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에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 있으니 - 바로 인두루필리 과일가게 (Indooroopilly fruit)다. 이제 호주에 산지도 6년이 넘었다. 그 사이 시드니에도 브리즈번에도 살아봤는데, 내가 가본 곳 중에서, 언제 가더라도, 무슨 과일을 사더라도 10번 사면 10번 다 맛있는 곳은 여기다. 인두루필리 과일가게 진심 사랑한다.
집 바로 옆에 쇼핑센터, 과일가게를 제치고, 거리가 조금 더 있지만 인두루필리 쇼핑센터를 가는 이유는 이 과일때문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가격이 비싸냐고? 천만에... 가격도 착하다. 제철과일이면 가격이 정말 착하다.
사진의 출처: 여기
휴가때부터 시작된 수영장 관리 프로젝트 - 1차로 수영장 물을 샘플로 떠다가 검사 후 염산을 비롯한 화학약품을 잔뜩 사서 넣고, 2차로 수영장 관리 전문가를 집으로 불러서 펌프 및 클로리네이터 사용 강습 및 청소요령, 수영장 관리 요령 설명을 듣고, 3차로 수영장 바닥 청소 펌프의 일부를 교체했다. 매번 돈이......그냥....... 훅훅 날아간다. 이게 지난 금요일.
수영장 바닥청소 펌프기 교체품들을 사러 간김에 - 냉장고도 텅 비어있겠다 - 인두루필리 쇼핑몰로 향했다. 쇼핑몰에는 이제 세일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기도 했고, 인두루필리 과일 가게에 들러서 맛있는 과일을 좀 사다 먹어야겠다 싶었다.
데이비드 존스랑 마이어를 뱅글뱅글 찬찬히 둘러보고 - 과일가게 문닫을새라 배우자를 재촉해서 1층 (ground floor)의 Coles랑 Woolworth 사이에 있는 과일가게에 먼저 들렀다.
날씨가 더워지고 나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도(white peach)가 시식용으로 나와있었다. 한 조각 입 안에 넣으니까 --- 오.........!!! 과일이란 이런 것이지. 백도란 이런 맛이지! 싶은 마음이 들먼서 행복감이 충만해져왔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였으리라. 다들 한조각에서 그치지 않고 두세조각식 시식을 하고 백도를 한봉지씩 담아갔다. 물론 나도 그 중에 한 명이었다.
백도가 든 봉지를 손에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데 - 어머나!! 백도랑 황도랑, 단단한 황도랑, 자두가 든 상자가 다돈 $7???
싱싱한 백도 6개 = 1 kg에 $7인데... 푹 무르익은 여러가지 한 상자를 사야하나, 싱싱한 백도 6개를 사야하나... 살짝 고민에 빠진다.
에라모르겠다. 월요일에 출장을 가기 전에 다 먹어야하기는 하지만 - 뭐 이틀 동안 복숭아들 마음껏 먹어보자 싶어서 푹 익은 복숭아+자두 한상자를 가져왔다.
집에 오자마자 나 혼자 백도 3개를 먹었다. 아......천상의 맛! 너무 맛있다....!
복숭아들을 보니 하루 이틀 안에 다 먹어야 할 상태들이라서 이걸로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 아주 흥미로운 복숭아 타르트 (White peach tart) 레시피를 찾았는데 - 복숭아 잼이 있어야 한다. 매우 해보고 싶었지만 복숭아 잼이 없어서 패스.
그리고 몇몇 레시피를 더 찾아봤는데 - 예전에 복숭아 케익은 구워봤고... 딱히 관심가는게 없다가... 이 참에 잼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러면 한두달? 혹은 두세달은 복숭아 맛을 볼수있을테니까...
복숭아잼 (Peach Jam = Peach Preserve) 만들기
영어로도 한글로도 레시피 검색을 해봤는데 - 가장 마음에 드는 레시피는 나타샤의 레시피로 - 대부분의 복숭아 잼 레시피들은 복숭아를 한번에 쭈우욱 계속 끓여서 잼을 만드는 반면, 그녀의 레시피는 복숭아를 살짝 끓였다 식혔다를 5번 반복하라고 나와있었다.
https://natashaskitchen.com/country-peach-preserves/
끓였다 저었다 식혔다... 반복... 시간이 조금 걸릴 뿐 하면되지 뭐!
