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동네 잔디깍기 경주 대회 (Ride On Mower Racing) 행사가 있었다. 호주의 날 (Australia Day)인 1월 26일 토요일에 행사가 열렸는데, 나는 그날 밤 비행기로 대만 출장에, 한국 방문,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감기로 골골대고 있는 중이라 포스팅이 아주 늦었다.
행사가 있기 한달 전쯤에 Facebook에 잔디깍는 기계 경주 대회를 알리는 포스팅이 먼저 올라왔다. 이번 해에도 예정대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니까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하. 그리고선 얼마지나지 않아 아래 사진과 같이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페이스북에 떴다.
매년 직전 년도의 우승자가 그 다음 해의 대회를 주관하고, 대회가 끝나면 자기 집에서 애프터 파티를 여는게 관례라고 했다.
그리하여 지난 해 우승자가 이런 포스터를 준비해서 온라인에 올리고, 페이스북 커뮤니티 멤버가 아니거나 혹은 새로 이사온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포스터를 프린트해서 동네를 돌며 집집마다 우체통에도 넣어주었다.
사람들의 정성이 대단하다!
참고로, 여기서 내가 말하는 "동네"는 suburb가 아니라 약 50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좁은 면적을 지칭하는 것이다. 원래 파인애플 농장 +대자연 그대로의 지역이었는데, 그 중 언저리 한 곳을 개발하게 되었고 -그 결과 약 2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약 50가구 정도가 들어서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이곳으로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입구는 딱 한 곳 뿐이다.
이 지역은 행정구역으로 따지자면 rural residential로 분류되어있는 만큼 다들 약 1 에이커 정도의 땅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한 가정에는 올라타서 잔디깍는 기계, 즉 Ride on mower가 있다. 그래서 이런 Ride on mower racing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집의 잔디깍기 전담인 내 배우자도 사전 등록을 마쳤다. 처음이라 잘해보겠다는 마음이었는지, 다른 쟁쟁한 실력자 동네주민들에게 밀릴까 걱정이 된 것인지, 대회 전달 저녁인 금요일 저녁 - 잔디를 깍겠다고 했다. 해도 곧 질텐데 뭘하는건가 싶어서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러더니 ...아이쿠야... 굉음이 막 들린다...
...
......
...
해가 완전히 지고도 한참을 마당에서 시름하다가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경사진 곳에서 후진하다가 잔디깍는 기계가 고장났다고 했다. 잔디깍는 기계 배터리를 간지 얼마나 됐다고 고장이 났단말인가!! 내 귀엔 그냥 $$$ 나가는 소리로만 들렸다. 그 후로 우리집 잔디는 방치되고 있다 하여 그는 결국 대회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대회에 참여하고 말고를 떠나서 내 배우자는 이 대회에 무척 가보고 싶었는지 토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나를 재촉해서 대회장으로 이끌었다. 2003년에 우리가 처음 만날 때를 포함해서- 자발적으로 제 시간에 어디 가는건 처음 본 것 같다.
행사를 진행하는데 방해가 될까 싶어서 1월의 땡볕에 그는 행사장까지 걸어서 갔고, 나는 빠뜨리고 온게 있어서 걸어서 집으로 되돌아갔다가 그냥 운전해서 갔다. 행사장에 도착하고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바로 옆집이 아닌 이상 나처럼 운전해서 온 사람들도 많았다.
이 대회는 올해로 14번째를 맞는다고 했다. 출발선도 잘 그려져 있고, 호주의 날인만만큼 호주 국기로 장식한
참가자들도 있다.
먼저 모두에게 루트 (그래봤자 동네 한바퀴지만) 및 경기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2인 1조가 되어 루트를 한번씩 돌아보고 온 후에, 본격적인인 경기가 시작되었다.
총 8명이 참가했는데, 연습삼아 한바퀴 돌아볼때 잔디깍는 기계 1개가 고장이 나서, 최종 참가자는 7명으로 줄었다. 그게 아니어도 전년도보다 참가자 수가 작은거 같다. 몇 해 전 우승자인 Dave도 빠졌고, holiday home에서 몇일 보내다 올꺼라며 Lee도 빠졌고, 최초 여성 참가자였던 Helen도 빠졌으니 말이다.
가족들의 환호를 받으며 출발한 이들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그리고 잔디깍는 기계로는 조금 벅찬 코너들을 돌며 자신들의 운전실력을 뽑낸 후 돌아왔다. 이번 해에는 새로운 우승자가 나타났다. 아래는 전년도 우승자가 이번 년도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모습이다. 이때 찍은 사진들은 페이스북 커뮤니티에도 많이 올라왔고, 지역신문에도 사진이 실렸다.
대회가 끝나고는 지난 해 우승자가 자신의 집에서 주최하는 소세지 시즐에 갔다. 아이들은 소세지롤 점심으 먹고는 수영장으로 직행했고, 어른들은 이웃들과 수다떨기 바쁘다.
한국이나 호주나 - 요즘 어른들의 관심사는 부동산인가보다. 어디의 어떤 집이 어느 정도 가격에 나왔다거나, 얼마아 팔렸다, 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아무튼 - 이리하여 말로만 듣던 동네 행사에 잘 다녀왔고, 재미있었다. 참... 이런 행사가 우리 동네에서만 하는 특이한건줄 알았더니, 이런걸 종종하기는 하나보다.
Queensland Ride On Mower Racing Association 에서 하는 대회와 Australian Ride-On Lawn Mower Racing Association 에서 하는 대회가 각각 따로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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