입맛에 좀 더 잘 맞는 - 그리고 새로생긴 스탠드형 믹서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 일본식 치즈케익을 만들기로 했다.
뉴욕치즈케익과 일본식 치즈케익의 차이가 뭐냐고? 음...... 둘 다 만들어보니까 - 뉴욕치즈케익은 바닥에 비스킷을 갈아만든 베이스가 들어가고, 일본식 치즈케익에 비해 크림치즈가 2~3배 정도 많이 들어간다. 버터도 조금 더 많이 들어가고, 크림으로는 보통 사워크림을 많이 쓴다. 전체적으로 단단하고, 무겁고, 밀도높은 케익이 된다.
반면 일본식 치즈케익은 베이스가 없고, 계란 흰자로 머랭을 만들어 섞어주기때문에 가벼운 느낌의 케익이 된다. 원래 Souffle Cheesecake (수플레 치즈케익) 으로 명명되었는데,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졌기에 일본식 치즈케익으로 알려져 있다. 내 입맛엔 일본식 치즈케익이 잘 맞고, 느끼함 없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잘은 모르지만 한국에서 파는 대부분의 치즈케익은 일본식 치즈케익이 아닌가 싶다.
그럼 만들어 볼까?
참조레시피
1. Just One Cookbook - Japanese Cheesecake
미국에 사는 일본인 Nami (나미)씨의 요리블로그인데 - 이 레시피를 그대로 사용했고 다른 레시피들은 참조용으로 읽어봤다. 이 분 블로그에 있는 요리법은 그린티 케익도 그랬지만 내 입맛에 잘맛고, 신뢰할 수 있다. 위 링크로 들어가면 치즈케익 만들기 비디오도 있으니 감잡기 및 참조용으로 볼만하다.
2. Tasty - Fluffy Jiggly Japanese Cheesecake
3. RunAwayRice - Cotton Cheesecake / Japanese Cheesecake
일본식 치즈케익 재료들
무염버터 소량 - 베이킹 틀 및 베이킹 페이퍼에 기름칠 할 용도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300 g - 실온으로 준비. 실내온도가 높지 않으면 중탕으로 부드럽게 할 것.
무염버터 60 g (베이킹에서 버터는 항상 무염버터임) - 완전히 녹여서 준비
달걀 6개 (달걀 1개 껍질 포함 56 g 기준 --> 달걀껍질을 빼면 50 g이 됨 --> 이런 설명도 해 놓은 일본인 나미씨의 섬세한 정확성에 놀랐음.)
크림 200 g (=200 ml)
백설탕 60 g (=4 tbsp=1/4 cup)
케이크용 밀가루 80 g (=밀가루 72 g + 옥수수 전분 8 g)
레몬 1개 - 노란색 껍질 부분만 살짝 강판에 갈아서 사용 + 레몬즙 30 g (=2 tbsp, 다른 레시피들은 레몬 1개의 즙 이런 식인데 - 역시나 나미씨의 레시피에는 30g 이라고 정확히 기재되어 있음
백설탕 100 g
살구잼 2 tbsp - 레시피엔 살구잼이었지만, 집에 잼 종류는 하나도 없어서, 집에 있던 망고 1개를 설탕이랑 1:1로 섞어서 30분 정도 두었다가, 15분 정도 중간~약한 불에 끓여서 잼을 급조해서 만들어서 씀.
물 2 tsp
** 치즈케익을 만들때 중요한 것은 - 재료들을 미리 실온에 꺼내놓는 것이다. 특히 크림치즈는 만들기 1-2시간 전에 미리 냉장고에서 꺼내 계량해서 실온에 둔다. 크림치즈가 실온이 되어야 부드러워진다. 혹은 나미씨가 제시한 약간의 지름길 편법도 있는데 아래 레시피 참조. **
있어야 하는 도구
지름 23cm 케익 틀
케익틀이 담길만한 크기의 베이킹 트레이
핸드믹서기 혹은 스탠드형 믹서기
뉴욕치즈케익은 전기믹서기가 없어도 간단하게 만들수 있지만, 일본식 치즈케익은 전기믹서기가 없으면 좀 어렵다. 물론 팔뚝 힘이 좋아 수제로 머랭을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 그만한 팔뚝힘을 가진분이 그리 많지는 않을듯...
