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으로 이사온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마당을 가진 사람으로 브리즈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내본 터라 이제 날씨에 대한 감이 왔다.
1년간 배운 것:
- 브리즈번의 여름 햇빛은 매우 뜨겁다.
- 브리즈번의 여름은 햇빛이 너무 강하고 더러 건조하기도 해서 휴경기다.
- 브리즈번에서 텃밭 할려면 가을/겨울/봄에 열심히 해야한다.
그리고, 2019년 봄.
페이스북에 Gardening Australia 라는 그룹에 속해있는데, 거기서 가드닝에 대한 질문들이나 정보도 올라오고, 어디 기발한 텃밭이나 가드닝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런 것도 올라온다. 그런 것 나를 사로잡은게 있었으니 바로 이것이다. 오이가 이렇게 아치를 따라 올라가며 자랄 수 있게 한게 기발해 보였다.
텃밭은 순전히 취미활동이다. 텃밭에서 풍성하게 길러서 식용으로 먹을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될수는 없으니, 텃밭 2년차인 이번 해에는 욕심을 조금 버리기로 했다. 그래도 호기심은 왕성하다.
그리하여 이번 2019년 브리즈번의 겨울 끄트머리에 심은게 브로콜리니 모종 2개랑 토마토 모종 1개다.
워낙에 브로콜리니 (Broccolini)를 좋아하는데, 어느날 버닝스에 갔다가 브로콜리니 모종이 있길래 사왔다. 슈퍼마켓에서는 브로콜리니의 먹을 부분만 잘라서 고무줄로 묶어서 이렇게 판다. 실제로는 어떻게 생겼을지.. 이렇게만 봐서는 (브로콜리도 그렇고) 전혀 감이 없었다.
<브로콜리니>
손가락 길이만한 브로콜리니 모종은 꼴랑 2개인데 근 $4였던듯...
브로콜리니, 너! 비싼 아이구나!
모종 2개 중에 하나는 마음껏 자라라고 아주 큰 텅 빈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주었고, 하나는 가든베드 안에 심어주었다. 참고로 브로콜리랑 브로콜리니는 비슷한 애들인데, 둘 모두 날씨가 선선할 때 쑥쑥 자란다.
아래는 옮겨심은지 2~3주쯤 지난 모습.
이때까지도 브로콜리니가 어떻게 열릴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러다 약 10주 정도가 지난 어느날 초코송이같은 작은 초록송이들이 달린 브로콜리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엔 제일 위에 있는거 하나만 나오고 끝인가? 에게?? 싶었는데, 제일 윗부분을 잘라주니까, 그 옆에 작게 붙어있던 송이들이 쑥쑥자라 올라왔다.
조금만 방심하면 이렇게 노란색 꽃이 핀다. 꽃이 필락말락할 때 얼른 가위로 수확해줘야한다.
브로콜리니 줄기만 먹는게 아니라 브로콜리니 잎도 따서 살짝 데친 후 드레싱을 끼얹어먹거나, 브로콜리니랑 같이 요리해서 먹으면 맛있다.
벌써 3~4번 수확한 브로콜리니. 계속 이렇게만 자라다오!
토마토 모종은 5월 말인가 6월 초 심었나보다. 지난 해에는 토마토를 가든 베드 안에 심었었는데, 물을 준다고 줘도 금새 땅이 쩍쩍 마르던 경험을 했었기에, 이번 해에는 일부러 큰 플리스틱 화분에다가 심었다.
딱 1개만 심은 이 토마토 모종은 6-7월의 겨울을 나는 사이에 키가 쑥쑥 크더니 어느새 꽃이 피기 시작했다.
새나 왈라비, 토끼로부터 농작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텃밭 위에 그물망을 쳐두어서 나비나 벌이 잘 다가가질 못해서 어떻게 수분이 될까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토마토가 달리기 시작했다.
개미가 수분을 시켜주는걸까?
혹은... 나방?
그렇게 토마토가 열리기는 했는데 토마토 화분을 둔 자리가 의도하지 않게 그늘이 오래 지는 곳이라 처음 열린 토마토는 아무리 기다려도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가질 않았다.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화분을 옮겨주는 것도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하려면 토마토 지지대들도 모두 옮겨야 하고, 그물망도 새로 장만해야해서... 그냥 그 자리에 두었다.
처음 열린 초록 토마토 3개는 기다리다 못해 따다가 접시에 담아서 삼일간 햇빛을 쬐어주었더니 금새 빨간빛으로 변했다.
역시 햇빛이 닿아야 잘 크고, 색도 빨갛게 되나보다.
지속방출형 (slow release) 거름도 왕창 뿌려주고, 중간중간에 soluble fertilizer (수용성 거름)도 준 덕분인지 지난 봄/여름에 심었던 것보다 키도 더 크고 토마토도 많이 열린다.
토미토 토마토를 샀던거 같은데, 작은 자두만한 크기?
6월에 하지가 지나고 해가 동선을 점차 옮기면서, 날씨가 따뜻해졌다. 그리고 토마토 화분에 햇빝이 점차 오랜 시간 닿으면서 토마토도 저절로 빨간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차피 토마토 1개 뿐이라 잔가지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데, 자라난 잔가지들에서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잔가지를 정리하지 않고 계속 두고 볼 생각이다.
어쩌면 시험삼아 곧 다른 품종의 토마토를 1개 더 심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호기심에 심은게 또 하나 있으니 바로 딸기!!
가든 베드에 심고나서야 딸기를 어떻게 키워야 되나 찾아봤는데, 대충 읽은바로는 딸기는 거름을 엄청 줘야하는 작물중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딸기는 1년 내내 딸기를 맺는 것과, 1년에 두세번 정도만 딸기를 맺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당연히 딸기 맛은 1년에 두세번 정도만 딸기를 맺는 종류가 더 맛있다고 한다.
그리고 딸기를 심을때는 땅을 높게 솟아 오르게 해서 솟아오른 부분에 심어야 잔가지가 자라라는걸 방지해서 딸기가 맛있어 진단다. 마지막으로 딸기는 햇빛이 아주 잘 드는 곳에 심어야 한단다.
음...딸기 심기에 제대로 한게 없네. 곧 빈 화분에 거름을 가득 담아서 거기로 대방출 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딸기 1개만 맺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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