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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살이/일상생활

감기 그리고 발렌타인 데이

by 반짝이는강 2019.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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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월 23일, 토요일이 되었다. 원래 달도 짧지만, 이번 2월은 진짜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특히나 감기로 골골대고 있기때문에 아무것도 하지못하는데, 시간만 지나가는 것 같은...


워낙에 아픈 곳도 없고 줄곧 건강했기때문에 - 감기 따위는 칠칠치 못한 사람이나 걸리는 사소한 잔병으로 여겼는데, 이번에 감기에 걸리고 보니까 그게 아니다. ​ 역시 내가 아파보니까 <동병상련> 사자성어가 실감이 난다. 여동생이 감기에 걸려 칭얼댈때마다 병원에 가도 아무것도 해주는거 없으니 "그냥 푹 쉬어"  " 약먹으나 안먹으나 낫는 속도는 똑같애" 라는 그런 인간미 없는 메마른 말들이나 날렸었는데, 그러던 내가 오죽 했으면 GP (general practioner, 주치의 or 가정의학과 쯤으로 생각하면 될듯) 방문을 했을까..

감기인만큼, GP에 간다고 무슨 수가 있는게 아니라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통증과 발열로 이부프로펜을 이틀이나 복용했는데,  귀까지 아파오니 더럭 겁이 났었다. 난 평소에도 한쪽 귀가 무척 예민한 편이고, 어릴 때는 이 귀때문에 이비인후과에도 자주 들락거렸더랬다. 감기에 걸리고는 귀가 조금 불편하기는 했었지만 대수롭게 여겼었다. 그러다가 지난 금요일에 멜버른 출장을 가면서 비행기를 탔고, 이착륙시에 귀가 찢어지게 아픈 통증을 경험하고 나서는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 싶었던거다.


시드니에선 몇 번의 의료쇼핑 끝에 Rhodes의 Walker St 에 있는 Rhodes Family Practice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GP를 찾아 정착하나 했었는데, 브리즈번으로 이사를 왔기에 다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다. 일단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GP에게 전화를 했더니, 바로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업무를 대충 마치자마자 클리닉으로 갔다.

그리고 만난 Dr..... 뭐시기 이 분...

내가 감기인거 같고, 귀가 아프다고 했더니, 귀 안을 들여다 보고는 한쪽이 조금 부어있는데 - 아프면 집에서 뉴로펜 복용하라고.... 감기는 원래 쉬어야 한다고...그런 이미 알고 있는 말을 해주었다. 거기다 뉴로펜과 파나돌의 차이를 설명하려고 하길래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하곤 잘랐다.

해열 및 진통작용만 필요할때는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있는 파나돌과 같은 제제를,  해열/진통/염증완화 작용까지 필요할 때는 이부프로펜이 들어있는 뉴로펜과 같은 제제를 복용하는게 이상적임. 경우에 따라서는 둘을 함께 복용할 수도 있음. 

조금 더 대화를 하니, 이 분은 예전에 일라이 릴리 (Ely Lilly)에서 글로벌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다가,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면서 GP로 전향했다고 한다. 요즘 일주일에 두세번씩 한밤중 미팅에 들어가는데 지쳐서 심각하게 포지션 전향을 고려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 결정이 이해가 되었다. 


아무튼... 중요한건... 이때까지는 가끔이지만 GP에 갈 때마다 돈을 내 본적이 없었고, 항상 bulk billing 되는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10분이 될까말까한 짧은 진료를 보고 나왔는데, Standard consultation fee $75 중에서 Medicare에서 보조하는 금액은 $37.60 이니 나머지 $37.40는 본인부담이라고 했다. 아오....!!! 

이게  Medicare에서 보조하는 금액의 변경때문인지, 토니 애보트 총리가 외친 GP Co-payment 의 일환인지는 모르겠만... 별 탐탁치 않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이 돈을 지불하려니 많이 아까웠다. 

역시...단순한 질병에는 사람들에게 돈을 내도록 하면 병원을 덜 가게끔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게 맞는거 같다. 아마 다시는 감기로 GP를 방문하는 일은 호주에서는 없을꺼 같다. 



그 후에도 계속 감기로 골골대던 나는 - 정월 대보름달에게는 "감기가 얼른 낫게 해주세요" 라는  소박한(?) 소원을 빌었다. 

보름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에 감기 증세가 더욱 심해져서 매일 아침이면 한 시간 가량 쉴틈없이 기침을 해대었다.

월요일에는 내 보스가 내가 주관하는 팀미팅에 들어올 예정이라 - 병가 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아프고 맛이 간 목소리로 1시간 내내 팀 미팅을 강행했건만... 내 보스는 그날 예고없이 NO SHOW 였다. 

밀린 일이 많았던지라 화요일에도 오전 근무를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반차를 썼다. 

수요일에도 쌓인 업무들을 하다가, 잦은 기침으로 인해 더이상 업무 진행이 불가능하고, 육체적으로 지쳐서 다시 반차를 냈다. 반차를 냈지만, 이날 오전에 갑자기 진행하는 임상연구 하나의 결과가 나왔기에, 긴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은 고스란히 떠안고 해결해야 했다. 

목요일에는 골골대면서도 임상연구 데이타 분석 관련해서 긴급하게 요청이 들어온 것들을 해결하고, 밤에는 텔레컨퍼런스에도 들어가야했다. 

금요일인 오늘쯤이 되면 - 감기가 거의 나았을꺼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기침이 나올락말락 하고, 숨이 가빠져서 아직도 한 문장 내뱉기가 힘이 든다.  


다음 주에는 시드니 출장이 있는데 - 이번에는 지인도 만나고 개인적인 업무도 좀 볼겸 하루 앞당겨 일요일에 출발하려고 했건만.... 내일도 별 호전이 없으면 이번 시드니 행은 취소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아픈 와중에 - 발렌타인 데이도 지나갔다. 아파서 정신이 없었다는건 좀 핑계지만 진짜 그랬다. 그 날이 발렌타인데이인줄 몰랐다. 예전의 로맨스는 어딜 갔나..

발렌타인데이 카드

​위 사진은 시어머니가, 자기 남편(=시아버지) 통해서, 당신 아들 제끼고, 나에게 보내주신 발렌타인 카드와 금일봉이다. 생일이랑 크리스마스만 챙기는 제멋대로인 나에게 이런 사소한 날까지 챙겨주는 시어머니가 고마울 뿐! 


어쨌거나 저쨌거나 - 감기가 옮을까 해서 각방을 쓴지 벌써 2주째... 호흡기 감염성 질환인 만큼 저녁도 서로 다른 곳에서 먹는다. 배우자가 살뜰히 잘 돌봐주고 있지만, 그래도 얼른 감기가 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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