일본식 치즈케익 만들기
아주 상세한 설명이 위에 링크해 둔 나미씨 블로그에 가면 있기때문에 - 나는 내가 가진 도구에 맞게 적용한, 변형된 버전의 만들기 방법을 간단히만 올려본다.
1. 케익틀에 버터로 기름칠을 하고, 그 위에 버터로 기름칠한 유산지를 바닥 밑 옆면에 깔아준다.
일체형 케익틀이라면 이렇게 유산지를 깔기 전에 먼저 - 유산지를 길게 잘라서 바닥에 열 십자 모양 (+)으로 깔아준 후에 베이킹 페이퍼를 깔면 나중에 꺼내기 쉽다. 그러면 나처럼 밑에 호일을 깔아줄 필요가 없어진다.
나처럼 스프링형 케익틀 이라면 이렇게 유산지를 깔고 밑에는 아주 크고 두꺼운 쿠킹호일을 (혹시 모르니까) 2겹 깔아준다.
이건 나중에 케익을 구울때 Bain Marie (= water bath), 즉 베이킹 트레이에 물을 붓고, 거기에 케익틀을 넣어서 굽게 되기때문인데 - 튼튼한 호일로 감싸주지 않으면 스프링형 케익틀의 틈새로 물이 스며들어 눅눅한 케익이 되어 실패하게 된다. 호일의 가로세로 길이는 케익틀 바닥을 한번에 감싸고, 옆면으로도 2cm 정도는 올라올 정도로 커야 한다.
2. 치즈케익 반죽을 오븐 바닥에 가깝게 놓을 수 있도록, 미리 오븐 트레이의 위치를 조정한 후 오븐을 180도 (=350F) 로 예열한다.
3. 모든 재료를 계량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한다.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한다.
3. 크림치즈 300 g + 녹인 버터 60 g + 설탕 60 g, 크림 200 g 을 섞어준다.
나는 크림치즈와 크림을 미리 실온에 꺼내두었고, 버터도 녹여서 사용했는데 만약 미리 실온에 꺼내두지 못했거나 빠르게 재료들을 준비하고 싶다면 차선책으로 - 모두 그릇에 같이 담고 중탕을 해도 된다고 한다. 아마 한번에 중탕을 하는게 더 쉬울꺼 같다.
재료들이 어느정도 썪이면 거품기를 사용해 완전히 섞어준다.
4. 3번에 준비된 계란 노른자를 한번에 하나씩 넣어 거품기를 이용해 잘 섞어준다.
5. 4번에 준비된 케이크용 밀가루를 체에 한번 (혹은 두세번) 내린 후 섞어준다.
6. 5번에 레몬 제스트 (=레몬 껍질 노란부분만 강판에 갈아 준비한 것)와 레몬쥬스 30 g을 넣고 섞어준다.
7. 그 사이 오븐이 원하는 온도인 180도에 도달했으면, 베이킹 트레이를 오븐에 넣고, 거기에 끓는 물을 바닥이 1cm 정도 잠기게 부어준다.
8. 계란 흰자로 머랭을 만들 차례 - 전기믹서기를 중간정도 속도로 가동해 계란 흰자에 거품들이 생기고 흰색이 돌때까지 약 2분 정도 거품을 낸다.
9. 준비된 설탕 100 g을 3-4회로 나누어 넣어준다. 가령 1/3 넣고 믹서기 가동 - 1/3 넣고 믹서기 가동 - 1/3 넣고 믹서기 가동 하는 식으로 말이다.
10. 전기믹서기의 속도를 높여서 중간정도 피크 (peak)가 만들어질때까지 거품을 낸다. 중간정도 피크라 하면 - 거품기를 들어봤을때 거품의 윗부분이 살짝만 아래로 고꾸라지고 전체적으로는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이다.