재료
복숭아
흰설탕
레몬즙
복숭아와 설탕량을 기재하지 않았는데 - 무게로 환산해서 "껍질까고 씨 제거한 복숭아":설탕=2:1 정도로 하면 된다. 혹은 복숭아:설탕=3:1로 시작해서 중간에 맛보고 기호에 따라 설탕을 추가해도 된다.
레몬은 복숭아 5개에 레몬 반개의 레몬즙을 짜서 넣어주거나, 복숭아 5개에 시판 레몬즙 2~3 테이블 스푼을 넣어주면 되겠다. 레몬즙은 복숭아의 갈변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만들기
우리집의 잼 소비량은 연간 0에 가까우므로 - 일단 과하게 익은 복숭아 5개만 잼 만드는데 쓰기로 했다.
1. 복숭아의 껍질을 까고, 씨를 제거하고, 사등분 혹은 팔등분 한다.
복숭아 껍질이 잘 안까진다면 - 끓는 물에 복숭아를 넣어서 30초간 데친 후, 바로 찬물에 넣어 식힌 후, 껍질을 까면 매우 잘 까진다고 - 나타샤가 그랬다.
껍질을 까고, 반으로 갈라서 씨를 제거하고, 사등분한 것들 무게를 재니까 약 670 g 정도가 되었다.
2. 여기에 복숭아 무게의 절반에 해당하는 설탕, 그리고 레몬즙을 뿌려준다. 덜 달게 하고 싶다면 이때는 복숭아 무게의 1/3에 해당하는 양의 설탕을 넣어주고, 나중에 더 넣어주어도 된다.
3. 이대로 30분~1시간 방치한다. 그러면 삼투압에 의해서 복숭아 즙이 빠져나온다.
4. 약한불로 가열해준다. 냄비 전체가 약하게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 이대로 10-15분간 중간중간 저어주면서 끓인다.
5. 가스불을 끄고 뚜껑을 연채로 그대로 식힌다.
처음 끓이고 나니까 - 복숭아 통조림은 이렇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6. 4-5번 과정 (약한불에 10~15분씩 끓였다가 그대로 식히는 것) 반복 3~5회.
3~5회라고 쓴 이유는 - 나타샤의 레시피에선 5번 하라고 되어있었는데, 인내심 없는 나는 (내일 출장도 가야하고) 매번 10분이 아니라 15분씩 끓여서 총 3번으로 끝냈기 때문이다.
바로 위 사진은 첫번째 끓기 시작했을때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2번째 끓일 때 모습이다.
세번째 가열하니까 - 중간중간 저어줄때 복숭아가 점차적으로 으스러진 탓인지, 끓여준 탓인지, 아무튼 형체가 거의 없어졌다. 그리고 매번 끓여줄 때마다 점차 끈적끈적해지면서 잼의 모습을 띄기 시작한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설탕용액은 뜨거운 것을 식히면 훨씬 더 끈적끈적해진다. 그래서 다시 끓여주는 횟수가 높아질수록, 끓이는 시간을 점차 짧게 줄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실수로 너무 오래 끓이게 되면, 식혔을 때 아주 단단해져서 나중에 빵등에 펴바르기 어려울수 있다.
7. 유리병과 뚜껑을 끓는 물에 3분 간 담궜다가 자연건조시킨다. 이러면 병이나 뚜껑 안에 있는 박테리아가 죽는다. 즉, 살균과정이다.
8. 6번 (복숭아+설탕+레몬)을 마지막으로 끓인 후, 약 1분간 식힌 후, 살균된 유리병에 담고 뚜껑을 꼬옥 닫아준다.
복숭아 끓였다 식혔다 하는게 별 성가신 일은 아니지만 - 꽤나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참 길다. 그래도 내 손으로 복숭아 잼도 만들고...대견하네!
시드니로 출장을 다녀온 후에나 먹어볼 수 있겠다. 중간에 맛봤을때는 꽤나 괜찮았는데, 나중에 빵에 발라서 먹으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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