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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들/정원 그리고 텃밭

잔디 vs 잡초

by 반짝이는강 2019.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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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요맘때도 잡초랑 전쟁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매일매일 활기차게 끊임없이  쭉쭉 옆으로 뻗어가던 이 녀석이랑 말이다.  

<Modiola Caroliniana, Mallow 라고도 불림>

처음엔 잔디밭에  못보던 어린 잎이 군데군데 보이길래 뭔가 싶어서 호기심에 두고보다가, 조금 더 지나 짙은 오렌지색 꽃이 피니 예쁘다 싶어서 좀 더 두고 보고있었다. 

그러다가 뭔가 싶어서 구글에서 검색에 검색을 해도 못찾다가,  페이스북의 Gardening Australia 그룹에 물어봤더니 다들 빈디 (Bindi)라고들 했다. 

빈디는 꽃이 폈다가,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뽀죡하고 단단한 가시가 생기고, 그게 말라서 땅위에 떨어진다. 애완동물이나 어린 아이처럼, 맨발로 다니는 경우, 빈디 가시가 발바닥에 박혀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에 호주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잡초로 간주된다. 가끔은 빈디 가시가 플립플랍을 뚫을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맨발로 다니는게 자연스러운 호주에서 빈디는 - 잡초 중에서도 아주 악명높은 무시무시한 잡촌로 간주된다. 오죽하면 농약코너에 가면 빈디 전용 제초제인 Bindi Kill 이나 Bin-Die가 있을까 말이다. 



이 글을 쓰기시작한 방금 전까지 나는 - 제일 위 사진에 있는 저 잡초가 - 가드닝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멤버들 덕분에(?) 빈디인줄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해에 - 매일 오후 땡볕에 긴 팔 옷을 입고, 양말 신고, 장갑끼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잡초뽑는 도구를 들고, 빈디인줄 알았던 저 잡초를 뽑아냈었다. 


모디올라 캐롤리니아나 (Modiola caroliniana) - 혹은 멜로 (Mallow)

막상 글을 쓰려니 - 구글링해서 나왔던 사진들이랑 내가 본 잡초랑은 조금 달랐던게 영 찜찜했다. 그래서 이 참에 키워드를 달리해서 다시 검색을 했더니  - 아니나 다를까. 내가 본 잡초는 모디올라 캐롤리니아나 (Modiola caroliniana) - 혹은 멜로 (Mallow)라고도 불리는 전혀 다른 잡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 어마무시한 빈디가 아니니 좋아 해야햐나?

하.하.하.


검색 결과에 따르면 모디올라 캐롤리니아나는 잎을 따서 샐러드로 해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그렇다 한들 이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도 그랬을테고, 나도 이 잡초(?)를 없애보겠다고 지난 해에 마당에 제초제를 좀 뿌렸기에 - 이번 해에 얘가 다시 난들 잎을 따서 샐러드 해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멜로는 가지가 옆으로 쭉쭉 뻗어나가면서 아주 잘 번식한다.  가지가 뻗어나감과 동시에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뿌리도 한번 내리면 아주 깊다. 

그렇기때문에, 당연히 잔디의 성장을 방해하고, 고로 내게 잡초인 것은 변함이 없다.  

멜로를 없애는 확실한 방법은 직접 뽑는 것이고 - 뽑을 때는 반드시 뿌리를 모조리 없애야 한다. 만약 뿌리 제거에 실패하면 - 그 뿌리가 다시 자라서 곧 또 난다. 그리고 이건 다년생이라는 것도 기억할 것. 


마당에 멜로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전쟁...시작


Creeping Indigo (크리핑 인디고)

퀸즐랜드의 초여름~여름에 멜로와 한바탕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 가을에 접어들면 새로운 풀 혹은 잡초가 보인다. 바로 크리핑 인디고라는 잡초. 

이것도 꽃만 보면 예쁜데 - 한번 나기 시작하면 - 옆으로 쭉쭉 퍼지면서 잔디가 햇볕을 못보게 그 위로 뒤덮어버린다. 

크리핑 인디고는 특히 뿌리가 아주 깊게 내리는데 - 지난 1년간 내가 본 잡초 중에 뿌리가 제일 깊게 내리는 잡초다. 호주에서 악명 높은 민들레보다 더! 

고로 당연히 잔디의 성장을 아주 저해하며 박멸하기가 쉽지 않은 잡초다. 게다가 이 크리핑 인디고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뽑고 있을라 치면 - 심심치 않게 개미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크리핑 인디고와 개미 연합군 vs 장갑 낀 인간병사 1인

개미때매 무.섭.고. 더 힘.들.다.


알수 없는 새로운 잡초 - Dallis Grass?

지난 해에 처음 이 잡초를 봤을 때는 - 여러가지 잔디 종류의 하나인지, 잡초인지, 도통 감이 없어서 살짝 내버려두었다. 그러다 이번 해 들면서 뽑아아 할 식물 목록에 추가되었다. 

잡초 잔디밭

이름도 모르면서 뽑아야겠다고 결심을 한건 - 이게 쿠치(couch)로 덮여 있는 내 잔디밭에 점점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게 많아진 곳에는 잔디가 없어지기 시작했고, 잔디가 전멸한 곳에도 이것 만큼은 잘 자라고 있기때문에 잡초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번 뽑으려고 해봤더니 - 위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듯이 마치 매듭같은 것들로 이뤄진 이 잡초의 뿌리는 - 뽑기도, 자르기도 매우 어려웠다. 즉 - 이 잡초가 땅을 점령하기 시작하면 잔디가 경쟁해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꺼 같다. 

잔디처럼 생긴 잡초

마당에 있는 잡초 중에 크랩그라스 (crab grass)가 있는데, 그건 아닌거 같고... 아무래도 worst of worst 중 하나인 달리스 그라스Dallis grass 인 것 같다.

우루과이 및 아르헨티나에서 - 미국으로 퍼졌다는...... 이 악명 높은 달리스 그라스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뿌리가 아주 촘촘하게 엮이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데 - 그 뿌리가 하도 촘촘해서 다른 것들은 자랄 엄두조차 못내는 것 같다. 뿌리가 촘촘하다는 말은 - 뽑아내기도, 파내기도 아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달리스 그라스를 모종 삽으로 좀 뽑아내 보긴 했는데... 진짜로.... 파내기도 참 어렵다. 어제 오전에 비가 온 후 축축한 땅에 있던 달리스 그라스 몇 뿌리를 뽑는데도 상당히 시간이 걸렸고... 뽑으면서 이걸 없애려면 땅을 기계로 갈아엎는게 쉽겠다고 생각했는데 - 내 생각이 과장된게 아니었나보다. 

Crab grass에 효과가 있는 농약이 달리스 그라스에도 효과가 있다고는 하는데 - 제초제를 뿌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 뿌린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마당 곳곳에 뿌리를 내린 달리스 그라스를 어떻게 다 없앨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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