거품이 너무 단단해지면 되돌리기 어렵기때문에 거품이 점차 단단해 질수록 15-30초 단위로 상태를 확인하며 거품기를 돌릴 것!
11. 준비된 6번 반죽에 - 막 거품을 낸 계란흰자 (=머랭)를 한번에 1/3씩 넣어고 점차적으로 모두 섞어준다. 그러면 반죽 완성!
12. 준비된 케익틀에 반죽을 부은 후, 케익틀을 가볍게 살짝 바닥에 내리쳐 공기방울을 제거하고 반죽의 윗면이 평평해지게 한다.
13. 오븐에서 이미 뜨거워진, 물이 담긴 베이킹 트레이에 케익틀을 조심스레 놓는다.
뜨거운 물이 많이 증발한 상태일지도 모르니까, 미리 물을 끓여준비해서, 케익틀을 베이킹 트레이에 놓은 후, 물이 바닥에서 약 1cm 정도 되도록, 필요시 베이킹 트레이에 끓는 물을 더 부어준다.
14. 반죽을 넣은 후 바로 오븐 온도를 160도 (=320F)로 낮춘 후 75분간 굽는다.
15. 75분이 지나면 오븐 온도를 150C (=300F)로 낮춰서 10분간 더 굽는다.
치즈케익이 구워지는 동안 나는 맥주 한 잔~
맥주 너머로 오븐에 넣은 치즈케익 보이시는가? 베이킹 트레이를 오븐 바닥에 가깝게 넣어주었다.
16. 구워야 하는 시간이 다 지나면, 오븐을 끄고, (절대로 오븐을 완전히 열지 말고) 오븐을 아주 살짝만 열어서, 20분간 그대로 둔다. 즉 오븐 안에서 식히는 것이다. 치즈케익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케익을 오븐에서 바로 꺼내지 않고 오븐 안에서 천천히 식히는거다. 안그러면 뉴욕치즈케익의 경우 케익 위에 금이 갈 수 있고, 일본식 치즈케익의 경우 케익이 푹 꺼질수도 있다.
내 오븐은 오븐을 끄자마자 자동 식힘 기능이 있어서, 오븐 문을 닫은채로 그대로 30분 이상 두었다.
17. 케익이 식는 동안 잼 두숟가락+물 2 티스푼을 섞어서 묶게 만든다. 그런 후 약간 식은 케익을 오븐에서 꺼낸 다음, 케익틀에서 꺼낸 후, 옆면의 유산지를 제거하고 준비된 잼+물을 케익 윗면에 발라준다. 이 과정은 안해도 맛에는 상관없지만, 이렇게 해야 미관상 윤기나는 케익이 된다.
18. 케익이 완전히 식으면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바로 먹을꺼 같으면 알맞은 크기로 잘라 서빙한다.
집에 살구잼이 없어서 급조한 망고잼을 약간 묽게 만들어서 케익 옆에 살짝 놓아 같이 냈다.
오늘 점심에 왔던 손님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은 치즈 케익! 5명 중에 3명이 두 조각씩 먹었다. 음......평소 케익을 그리 즐겨먹지 않는 나도 야심한 밤이지만 지금 한 조각 먹고 싶을 정도다. 대만족!! THANK YOU SO MUCH, NAMI-SAN FOR SHARING THIS WONDERFUL RECIPE!!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짜 쉬운 감자칩 만들기 (0) | 2019.01.20 |
---|---|
복숭아가 제철 - 복숭아잼 만들기 (0) | 2019.01.13 |
브리즈번의 호소카와 (Hosokawa), 그리고 시드니의 일본 음식점들 (0) | 2019.01.12 |
초코칩 쿠키 (0) | 2019.01.04 |
2018년 12월 31일에 한 일 - 집에서 바게트 굽기 (0) | 2019.01.01 |
간단한 브런치 메뉴 - 에그 머핀 (Egg muffin) (2) | 2018.12.30 |
호주산 스파클링 와인 (0) | 2018.12.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